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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릉도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해양성 기후라 날씨 변화의 폭이 크다 합니다. 산봉오리에 걸린 구름 언제 물러날지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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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현철 |
| 발길 닿은 대로 흘러가는 여행에서 잠을 설쳤다. 울릉도. 대체 어떤 곳이 길래 잠까지 설칠까. 어제 울릉도 행, 배를 놓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울릉도에 가기 위해 지금껏 기다린(?) 40여 년 세월 탓이리라.
우리나라 사람, 제주도와 외국엔 나갔어도 울릉도에 가본 이는 적단다. 먼 바다 길과 아무 때고 묶일 수 있는 바다 날씨로 인해 그만큼 여행하기 어려운 곳이다. 그래, '울릉도 간다' 하면 다들 부러워(?) 한다. 이쯤이년 무릉'도'원(武陵'島'源) 아니 무릉'도'원(武陵'桃'源) 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포항에서 동해의 해돋이를 봤다. 남해의 일출은 아기자기 둘러앉은 섬 사이로 솟아오르는 해돋이인데 반해, 동해 거침없이 수평선 위로 솟는 해돋이다. 남쪽 바다 해돋이가 여성적이라면, 동쪽 바다 해돋이는 남성적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과일과 도너츠로 아침을 때운다. 배멀미를 피하기 위함이지만 울릉도 음식을 더욱 맛있게 먹기 위함이다. 비수기라더니 인파가 북적인다. 터미널 이용료를 받는데도 혼잡을 막을 방안은 없나보다. 그저 혼잡 속으로 끼어든다.
"멀미약 있으면 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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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의 일출은 거침없이 수평선 위로 솟는 해돋이여서 남해 바다와는 달리 남성적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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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현철 |
| 2월 27일 오전10시, 울릉도 행, 배가 드디어 움직인다. 곳곳에서 멀미하는 사람들이 목격된다. 화장실과 객실에서 비닐봉투 부여잡고 고개를 박고 있다. 멀미를 조금이라도 이겨 볼 심산으로 바닥에 추~욱 늘어져 있는 이도 보인다.
오죽하면 둘러보는 내게 "멀미약 있으면 좀 주세요" 할까. 이래서 '울렁울렁 울렁울렁 울릉도'라 그랬을까? 오문수 선생님 "우리 멀미약 먹기 잘했지?"하신다. 어른 말은 들어 해(害)될 게 없다더니 맞는 말이다.
한쪽에선 연신 전화통화다. " 나, 지금 울릉도 가고 있어" 목소리에 은근히 자랑이 묻어 있다. 다른 쪽에선 TV를 보거나 잠에 빠져 있다. 갑판이 없어 막힘없이 툭 트인 동해 바다 구경은 포기한다. 좋은 눈요기 거리를 놓친 아쉬움에 '예~이' 투정이 튀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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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릉도로 가는 포항 여객선 터미널에 사람들이 북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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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현철 |
| 설레는 마음 안고 울릉도에 도착한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의 좁은 도동항. '야~' 탄성이 나온다. 느낌이 좋다. 공항 입구를 나오면 즐비하게 늘어선 사람 찾는 푯말, 여기서도 재현된다. 그 사이로 형 얼굴을 찾는다. 목회활동 하는 형, 바빠 못나왔나 여길 즈음, 바바리코트에 배낭 맨 형을 발견한다. 반갑다. 여행객들 썰물처럼 사라진다.
도동 입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현대식 건물의 음식점과 상점이 나래 비로 서 있다. 울릉도다운 멋스러움이 아니어서 조금 실망이다. 간이 수산시장과 오징어 배가 그나마 위안이다. 울릉도 선상일주는 바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포기. 여행에서 활짝 갠 쾌청한 날씨는 공덕(功德)이 있어야 하는가 보다. 독도행은 3월 1일부터란다.
"형, 밥부터 묵세." "야, 아침 안 먹었어? 한 바퀴 돌고 먹자." "아침 안 먹어 배고픈데?" "그래? 그럼, 여기선 울릉도 특미 '오징어 내장탕' 꼭 먹어야 돼."
이끄는 형을 따라 골목길의 식당으로 향한다. 다락 있는 좁은 실내가 이상하게 포근함을 안겨준다. 오징어 불고기ㆍ더덕구이ㆍ홍합 밥과 죽ㆍ따개비 밥과 죽 등 울릉도다운 메뉴에 기분이 좋아진다.
울릉도 둘러 본 소감, '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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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릉도 도동항 입구부터 산들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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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현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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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동항 오징어잡이 배, 차림표, 울릉도 약초 반찬, 오징어 내장탕(위 좌로부터 시계 방향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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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현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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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동항 입구의 간이 수산시장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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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현철 |
| 옆 좌석 할머니들과 간단히 이야길 나눈다.
"오늘 들어왔어?" "네. 언제 오셨어요?" "어제 왔어. 오늘 배가 못 나가 하루 더 있어야 된데." "그래요. 울릉도 돌아 본 소감 어떠세요?" "조~아."
반응을 보니 40여 해를 기다려온 울릉도, 기대해도 무방할 듯. 오징어 내장탕의 시원한 국물 맛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더덕무침ㆍ삼나물 무침ㆍ명이ㆍ부지깽이ㆍ미역취 등 울릉도 약초 반찬이 입안을 자극해 울릉도에 취하게 만든다.
해상일주를 포기한 대가로 버스 관광투어에 나선다.
"울릉도에는 다리 세 개 있는데 이 첫 번째 다리는 할랑교, 두 번째 다리는 말랑교, 세 번째 다리는 어쩔랑교 입니다. 아직까지 안 웃는 사람이 있네. 할랑교, 말랑교, 어쩔랑교 라니까?"
기사님 음담패설로 분위기를 잡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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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릉도 관광버스는 도로 사정상 봉고차가 그 역할을 대신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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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현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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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변의 주상절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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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문수 |
| "(기사님 차창으로 보이는 동백꽃을 가리키며) 저 밖에 핀 꽃은 무슨 꽃?" "(일행 너 나 없이)동백꽃" "(기사님, 생글생글 웃으시며) 아니, 빨간꽃." "(한바탕 손뼉치며) 하하하하. 그래, 빨간꽃이다. 빨간꽃."
섬사람 설움 외면하는 정부와 지자체
울릉도엔 도둑, 공해, 뱀 외에도 병원이 없단다. 보건소만 있단다. 어~, 보건소는 병을 치료하는 병원 아닌가? 아니다. 왜? 젊은 보건의만 있어서 병을 모두 고치지는 못한단다. 여지없는 섬이다. 섬사람, 제일 서러울 때가 바로 아플 때, 교육시켜야 할 때다. 교육은 그렇다 치고, 인구 일만 명이 넘는 울릉도에 병원 하나 없다니….
행여 일기불순으로 관광객이 묶이면 아파도 그냥 참으라는 소린지. 아니면 헬기 띄운다는 소린지. 도통 알 수 없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정책적으로 섬에 병원 하나 짓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닐 터. 서러움을 가셔주는 정책이어야 하는데. 민주공화국을 외치는 대한민국의 의료평등은 언제 오려는지.
기사님 '돌리고~ 돌리고~' 노래 중에 "울릉도에 오면 배 멀미로 속이 울렁이고, 꾸불꾸불한 도로로 차에서 울렁이고, 예쁜 색시 만나면 가슴 울렁이고, 이렇게 관광객이 오면 울렁울렁 울렁울렁 울렁인다고 울릉도요"라며 양념으로 일행을 웃게 만든다. 일행 웃는 사이에도 볼 건 다 본다.
나리분지에서 일행과 작별한다. 가장 울릉도다운 분화구에서 잠을 자라는 형의 권유 때문이지만 쉽게 성인봉에 오르려는 심사에서다. 다음 날 성인봉에 오를 수 있을지.오른다면 성인봉에서 사면 바다를 감상하는 행운아가 될지. 기대 속에 발길 닿은 대로 흘러 밤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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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리분지에서 용출수로 내려오는 길에 본 풍경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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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현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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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화산 분화구 중 유일하게 사람이 산다는 나리 분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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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문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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