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평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메밀꽃과 봉평장이다. 요즘 봉평 일대는 새하얀 메밀꽃이 흐드러졌다. 마을마다 산자락마다 메밀꽃이 피어 방문객들을 즐겁게 해준다. 봉평장은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분위기가 흡사하다. 2일과 7일에 서는 오일장에는 싱싱한 먹거리들이 가득하다.
'국민의 고향, HAPPY700 평창’이라는 자치단체 브랜드가 말해 주듯 평창 땅은 해발 고도가 700m 이상인 곳이 전체 면적의 65%를 차지한다. 국립공원인 오대산(1,563.4m)을 비롯해 태기산 흥정산 계방산 황방산 발왕산 중왕산 청옥산 청태산 등 해발 1,200m가 넘는 굵직한 산들이 둘러처져 있어 어느 곳에서나 산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산이 많은 만큼 흥정계곡 금당계곡 오대천 안개자니계곡 신기계곡 등 아름다운 계곡들도 즐비하다.
당신이 못났다고 긋치고 담치고 무김치 소금치고 오이김치 초치고 칼로 물친 듯이 떡 떠나가더니 평창 팔십 리 다 못 가고서 왜 돌아왔나.
이 노래는 정선아리랑의 엮음아라리 가운데 한 구절이다. 여기서 보듯 평창은 정선과 가까운 오대산 자락의 산간마을이다. 지금이야 교통이 편리해 어디서나 접근이 쉽지만 불과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첩첩산중의 오지였다.
1개의 읍과 7개의 면으로 이루어진 평창은 어디를 가나 빼어난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그중에서도 봉평은 외지인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곳으로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의 고향이기도 하다.
가산 이효석은 해방 3년 전인 1942년에 세상을 떠났다. ‘메밀꽃 필 무렵’은 그의 대표작이자 마지막 작품이다. 그는 짧은 생애(36세 에 요절)를 살면서 70여 편의 단편소설과 많은 수필을 남겼다. 고향의 자연과 고향 사람들 얘기를 작품 속에 그대로 담아냄으로써 현장감을 최대한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봉평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메밀꽃과 봉평장이다. 요즘 봉평 일대는 새하얀 메밀꽃이 흐드러졌다. 마을마다 산자락마다 메밀꽃이 피어 방문객들을 즐겁게 해 준다. 메밀꽃은 8월 중순에서 9월 중순까지 그 고운 자태를 한껏 뽐내다 9월 하순쯤 해서 그 모습을 서서히 감추기 시작한다.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창동 4리. 가산 이효석이 태어난 곳이다. 가산의 체취가 담긴 생가 터를 둘러본다. 말끔하게 단장된 생가 터는 늦여름 햇살이 가득하다. 이효석은 이 집에서 6년 동안 살았다. 이효석의 행적은 ‘메밀꽃 필 무렵’에 잘 드러나 있는데, 메밀 밭이며 노루목 고개, 충주집, 물레방아, 장평 개울, 대화장 같은 지명과 풍경에서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생가와 이웃한 곳에는 지난 해 9월 이효석 문학관이 들어섰다.
이효석 문학관은 가산 이효석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볼 수 있는 이효석 문학전시실과 다양한 문학 체험을 할 수 있는 문학교실, 학예연구실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효석 문학전시실은 그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볼 수 있도록 구성하였으며 재현한 창작실, 옛 봉평 장터의 모형, 문학과 생애를 다룬 영상물, 어린이용 영상물을 통해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도록 준비해 놓았다. 개관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동절기 5시)까지.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봉평장은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분위기가 흡사하다. 2일과 7일에 서는 오일장으로 장터에는 감자, 오이, 상추, 호박 등 싱싱한 먹거리들이 가득하다. 냄새나는 어물전을 지나자 닭전이 나온다. 강아지 한 마리는 졸리운지 헤벌떡 잠들었다. 저쪽에서는 무슨 재미난 일이 벌어졌는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왁자하다. “자, 싱싱한 오징어가 한 마리 천원. 꽁치 열 마리에 오천원.” 장꾼들의 외침이 한낮의 고요함을 걷어 간다. 뻥튀기 아저씨의 구수한 입담은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비켜 서세요. 괜히 놀라지 마시고. 터집니다. 하나, 둘, 셋!” 장터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현대식 시설에 밀려 장세가 예전만 못한 게 아쉽다면 아쉬운 일이다. 물건 값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는 장사꾼과 손님들, 하얀 김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밥집에는 시골 사람들이 모여 얘기 꽃을 피우고 있다. 재래시장이 으레 그렇듯이 이곳에서 거래되는 품목은 농산물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값도 적당하고 무엇보다 무공해여서 도시민들의 발길이 잦은 편이다.
요즘 봉평장에는 이 고장의 특산물인 감자며 옥수수, 고구마들이 지천이다. 고랭지 밭이 많은 봉평은 특히 배추, 무, 당근 같은 채소가 많은데, 이것들은 대부분 서울의 가락동 시장으로 출하되지만 일부는 봉평장에 나와 임자를 기다린다. 한 상인이 올해는 기후가 좋아 채소 값이 어떻게 될지 걱정 반 기대 반의 심정을 털어놓는다. 아직까지는 그런 대로 괜찮지만 날씨가 선선해지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값을 부채질한다는 것이다.
어느 지방이나 내세우는 특산물이 하나쯤 있게 마련이다. 봉평의 특산물은 단연 메밀이다. 장터에서 맛본 메밀묵과 부꾸미는 진미였다. 메밀묵은 입 안에서 잘게 부서지는 맛이 일품이고, 감자를 갈아 지진 다음 그 위에 김치 조각을 얹어 만든 감자전도 별미. 메밀 반죽을 부친 다음 그 안에 김치, 잡채 같은 재료를 넣어 먹는 것이 부꾸미이다.
메밀 막국수는 봉평의 토속 음식이다. 메밀을 곱게 빻아 채로 친 다음 반죽을 해서 국수틀에 넣고 끓인 물에 뽑아내려 찬물에 헹궈낸다. 여기에다 무즙, 육수, 소금, 식초 같은 재료를 넣고 간을 맞춘 육수에 말아 열무김치와 함께 먹으면 입 안에 감도는 달착지근한 맛이 일품이다.
또한 ‘올창 국수’라 해서 옥수수를 맷돌에 곱게 갈아 만든 국수는 면발이 어찌나 부드러운지 일단 입 속에 들어가면 씹지 않아도 저절로 넘어간다. 장터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올창이 국수를 떠먹는 시골 할머니들의 모습이 참 정겹다. 이 밖에도 메밀 막국수, 메밀 수제비 등을 맛보려면 봉평 읍내에 흩어져 있는 전문 음식점을 찾으면 된다.
평창에는 봉평장 말고도 진부장(3, 8일), 미탄장(1, 6일), 평창장(5, 10일), 대화장(4, 9일)이 열린다. 여느 시골장과 다를 게 없는 모습이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평창은 예로부터 산자수명한 고장으로 알려져 왔다. 산간 지역이지만 사방으로 연결되는 도로가 잘 닦여 있어 어디서나 쉽게 오갈 수 있다. 오대산 전나무 숲길, 용평스키장, 오대산 자생식물원, 보광휘닉스파크, 삼양 대관령목장, 청소년수련원, 방아다리약수, 흥정계곡, 청심대, 금당계곡, 기화계곡, 봉산서재, 이승복기념관, 허브나라농원, 월정사, 상원사 같은 명소들이 곳곳에 박혀 있어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여름의 막바지,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평창으로 떠나 볼 일이다. 봉평장에도 꼭 들러보시길 권한다. 글 사진 / 김동정(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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