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산우 여러분,
어느덧 "이순(耳順)"이 되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기지개를 펼 때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느껴지는 불편함(?) 곁으로,
지나온 세월이 참 빠르게 흘러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젊었을 때는 앞만 바라보며 살았습니다.
무엇을 더 가져야 하는지, 어디까지 올라가야 하는지, 어떻게 가족을 지켜야 하는지,
무엇을 이루어야 하는지만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육순"이 되어보니, 조금은 알것 같습니다.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은 내가 가진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 온 날들속에서 만났던 것들이였다는 사실..."
특히, 산이 그렇습니다.
힘들 때마다 산을 올랐습니다.
숨이 차고, 다리가 무거워질 때도 있었지만, 정상에서 바로보는 하늘과 세상은 늘 넓고, 푸르고, 새로웠습니다.
그 때마다...아무 말 없이 제 곁을 지켜준 산이 고마웠습니다.
산길의 나무와 바위들도 고마웠습니다.
말없이 그늘을 내어주고,계절마다 잎을 피우고 떨어뜨리며 삶이 무엇인지 보여 주었습니다.
산길에서 우연히 마주치며 놀라는 다람쥐도,청솔모도, 고란이도, 고마웠습니다.
바위틈을 돌아 흐르는 맑은 물소리도 고마웠습니다.
이른 아침에 산 위에 걸려 있던 안개도, 저녁 하늘을 붉게 물들이던 노을도 고마웠습니다.
생각해 보니, 세상에 고맙지 않은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
주말마다 두 발로 산길을 걸을 수 있다는 사실,
누군가의 산우와 함께 웃을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아직 바라 볼 하늘이 남아 있다는 사실,
젊은 날에는 이것들이 너무 당연해서 고마운 줄 몰랐습니다.
더우기 어리석게도 영원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압니다.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육순"..."칠순"..."팔순"..."구순"...그리고...
앞으로 몇 개의 산을 더 오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말하고 싶습니다.
"사는 것은 어쩌면 무언가를 얻는 일이 아니라,
이미 내 곁에 있었던 모든 것들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주도 당연하게 산길을 걷습니다.
그리고 남은 생의 길에서는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따뜻하게,조금 더 감사하며 걷겠습니다.
산우님들, 함께 걸어 주셔서 참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제 인생에 산우님들이 계셔서 무척 행복해 하고 있습니다. <끝>
-데이빗 안 올림 -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미소 가득 하시고, 환절기에 건강에 유념 하시길 바랍니다.
첨언:너무 가까이 보지 말고, 너무 자세히 보려고도 하지 말고,
어떤 때는 대충보고 넘어가라고...그래서...나이들면 눈이 침침해 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빈 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