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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23 - 미로게임 2
S#1. 경찰청 전경 / 낮
입초가 서있고.
S#2. 복도
컴퓨터 수사대의 팻말이 보이고. 그 위로.
이교수 : (E) 이렇게 선처를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S#3. 컴퓨터 수사대
이교수와 서교수, 만수와 김형사.
김형사 : 정만수 경우엔 회사측에서 양해가 있었고, 그리고 이건 어디까지나 불구속 입건이라는 걸 알아주십시오.
장난이든 아니든 해킹은 범죄입니다.
이교수 : 물론입니다. 잘 알구 있어요. 앞으로 더 엄하게 가르치겠습니다. (서교수에게) 이번에 힘써 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서교수 : 저야 중간에 얘기를 전한 것 뿐인데요 뭐. 회사쪽에서 이해를 해줘서 다행이지요.
김형사 : 정만수 경우엔 벌금형까지는 각오하셔야 될겁니다.
만수 : 벌..벌금이요.
이교수 : (만수에게) 뭐하구 있어. 감사를 드려야지.
만수 : 예.. (아까부터 울상.. 김형사에게) 감사합니다.
이교수 : 여기 서교수님께두.
만수 : 교수님 감사합니다. 어떻게든 이 은혜를 갚겠습니다.
서교수 : 이만하게 끝나서 내가 고맙다.
이교수 : 으이그.. 넌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마. 알겠니?
만수 : 예. 아무것도 안하겠습니다. 정말입니다.
김형사 : 정만수.
만수 : (펄쩍) 예.
김형사 : 앞으로 언제 조사가 더 있을지 모르니까 주소지 확실히 하고.
만수 : 호출기 옆에 끼구 자겠습니다. 아무때나 불러주세요. 형사님이 부르시면 음속으로 달려오겠습니다. 진짭니다.
음속으로 모자라면 광속으로 옵니다. 올 수 있습니다.
이교수 : (한심해서 만수를 흘기는..)
S#4. 캠퍼스 전경 낮
한가롭게 지나가는 학생들 ...그 위로.
만수 : (E) 컴퓨터 범죄 수사대. 여기 있는 형사들은 눈빛부터가 틀리드만요.
S#5. 이교수랩
명환과 중희가 보는데 만수가 신이 나있다.
만수 : 그 중에 김형사가 나를 싸늘한 눈빛으로 보며 묻는 겁니다. 어이 정만수. 우리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니가 할 일은 자백 뿐이다.
명환 : (중희에게) 쟤가 울며불며 끌려갔던 애 맞니?
중희 : 놔두세요. 쟤야 저러구 살다 죽어야지 어뜩하겠어요.
만수 : 선배님들은 한마디로 온실 속의 화촙니다. 사나이라면 모름지기 유치장도 들락거리고 형사들과 친분관계도 맺고 그러면서
인생을 헤쳐나가야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명환 : 으유. 저놈 때문에 이교수님이 서울로 뛰어다니신 거 생각하면..
중희 : 임마. 너 이교수님께는 제대로 인사드린거야?
만수 : 그럼요. 말씀드렸잖아요. 이교수님 차 타고 여기까지 왔다구요. 선배님 이교수님 차 한번도 못 타봤죠? 크아..
차 안에 냄새 가 아주 좋드라구요. 그게 레몬향인가..
명환 : (중희에게) 쟤 심부름 시킬 거 없니? 되도록 좀 먼데로 보내줘.
중희 : (킬킬 웃는데)
문이 열리며 들어서는 민재와 정태.
민재 : 만수형.
만수 : 오 느들 오냐. 자식들아. 빈손으루 오면 어뜩해. 두부를 사와야지. 두부.. 몰라? 이 형님이 방금 출감하셨잖냐.
민재 : 형사들한테 지원이 얘기 어떻게 한거야?
만수 : 지원이? 구지원? 거야 있는대루 얘기했지. 왜.
정태 : 거기서 얘기한 그대로 말해봐. 더하지도 말고 빼지도 말고.
만수 :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그야 뭐.. 지원이가 아르바이트 한다는 얘길 들었다. 그래서 나도 한번 참가해볼까...해서 한거다.
민재 : 그게 전부야?
만수: 왜애? 이제 그쪽에서도 이건 어디까지나 아르바이트였다는 걸 다 알았을텐데. 내가 다아 설명해줬거든.
민재와 정태 답답해서 마주본다.
만수 : (혼자 여유있어서) 왜. 지원이도 조사받았어? 하아 자식들.. 내가 말하면 됐지. 뭘 여자애까지 불러서 물어보구 그래.
정태, 더 들을 거 없이 돌아서 나가버린다. 민재, 따라나가려다가 만수를 돌아본다.
민재 : 형.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
만수 : 하아참 요즘은 나한테 뭐 물어보는 사람이 이렇게 많냐.
민재 : 해킹 어떻게 한거야? 그 회사 서버까지 들어갔다며.
만수 : (거만하게) 해킹을 어떻게 하는거라고 알려주면 니가 알아듣겠냐.
민재 : 어떻게 했어?
만수 : (머뭇거리다가 옆의 명환 등의 눈치를 보다가 민재를 끌어 옆으로 가며) 씨디가 하나 있었거든.
민재 : 무슨 씨디.
만수 : 정태가 만든 씨디. 그 안에 해킹 프로그램이랑 별별게 다 들어있 었는데.. 그게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지드라구.
민재 : (놀라서 보다가) 그 말두 형사한테 했어?
만수 : 그게... 에.. 형사가 그건 내가 만든 건줄 알고 있드라구. 그래서 그냥 그렇게 알라구 냅뒀지 뭐.
나두 자존심이 있잖어. 공학도로서의 자존심.
민재, 어이없어 보다가 급하게 나간다.
만수 : 야 나 두부 안사줄거야? 순두부 백반도 괜찮어.
S#6. 여자 기숙사 전경 낮
옥주 : 이건 안돼요. 어머어머. 이 아저씨 좀 봐아.
S#7. 지원의 방
김형사와 또 다른 형사가 지원의 방을 뒤지고 있다.
옥주가 옷장을 막아서서 소리 지르고 있다. 그 옆에 지민이 어쩔줄 모르고 서있고.
옥주 : 여긴 여자 속옷이 들어있단 말예요. 이런거까지 뒤지면 어뜩해요.
김형사 : (웃으며) 이봐 학생. 우린 지금 수색영장까지 가져왔다구. (짐짓 무섭게) 자꾸 이러면 공무집행방해라는 거 알어?
지민 : (얼른 옥주를 끌어당기며) 그냥 놔둬요. 맘대루 뒤지라고 해. 저 아저씨들 직업이 뒤지는 건데 뭐.
옥주 : 그렇지만..
하면서 할수없이 비켜주고 김형사 옷장을 열어제낀다.
이만치서 다른 사복 형사는 책상 위에 있는 디스켓 등을 모조리 쓸어담고 있다.
옥주 울상이 되서 보는데..
김형사가 옷가지 사이에서 통장 하나를 꺼낸다. 통장을 열어서 안의 내용을 본다.
S#8. 동아리방
문이 급히 열리며 민재가 들어선다. 안에는 진수만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다가 돌아본다.
민재 : 정태 일루 안 왔니?
진수 : 안왔는데요.
민재 : (다시 나가려다가 멈춰서 진수를 돌아본다) 나하구 얘기 좀 할래?
진수 : (잠시 모니터를 보고 있다가 마음을 정한 듯 돌아앉는다) 지원이 누나 얘기요?
민재 : (의자 끌어당겨 앉으며) 느이 아버님 좀 만나뵐 수 있을까? 너. 아버님하구 무슨 얘기 좀 해봤어?
진수 : 잠깐만요. 형. 우리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는 형도 좀 알잖아요. 난 아버지 앞에서 아무 발언권이 없어요.
민재 : 그래도 너 어제 서울 다녀왔지? 회사에 갔다 온 거 아냐?
진수 : 갔다 왔어요.
민재 : 회사쪽에선 뭐래?
진수 : ... 회장 아들로 얘기할까요?
민재 : 그래.
진수 : 일단 사건이 확대되는 건 원치 않아요. 누가 우리 회사 전산망에 들어왔다는 건.. 우리 주식값이 내려갈만한 얘기니까요.
민재 : 그렇겠지. 그래서.
진수 : 중요한 건 누가 우리 자료를 가져갔느냐에요. 그게 라이벌 기업이나 외국에 넘어갔다면 우리 타격은 말로 못할 정도에요.
그래서 지금 필요한 건 지원누나가 그 자료를 누구한테 넘겨줬는지 알아내는거죠.
민재 : 어이 잠깐. 지원이가 누구한테 그 자료를 넘겨주다니.
진수 : 지원누나가 직접 말했대요. 어떤 자료를 빼냈다는 거. 그리고 이미 메일로 보내줬다는 거.
민재 : 아니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진수 : 아르바이트라고 주장하고 있는 거 알아요. 우린 그게 거짓말이길 바라죠.
사실은 지원누나가 자기 배후가 누군지 알고 있길 바란다구요.
민재 :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진수 : 회장 아들로 얘기하라면서요.
민재 : (말 못하고 보는..)
진수 : (자기 머리를 거칠게 긁고는) 나도 믿고 싶지 않아요. 아시겠어요? 나도 안 믿고 싶다구요.
문이 벌컥 열리더니 재명과 옥주가 급히 들어선다.
재명 : 민재형. 이게 어떻게 된거야.
옥주 : 형사들이 와서 지원이언니 방 다 뒤졌어. 속옷까지 막 다 뒤져놨다구.
재명 : 정태형은 서울 간대매?
민재 : 어딜 가?
재명 : 아까 만났는데 경찰서 간다든데?
민재 : (벌떡 일어나며) 뭐야?
S#9. 유치장 내부
지원이 벽에 붙어앉은 자세로 잠이 들어있다가 지레 움찔 놀라 깬다.
새삼 주위를 둘러본다. 이제 유치장 안에는 아무도 없고 지원이 혼자 앉아있다.
지원 추운 듯 양팔을 더욱 깊게 감싼다.
그러는데 안보이는 곳에서 문 열리는 소리. 발소리. 그리고 자현이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자현 : (E) 전치 2주. 웃기지 말라 그래요. 아니 그 자식 해골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댑니까? 그 진단서 가짜라니까.
철창문이 열리고 경찰이 자현을 밀어넣는다. 자현 들어와서도 재빨리 철창에 매달리며.
자현 : 아저씨. 잠깐만. 우리 집에 전화했을 때 누가 받았는지 알수 있어요? 이봐요. 아저씨.
경찰은 대꾸도 안하고 벌써 가버렸다.
자현 : 이거 아주 중요하다구요. 남자가 받았어요? 아저씨이.
으이씨.. 해서 단념하고 돌아서다가 지원을 본다.
자현 : 어. 아직 여기 있었어요?
지원 : (대꾸없이 시선 피하는)
자현 : (옆에 털썩 주저앉으며) 댁두 무슨 합의 볼 일이 있는거에요? 웬만한 잡범들은 새벽에 다 나가는 거 같든데.
지원 : ...
자현 : (지원의 무시에도 상관없이) 아아 자식. 진짜 쫀쫀하게 구네. 살다가 쌈도 할 수 있는거고. 싸우다 다칠 수도 있는거지.
치사하게 경찰서까지 와서 징징대구 있어.
지원 : (그제야 자현을 보다가) 싸웠어요?
자현 : 제대루 싸운 것두 아니에요. 자식이 술 쳐먹고 웬 여자를 잡고 난리를 치드라구. 그래서 내가 그랬죠. 어이 그러지 마세요.
아니 야 그러지 마. 그랬나. 하여간 그랬더니 그 자식이 넌 뭐야. 그러잖아요. 그래서 난 나다. 그러다가.. 붙었죠.
지원 : (어이없어 보는)
자현 : 그 놈이 워낙 취해있어서 상대두 안됐어요. 그냥 밀었는데 지가 나가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친거라구.
지원 : 그 여자분이 증언 안해줬어요?
자현 : 도망갔어요. (하더니 씨익 웃는다)
지원 : 그럼.. 어떻게 되요?
자현 : 머.. 경찰두 귀찮으니까 합의를 하고 끝내래요. 까짓 합의야 해주면 되는데.. 으으.. (괴로운 얼굴)
지원 : 돈이 없어요?
자현 : 돈도..말하면 가져올텐데..그게 문젭니다. 누가 가져오느냐. 막내오빠가 오면 제일 나은거고. 큰오빠가 오면 잔소리 세시간.
근데 둘째오빠가 오면.. 음.. 난 죽었어요.
그 때 경찰이 다가오며.
경찰 : 구지원.
지원 고개 돌려 본다.
S#10. 수사대
책상 위에 올려지는 진수의 노트북.
김형사가 앞에 앉은 지원을 보며..
김형사 : 이거 정진수란 학생한테서 빌린 거 맞지?
지원 : 네.
김형사 : 이 노트북으로 이번 범행을 했고.
지원 : 범행이 아니고 아르바이트였습니다.
김형사 : ... 정진수가 조원그룹 회장 아들이란 거 알고 있었지?
지원 : 네.
김형사 : 이 노트북 안에는 조원 전산망과 연결된 패스워드가 있었어. 그리로 들어간건가?
그러니까 처음부터 그걸 노리고 이 노트북을 빌린거냐고.
지원 : (놀라 보다가) 그건 몰랐어요.
김형사 : 그럼 순전히 자기 실력으로 전산망에 들어간거다.
지원 : 네. 그리고.. 저 죄송하지만 제가 보낸 메일 주소 확인하셨어요?
김형사 : (말없이 보는)
지원 : 그건 분명히 조원그룹의 이메일 주소였어요. 그걸 받은 사람이 있을거잖아요.
김형사 : 회사내 아이디 맞어. 그런데 그 아이디를 다른 곳으로 링크해놨 드라구.
지원 : (초조해지며) 그럼 그 링크된 서버가 있을거잖아요. 그 서버에 알아보면 메일을 받아간 아이피 주소를 알 수 있고.
그럼 그 컴퓨터만 찾으면..
김형사 : (보다 허어 웃더니) 지금 나한테 수사 지시를 하는건가?
지원 : ..형사님껜 그냥 수사지만 저에겐 일생이 달린 문제입니다.
김형사 : ...링크된 서버가 미국쪽인데 비실명 등록이 가능한 곳이야.
지원 : 그거 수사협조가 안되나요?
김형사 : 협조공문은 이미 보냈지. 우리로선 기다릴 수 밖에 없고.
지원 : (초조해서 생각해보는)
김형사 : (물끄러미 지원을 보다가) 그런데 말이지. 내 생각에는 아무래도 학생이 너무나 연기를 잘하고 있는 거 같애.
지원 : (번쩍 고개 들어 보는)
김형사 : 얼마 받기루 했어?
지원 : 말씀드렸잖아요. 이건 테스트용이었고. 성공을 하게 되면 그 때 컨설팅을 맡겨주기로 했다구요.
김형사 : 그래? (하더니 서랍을 열고 통장을 하나 꺼내 책상에 던져 놓는다) 그럼 여기 들어온 돈은 어디서 난거지?
지원 : (통장을 들어본다) 이건 제껀데..
김형사 : 그렇지. 학생꺼지. 거기 이틀전 날짜로 오백만원이 들어왔던데.
지원 : 그럴 리가.. (페이지를 뒤져보는)
김형사 : 이봐. 고작 오백만원에 남의 회사에서 수십억씩 들여 연구한 걸 훔쳐? 그게 공학 공부하는 학생이 할 짓이야?
지원 너무나 황당해서 통장의 액수를 확인하고 형사의 얼굴을 다시 보고.
김형사 : (아주 짜증난 듯) 그러지말고 알고 있는 거 말해. 이러다간 학생 혼자 다 뒤집어쓰게 되있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S#11. 학교 복도 낮
박교수가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고 있다. 평소와는 달리 걱정스러운 얼굴.
S#12. 처장실
들어서는 박교수.
안에는 이미 처장이 서성거리고 있고. 이교수가 앉아있고.
박교수 : 저 왔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된 일이라구요?
처장 : 구지원이란 학생 아시죠.
박교수 : 알죠. 지원이. 내 학생이죠.
이교수 : 지원이가 만수 해킹 문제의 주범이래요.
박교수 : 주..주범.. 여기서 범은 범인할 때 그 범입니까?
처장 : 박교수. 이게 보통 문제가 아닌 모양입니다. 전자과 유교수님을 좀 만나보세요.
조원그룹의 반도체 연구를 같이 하는 분이니까. 뭔가 정보를 주실겁니다.
박교수 : 전자과 유교수님.. 예.. 예 그런데..
처장 : 그런데구 뭐구 우리 카이스트 학생이 산업스파이 짓을 했다. 이렇게 되면 이게 무슨 얘긴 줄 아십니까?
나라에서 대준 돈으로 도둑질을 가르쳐온 겁니다. 우린.
박교수 : (말문이 막힌)
이교수 : (일어서며) 같이 가시죠. 유교수님 지금 칩스에 계신가 모르겠네.
S#13. 강의실
학부 3학년 강의 시간. 유교수가 마지막 종강 수업을 하고 있는 중.
유교수 : 종강을 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여러분이 이 반도체라는 것을 좀 더 소중하게 생각해달라는 말입니다.
반도체 산업, 특히 CMOS 메모리 산업은 우리나라 기술과 생산력이 세계 시장의 4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3분의 1이 전자제품인데. 이 전자제품의 40퍼센트 이상이 반도체 DRAM 단일품목이구요.
액수로는 약 20조원의 돈을 DRAM 하나로 벌어들이는 겁니다. 이제 이러한 기술력을 이어나갈 책임은 젊은 여러분에게
넘겨져 있습니다. 여러분이 오늘 밤 잠을 자거나 술을 먹느냐. 아니면 반도체 연구에 매달리느냐에 따라
우리나라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말입니다. 알겠습니까?
학생들 : 네.
S#14. 칩스랩
유교수와 박교수 이교수가 앉아있다.
우람찬군이 세사람 앞에 찻잔을 놓아주고 가는 사이 진행되는 대화.
박교수는 사이. 적당하게 고맙다는 인사도 하고.
유교수 : 제일 큰일난 건 조원그룹쪽입니다.
이교수 : 이번에 유출된 자료가 그렇게 중요한 거였나요?
유교수 : (옆의 컴퓨터를 조작하여 화면을 불러내며) 조원그룹에서 세계최초로 개발한 4Giga DRAM입니다.
화면에는 설계중인 메모리 셀코어 화면이 뜬다.
유교수 : 성능이 우수하고 Chip면적이 아주 적은 게 특징이지요. 이건 지난 2년 동안 우리 연구원들이 밤잠 설쳐가며 만든 거에요.
이 도면이 해팅을 당한 겁니다. 안타까운 일이에요.
박교수 : 이걸 누가 훔쳐갔을까요. 혹시 짐작가는 데 없으세요?
유교수 : 글세요. 그런건 함부로 짐작할 수도 없는 거겠지요.
박교수 : 하아참. 이걸 어느 나쁜 놈이 우리 순진한 학생을 속여서 빼낸거라구요. 그러니까 내 학생이 너무나 우수한 해킹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게 문젭니다. 내 이럴 줄 알았어요. 우리 애들을 탐낼 줄 알았다고.
이교수 : 혹시 PROCESS PARAMETER까지 빠져나가진 않았을까요.
유교수 : 그럼 정말 큰일나는 거지요.
박교수 : 그건 뭔데요? 뭐가 어떻게 큰일나는 거에요? 그게 큰일이면 우리 지원이는 더 큰일나는 거잖아요.
S#15. 컴수사과 앞 복도
문이 열리고 정복 경찰 한명과 나서는 지원. 뭔가 골똘이 생각하는 표정으로 걸어가는 지원.
지원이 복도의 코너를 돌아갈 쯤 이쪽에서 급하게 걸어오는 정태.
지원과 마주치지 못한 채. 팻말들을 보며 걸어오다가 수사과의 팻말을 본다.
S#16. 수사대
들어서는 정태.
안에는 두어명이 각자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을 하고 있고.
정태 : (목을 가다듬더니 일단 큰소리로) 전 카이스트 학생입니다. 이번 사건에 담당형사님을 찾아왔습니다.
김형사, 정태를 돌아본다.
S#17. 동아리방
민재가 전화기에 호출 버튼을 누르고 있다. (방에는 재명. 옥주. 민재. 마이클)
재명이 옆에서 보다가.
재명 : 아직 연락 없는 거 보면 호출기를 꺼놨나봐.
민재 수화기를 탕 놓고.
민재 : 망할 놈. 무작정 찾아가서 어쩌겠다는거야. 가서 무슨 말을 하겠다는 거냐고.
S#18. 수사대 사무실
김형사, 앞에 앉은 정태를 빤히 보며..
김형사 : 그래서. 그 아르바이트 제의를 받은 건 학생이 먼저였다.
정태 : 그렇습니다.
김형사 : 왜?
정태 : 예?
김형사 : 왜 자기가 받은 아르바이트를 구지원에게 넘겨줬지?
정태 : 그건.. 전 아르바이트가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김형사 : 그리고.
정태 : 지원이는 집안사정상 아르바이트가 필요했으니까요.
김형사 : 집안사정이 안좋다..
정태 : (불안해진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지원이는 옳지 못한 일을 할 애가 아닙니다.
자기가 굶어죽어도 자존심 굽힐 애가 아니라구요.
김형사 : 그럼 처음 아르바이트 제의를 한 사람을 봤나?
정태 : 저는... 전화로만 얘기했습니다.
김형사 : (말없이 정태를 보다가) 이거봐. 구지원하구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수사 방해 하는 거 학생한테 안 좋아.
정태 : (화나서 보는)
김형사 : 학생이 구지원하고 친한 사이라면 말이야. 만나서 얘기를 좀 잘 해봐. 이렇게 무조건 입다물고 있을 일이 아니야. 이거.
그 자료가 외국으로 빠져나갔으면 어쩔거야.
정태 : (형사를 노려 보다가) 사실 그 자료를 빼낸 건 접니다.
김형사 : 어이 학생.
정태 : 지원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내가 하란대로 해킹을 한거 뿐입니다. 중간에서 일을 꾸민 건 접니다.
그러니까 조사를 하려면 저를 잡고 하십시오.
김형사 : 구지원은 내보내 주고?
정태 : 지원이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아르바이트인 줄만 알았다구요. 내가 중간에서 그렇게 시킨 겁니다.
내가 지원이에게 해킹 프로 그램도 줬습니다. 확인해보십시오.
김형사 : (잠시 보더니) 그래? 그럼. 주소가 어떻게 돼?
정태 : 예?
김형사 : 자료를 빼낸 메일주소가 어떻게 되냐고. 중간책이라면 그 정도는 알 거 아냐.
정태 : (대답 못하는)
김형사 : (상체를 기울여 가까이 하더니) 이건 장난이 아니야. 국가경제에 관계된 일이라고.
정태 : (말없이 노려보다가) 지원이를 만나고 싶습니다. 만나게 해주세요.
S#19. 면회실
반으로 나뉘어진 방. 플라스틱으로 된 칸막이가 중간에 막혀있고.
이쪽의 가운데 우두커니 서있는 정태.
책상에 앉는 김형사. 신문을 하나 펼쳐든다.
기다리고 있던 정태, 칸막이 저쪽을 돌아본다.
저쪽의 문이 열리며 경찰과 함께 지원이 들어선다.
어둠에서 밝은 방으로 들어온 듯 눈살을 찌푸리다가 정태를 본다.
정태 칸막이 앞으로 다가선다.
지원, 망설이는 듯 하더니 앞으로 다가온다.
지원 : 안녕.
정태 : (말없이 보는... 이런 장소에서 지원을 보니 마음이 격해진다)
지원 : 수업은 어쩌구 왔어?
정태 : 간밤에 어디서 잤니?
지원 : (보다가 조금 웃는)
정태 : 유치장에서 잤어?
지원 : 그렇지 뭐.
정태 : (불끈하는 마음. 어쩌지 못해 딴 데를 보는)
지원 : 운이 나빴어. 좀 있으면 다 밝혀질거니까..
정태 : (잘라서) 미안해. 내가 소개한 아르바이트인데..
지원 : (잘라서) 내가 내기에서 딴거야. 니가 소개한 게 아니라.
정태 : ....
지원 : 부탁이 있어.
정태 : ..말해봐.
지원 : 옥주가 우리 집 전화번호 알어.
정태 : ..너희 집?
지원 : 괜찮으면 우리 집에 전화를 좀 해줘. 아마 연락이 가서 걱정하고 있을거야.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말해줘.
정태 : ...그래. 그럴게.
지원 : 그게 제일 맘에 걸렸어.
정태 : 그거 뿐이야?
지원 : ...지금은.
정태 : 고맙다.
지원 : 뭐가.
정태 : 나한테 부탁을 해줘서... 고맙다구.
지원 : (가만이 보다가 미소를 짓는)
저만치에 앉아있던 김형사 신문을 보는 척 하면서 흘깃 아이들을 본다.
지원 : (미소지어 있다가) 유치장.. 괜찮아. 밥도 잘 나와.
정태 : (웃지 않고 보고만 있는)
S#20. 유치장
경찰이 자기 책상 앞에 앉아서 뭔가 보고서를 쓰고 있고.
유치장 안에서는 자현이 담요더미에 기대 앉아 천장을 보며 허공에 뭔가 그려보고 있다. (현재 자동차 모터 설계도를 그리고 있음)
지원이 앉아서 뭔가를 생각하고 있다가 문득 자현을 돌아본다.
지원 : 자현씨는 오늘 쯤 나갈거라고 했죠?
자현 : 우리 집이 지방이라서 시간이 좀 걸리는 거니까. 오늘 중으로는 오겠죠뭐.
지원 : 나가게 되면 내 부탁 하나 들어줄래요?
자현 : 그래요. (앉는)
지원 : 내가 메일 주소를 하나 알려줄게 외울 수 있겠어요?
자현 : 해봅시다.
지원 : 그리고 이 메일 주소를 어떤 사람한테 좀 알려주세요.
자현 : 그럼 그 사람 전화번호도 외야 되네.
지원 : 대전에 카이스트라는 대학이 있어요.
자현 : (어? 하는 얼굴로 보는)
지원 : 거기 전화해서 미스터라는 동아리를 찾으면 되요. 그 동아리에..
자현 : (갑자기 웃기 시작한다)
지원 : (의아해서 보면)
자현 : 몇학년이에요?
지원 : 나.. 4학년인데.
자현 : (지원의 등을 퍽 때리며) 나두 4학년이야. 너 무슨 과야?
지원 : (어이없어 보는)
자현 : 나 기계과야. 부품 사러 왔다가 이 꼴이 된거고. 우와. 이게 무슨 인연이래.
지원 : 카이스트 학생이라구요?
자현 : 그렇다니까. 말놔. 미스터 동아리 나두 알어. 로봇 축구하는 애들이잖아. 그 중에 누구?
지원 : (망설이다가) 이민재라구 있어.
자현 : 오케이. 주소는. 주소만 알려주면 돼?
경찰 : (E) 추자현.
자현 : (밖에 대고) 아이구 가만있어봐요. 지금 한참 재밌는데.
경찰 : (문을 열며) 나와.
자현 : (문쪽으로 가며) 어 벌써 왔나. (나가다가 문득 멈추더니) 누가 왔는지 봤어요? 나 찾아온 사람 어떻게 생긴 남잔데요?
경찰 : (한심해서 보다가) 웬 레슬링 선수같은 남자다. 안 나올거야?
자현 : 둘째 오빠다.
자현 도로 유치장 안으로 기어 들어오며.
자현 : 나 안나가요.
경찰 : 어이 추자현.
자현 : 나 그냥 여기 있을래요. 안 나가도 되요. (정말 심각하다)
S#21. 캠퍼스 저녁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학생 몇. 해가 기울어 어두워지고 있는 시각.
S#22. 석학의 집
미스터 동아리 회원들이 전부 모여있다.
정태가 보고를 마치는 중.
정태 : 내 설명은 여기까지야.
민재 : 좋아.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구.
대욱 : 어 잠깐만요. 근데 그건요. 구지원선배가 범인이 아니라는 가정에서만 할 수 있는 일 아닙니까.
만약 지원선배가 진짜 돈을 받고 그 일을 해준거면..
정태 : 지금까지 내 얘기 뭘루 들은거야.
대욱 : 사실 정태형도 잘 모르는 일 아닙니까. 지원선배가 그 사기꾼하고 만나는 장면은 못 봤잖아요.
정태 : (벌써 화가 치밀고 있다) 그래서.
대욱 : 그러니까 그 자리에서 무슨 얘기가 오고갔는지는 모르는 겁니다. 첨에는 지원선배도 아르바이트인 줄 알고 갔겠죠.
그렇지만 사람 맘이 어디 그렇습니까? 지원선배가 집안사정도 어렵다면서요. 사람이 돈 앞에선 누구나 약해지는 겁니다.
그래서..
정태 자리를 박차고 대욱의 멱살을 잡아일으킨다.
아이들 놀라서 같이 일어서고..
정태 : 계속해봐.
대욱 : 어어 난 어디까지나 가정을 해서...
민재 : (정태를 말리며) 놓구 얘기해.
정태 : 이 자식 말하는 거 들었지?
마이클 : 뭐야 그러니까 지원이 누나가 진짜로 스파이 한거야 아니야?
정태 : (마이클을 노려보는)
옥주 : 마이클 조용히 좀 해.
정태 대욱의 멱살을 밀쳐 놓는다.
대욱 뒤의 테이블에 부딪혀 겨우 서고. 미순과 진영이 놀라서 다가오고.
정태 아이들을 둘러본다.
정태 : 여기 또 의심하는 사람 있어?
모두 조용하게 정태를 본다.
옥주는 정태와 시선이 마주치자 얼른 두손을 흔들어 보인다. 정태, 진수를 본다. 진수, 외면한다.
정태 자기 가방을 나꿔채더니 나간다. 민재 할수없다는 듯 따라나가고..
미순 : (버엉해서 보다가) 니들은 지원이 의심하고 있었냐? 난 의심 안해. 왜. 지원이는 이제껏 한번두 외상 안 진 애야.
그런 애는 의심하면 안되지.
옆에서 진영이 열심히 끄덕이고 있다.
S#23. 동아리방 앞 복도 밤
정태와 민재가 걸어오고 있다.
민재 슬쩍 정태의 눈치를 보고는...
민재 : 너 좀 냉정해질 수 없겠냐?
정태 : 이 이상 더?
민재 : 이런 건 냉정하게 풀어가야 되지 않겠어?
정태 : (멈추더니) 뭘. 냉정하게 뭘 어떻게 풀어?
민재 : 어이 이봐. (말하려는데)
자현 : (E) 거기 미스텁니까?
돌아보면 미스터 동아리 방 앞에서 벽에 기대서 기다리고 있던 자현이 그들을 보고 있다.
자현 : 이민재란 사람을 찾아왔는데요.
S#24. 동아리방
정태와 민재가 보고 있는 가운데 자현이 테이블 앞에 서서 뭔가를 죽죽 적고 있다.
적은 것을 내밀어주며.
자현 : 제대로 외웠나 모르겠네. 아무튼 이겁니다.
민재 : (재빨리 집어들어 보는)
정태 : (옆에 붙어 보다가 민재를 본다)
민재 : 이거 조원그룹 서버잖아.
자현 : 에.. 전하는 말로는 그 주소가 다른데로 링크가 되서 뭐라드라..
민재 : 다른 서버에서 받았다는 거에요?
자현 : (끄덕이더니) 그런 얘기같았어요.
민재 : 그래서요?
자현 : 내가 받은 메시지는 거기까진데요.
정태 : 이거면 돼. 우선 이 주소에 링크된 주소를 찾아내서 그 서버에 들어가는 거야. 그럼 이걸 받은 놈 위치를 알 수 있어.
민재 : 아니 잠깐만. 경찰에서는 그 생각을 못해서 안하구 있겠냐. 너 해킹을 하겠다는거야 지금?
지원이 있는 유치장에 옆방으로 들어가고 싶어?
정태 : 지원인 민재 너한테 부탁을 한거야. 니 이름으로. 근데 니가 그렇게 말할 수 있는거냐.
민재 : 왜 니가 아니고 나한테 부탁을 했는지, 너 정말 모르겠어? 난 해킹엔 너보다 약해. 근데 왜 내 이름을 댔겠냐고.
정태 : (잠시 민재를 보다가) 알았어. 더 생각해보지.
민재 : (의심스러워 보는) 너 지금 속으로 무슨 생각하고 있어?
정태 : 여기서 헤어지자구. 헤어져서 각자 생각해보고..
순간 의자를 걷어차는 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면 자현이 무뚝뚝한 얼굴로 의자를 걷어차놓고는 한번 더 툭 차고.
자현 : 도대체 뭘 믿구 이런 애들한테 부탁을 한거야.
말릴 새도 없이 민재가 들고있던 메모를 채가버린다.
자현 : 이건 내가 알아서 하죠. 만나서 반가왔슴다.
자현 문쪽으로 움직이는데 순간, 거의 반사적으로 정태가 자현의 팔을 잡고 민재는 문 앞을 막아선다.
그래놓고 민재, 민망해서 흠흠..
S#25. 박교수 연구실 밤
박교수 마악 퇴근하려고 나서는데 문을 열고 들어서는 민재.
박교수 : 어. 민재군. 웬일이야.
민재 : 한가지 여쭤볼 게 있어서요.
박교수 : 이 밤중에? 그래 말해봐.
민재 : 만약에.. 말입니다. 제가 어떤 서버에 들어가려구 한다면요.
박교수 : (눈이 가늘어져서 보는) 그래서
민재 : 어떤 경우에 그게 해킹이 안되는거죠?
박교수 : 해킹을 하면서 해킹이 안되는 방법?
민재 : ...어.. 그렇습니다.
박교수 : (여전히 의심스러워 보며) 그래? 음.. 방법이 있긴하지.
민재 : 있어요?
박교수 : 서버 담당자가 해봐라.. 하고 허락하는 경우.
민재 : (실망) 허락해줄 리는 없다고 가정한다면요.
박교수 : 나같으면 약올리겠어.
민재 : 예?
박교수 : 나 느네 서버에 들어갈거다. 들어갈거야. 이러고 약올리면 그쪽에서 웃기지 마라. 들어올 수 있음 들어와봐라..
이럴지도 모르지.
민재 : (생각해보는.. 점차 희망이 생기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가려는데)
박교수 : (이미 짐작을 하면서) 아참. 한가지. 혹시나 해서 나도 가정법으로 말하는 건데 말야. 그런걸 할 때는 역추적을 생각해서
장소를 잘 선택하는 게 낫지 않을까. 예를 들면... 카이스트 내부에선 곤란하다 이거지.
민재 : (활짝 웃어지는) 명심하겠습니다.
꾸벅 인사를 하고 나간다. 남은 박교수 혼자 안절부절하다가.
박교수 : 교수란 직업은 가끔 곤란해. 이럴 때 껴주지도 않구 말이지.
S#26. 캠퍼스 일각 밤
정태와 진수가 앉아있다. 진수는 자현이 줬던 메모를 보고 있다.
정태 : 이거 느네 회사 주소 맞지.
진수 : 그러네요.
정태 : 그 주소를 어떤 사람이 다른데로 링크해놨나봐.
진수 : 그런데요.
정태 : 넌 느이 회사 전산망을 이용할 수 있지 않나? 해킹이 아니고 정당하게.
진수 : (잠시 보다가) 정당한 방법을 찾아보죠.
정태 : 좋아. 그래서 그 링크된 서버가 어딘지만 알면 돼.
진수 : 이게 뭘 위한 건지는 물어보지 않겠습니다.
정태 : 고맙군.
진수 : 그냥.. 한가지만 알아주세요.
정태 : 뭐.
진수 : 난 지원이 누나 잘 안다고 생각했어요.
정태 : (보기만)
진수 : 알아온 시간으로 쳐도 형보다는 훨씬 길거에요.
정태 :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진수 : 그냥.. 내 자신이 부끄럽단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정태 : 뭔 소리야.
진수 : (일어서며) 그냥 그렇다구요. 그럼 오늘 밤 안으로 작업해서 알려드릴게요. 먼저 갑니다.
진수 가고.. 가는 모습을 보는 정태.
그 위로 들리는 자현의 목소리.
자현 : (E) 산디과라고? 그럼 그림 잘 그리겠네.
S#27. 동아리방 밤
자현이 아주 넉넉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있고. 앞에는 옥주와 재명. 마이클. 지민.
옥주 : 우리 산디과는 다른 대학 산디과하고는 좀 틀려요. 근데 왜요?
자현 : 어.. 이건 내가 생각해본 건데 말야. 지금 얘기를 들어보니까 지원이가 그 사기꾼을 본거잖아.
재명 : 그렇죠. 지원이 누나만 봤죠.
자현 : 그럼 몽따쥬를 만들 수 있잖아.
마이클 : 오우 그레이트. 이거 점점 스릴있어져. 몽따주. 만들어. 우리 전산과에 그 프로그램 있어.
자현 : 그래애? 그럼 됐네.
옥주 : 그치만 지원 언니랑 만날 수가 없잖아요. 지원언니랑 만나야 어떤 얼굴인지 얘기를 듣지.
마이클 : 그거 간단해. 여기서 작업하고 지원이 누나는 거기서 보고 전화로 얘기하고 그럼 돼.
재명 : 마이클 할 수 있어?
마이클 : 나 마이클 천재. 그거 누워서 밥먹기야.
옥주 : 떡먹기겠지.
그러는데 들어서는 지민과 대욱.
대욱 : 야 밤중에 웬 모임이냐. (하다가 자현을 본다) 어 저 여자는 누구야.
자현 : 어 난 추자현. (다시 마이클을 보고) 잘 좀 설명해봐. 여기서 작업하고 저기서 뭐하고 그게..
대욱 : (자현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여자 맞나? 맞는거 같은데..
자현 : (대욱을 보더니) 여자 맞어. (마이클에게) 그게 어떻게 하는건데.
대욱 : (옆의 마이클을 치며) 뭐하는 여자냐?
자현 : (여러번 방해를 받고 짜증이 나는 얼굴이 된다)
마이클 : 지원이 누나 친구야. 폴리스에서 만났대.
자현 : (대욱에게) 너 잠시만 조용히 해줄래. 우리 지금 얘기중인 거 안 보이냐.
대욱 : 너? 허허. 아주 말을 이쁘게 하십니다.
자현 : (성가신 듯 머리를 북북 긁는)
대욱 : (옆으로 오더니 버릇대로 자현의 어깨에 팔을 턱 걸치고) 이보십시다. 몇학년인지는 모르지만..
순간 자현이 대욱의 팔을 잡아 꺽어버린다. 대욱이 방심하고 있다가 어어.. 팔이 잡히는데.
자현 : 어 내가 또 왜 이러지. (얼른 대욱의 팔을 놔주더니 물러나며) 미안하다. 거의 반사적으로 이렇게 된다.
대욱 : (놀라서 잡혔던 팔을 문지르며 보는)
자현 : (정말로 미안해서) 진짜야. 너두 곰같은 오빠 셋하구 살아봐. 이렇게 돼. 어이 화내지 마. 어?
모두 놀라서 보고 있다. 특히 옥주는 눈이 동그래져 있다.
대욱 : (역시 놀라서) 방금 이 여자가 내 팔 꺽은거 맞냐?
자현 : 정말 미안하다. 어유 (자기 손을 때리면서) 불과 몇시간 전에 절대 손조심하겠다구 맹세를 했는데.
S#28. 진수의 방 밤
방에는 불이 꺼져 있는데, 책상 위의 스탠드만 밝힌 채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는 진수.
마지막으로 엔터를 치고 화면을 보더니 옆의 전화기를 든다.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다가.
진수 : 정태형? 진수에요. 찾았어요. 빠져나간 데가 FREEMAIL인데요. 이거 미국에 있는 서버에요.
S#29. 정태 민재의 방
정태와 민재가 나란히 앉아서 컴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메일을 보내는 중이다.
화면에는 영어로 되어있는 메일 내용이 보이고. 민재가 마지막 구절을 쳐넣고 있다.
민재 : 이 정도면 안되겠냐? 에.. 나는 세계 최고의 해커를 꿈꾸는 사람이다. 느네 서버 보안은 너무 약하다. 내가 뚫어볼까? 볼래?
정태 : 좀 더 자극적인 말 없어?
민재 : 근데 이거 답장이나 해줄까?
정태 : 그쪽엔 미안하지만 폭탄메일로 보내볼까?
민재 : 백통?
정태 : 만통은 어때.
S#30. 경찰청 전경 아침
S#31. 수사대 안
경찰과 함께 지원이 들어선다.
컴퓨터 앞에서 작업을 하던 김형사가 보더니.
김형사 : 어 앉어. (화면보며) 자.. 이렇게 하면 인스톨이 다 된건가.
지원 : (책상 맞은 편에 앉는)
김형사 : 아니 그쪽 말고 이 옆으로 앉으라고.
지원 : 조원그룹 직원들 사진은 다 검색해봤어요. 거기 내가 아는 얼굴은 없었구요.
김형사 : 전산과 박기훈 교수님이라고 알지?
지원 : ... 저희 지도교수님이십니다.
김형사 : 재미있는 생각을 하고 계시더군. 이 프로그램 알어?
지원 : (화면 옆으로 와서 들여다보는)
김형사 : 방금 보내줘서 받은거야. 해보겠어?
지원 : (프로그램을 확인하고는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는)
S#32. 전산과 양교수 랩
박교수와 양현승교수가 담소를 나누고 있다.
박교수가 슬쩍 돌아보는 곳. 남희가 수화기를 들고 있고. 컴퓨터 앞에 마이클이 붙어있고.
그 뒤에 재명 옥주가 서서 보고 있다.
남희 : (수화기에 대고) 여기 준비됐어. 거기 잘 나와?
그들 앞의 화면에는 인물을 그리기 전의 빈 화면틀이 보여지고 있다.
S#33. 수사대
김형사와 지원이 컴퓨터 앞에 있다.
화면에는 실시간 전송이 되는 화면, 앞의 씬과 같은 화면이 떠있다.
지원 : (전화기를 들고 있다) 잘 들어와요. 시작해도 되요? ...네 우선 얼굴형은.. (생각을 더듬으며) 길쭉한 편이에요.
나이는 20대 중반.
S#34. 정태/ 민재의 방
민재는 책상 앞에 엎드려 잠이 들어있다.
정태가 세수를 마치고 들어서다가 민재를 본다. 지나쳐 가려다가 멈칫, 다시 화면을 본다.
메일이 도착했음을 알리는 사인이 뜨고 있다.
정태, 민재를 퍽 쳐서 깨운다.
정태 : 왔어. 답장이 왔다구.
민재 부시시 일어난다. 정태는 이미 메일 확인 마우스를 누르고 있는 중이다.
S#35. 기숙사 앞 아침
학생 몇몇이 드나드는 입구의 모습. 그 위로 들리는..
자현 : (E) 이 자식이 여자 머리채를 잡아 흔드는거야.
대욱 : (E) 뭐야. 그래서 그걸 가만 놔뒀어?
자현과 대욱이 나란히 앉아서 얘기중이다. 무지하게 친해졌다. (입구가 보이는 땅바닥 정도에 둘이 책상다리로 퍼질러 앉아서)
자현 : 내가 깡패냐. 처음부터 팰 수는 없잖아.
대욱 : 야아 선배 성격 좋네에.
자현 : 일단 딱 잡고 쳐다봤지. 너 고만해라. 응? 이런 눈빛으루 말이야.
대욱 : 아이구 선배두. 취한 놈이 남의 눈빛이 보일 리가 있어?
자현 : 그래 바로 그거야. 이 놈이 완전히 술에 쩔어가지고... (하다가 입구를 봤다) 온다. (일어서는)
민재와 정태가 부지런히 나오다가 자현을 본다.
민재 : (자현에게는 엉거주춤 고개 숙여보이고 대욱에게) 나중에 동아리방에 들를게.
하더니 먼저 가는 정태를 따라 간다.
자현, 그들을 보다가 그냥 따라 붙는다. 대욱도 어리둥절한 상태로 따라간다.
걸어가던 민재와 정태. 자현을 돌아본다.
민재 : 어젠 고마웠어요.
자현 : 예. (계속 옆을 걷는)
민재 : (결국 걸음을 멈추고) 어디루 가십니까?
자현 : 댁들 따라가는 중인데요.
민재 : (대욱을 뭐야? 하는 얼굴로 보는)
대욱 : 난 이 선배가 형들 기다린다고 해서 같이 기다렸습니다.
정태 : (마음이 조급해서 옆에 서있다가) 미안하지만 할말이 있으면 나중에 하면 안될까요.
자현 : 할말은 없구요. 그냥.. (긁적긁적) 내가 시작한거니까 끝까지 옆에 있어야 되지 않나.. 뭐 그런 생각에서요.
민재 : 그럴 필요는.. 없는데요.
자현 : 뭐 필요해서는 아니고.. 어째 말만 전해주고 중간에 빠지는 게 비겁하단 생각이 들드라구요.
게다가.. 난 구지원이 맘에 들거든요.
정태 : (좀 짜증이 섞여서) 컴퓨터 잘 알아요?
자현 : 잘 모르죠. 그런데.. 아주 조용한 PC방은 압니다. 밤새 할 수도 있는 덴데요.
민재와 정태, 마주보는.
대욱이 뭔 일인가해서 보고 있는.
민재 : (대욱을 보더니) 이거 아무래도 4학년끼리 얘긴거 같은데 먼저 갈래?
S#36. 수사대
컴퓨터 화면에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 얼굴이 그려지고 있다.
여전히 수화기를 들고 화면을 보고 있는 지원.
지원 : 눈이 좀 더 가늘었어요.
화면에서 눈이 가늘게 변형된다.
지원 : 지금. 이거.. 네. 이게 제일 비슷한 거 같은데. 음.. 그리구.. 턱을 좀 더 짧게 만들어줄래요?
S#37. 양교수 랩실
마이클이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다. 옆에는 남희가 수화기를 붙잡고 있고.
화면에서 턱이 길어지며 새로운 윤곽이 잡히고 있다.
S#38. PC 방 전경
간판이 보이고..
S#39. PC방
내부 스케치. 몇 명의 학생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게임을 하는 이도 있고...
구석 부분에 정태가 작업을 하고 민재가 옆에 붙어서 같이 보고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로 가는 길목을 막듯이 의자를 중앙으로 끌어 비스듬히 앉아있는 자현.
기다리기가 지겨운지 늘어지게 하품을 한다.
S#40. 수사대.
김형사가 상체를 굽혀 흥미있게 보고 있고.
지원이 수화기를 들고 보는 화면. 재구의 얼굴이 어느 정도 비슷하게 윤곽이 잡혀가고 있다.
지원 : 많이 비슷해요. 근데 이마가 좀 더 넓었던 거 같은데...
화면상에서 이마의 형태가 바뀌고 있다.
김형사 옆의 다른 형사에게.
김형사 : 어이. 조원에 연락 좀 해봐. 여기 확인해볼 게 있다구 지금 좀 와달라구 해..
S#41. 양교수 랩
프린터에서 인쇄가 되어지고 있다. 조급하게 기다리던 옥주가 재빨리 프린트된 것을 잡아챈다.
다른 아이들도 둘러싸며 본다.
옥주 : 잘 생겼다.
재명 : 무슨 소릴 하는거야. 지금.
박교수 : (끼어들며) 어디 봐. 어디. (받아보며) 자 이젠 이걸로 어떻게 해야되지?
남희 : 인터넷에 올릴까요? 수배자입니다. 이렇게요.
마이클 : 오우 남희누나. 너무 몰라. 그럼 범인이 도망가잖아.
박교수 : 가만있어봐 근데 이 남자. 나하구 비슷하지 않나.
남희 : 교수님!
S#42. PC방 내부
이제 다른 손님은 거의 없다.
자현이 앉아서 순대를 맛나게 먹고 있다가 의자를 박차는 소리에 돌아본다.
정태가 벌떡 일어나 초조하게 서성거린다.
민재 : 밖에 나가서 한바퀴 돌구 올래?
정태 : 지금 몇시야.
민재 : (시계를 보는) 12시 다 되가.
정태 : (초조함을 누르려고 애쓰다가) 그럼 또 하루밤이야.
민재 : 뭐가.
정태 : 지원이 또 하루밤을 거기서 자야된다구.
민재 : (후우 한숨을 쉬는)
정태 : 그 생각만 하면 난.. (말을 못 잇는데)
자현 : (E) 걱정 마요.
민재 정태 돌아보는.
자현 : (먹어가며) 나두 첨엔 걱정했는데.. 그 친구가 워낙 가련하게 생겼잖아요. 근데 같이 있어보니까 아주 단단하드라구.
내가 걱정되는 건 댁들인데.. 그거 정말로 해낼 실력이 있는 겁니까?
민재 : (한심해지는) 이게 하루만에 할 수 있는 건줄 알아요?
자현 : 아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해킹인지 뭔지 진작 배워두는 건데.
정태 : 어 잠깐만. (화면을 보며 다가 앉는다)
민재 : 뭐가 잡혀?
정태 : (대꾸없이 작업을 계속한다)
S#43. 수사대 내부 밤
지원이 간절해서 보고 있는 곳.
조원의 강실장이 프린트되어져 나온 몽따쥬를 보고 있다가 고개를 젓는다.
강실장 : 모르는 얼굴인데요.
김형사 : 확실합니까. 조원의 아이디를 링크한걸로 봐서 내부 소행자가 아닌가 싶은데.
강실장 : 글세요. 다른 직원들에게도 확인해보겠지만 제가 아는 한 우리 직원은 아닙니다.
김형사 : (지원을 돌아보는)
지원 : (실망해서 고개를 숙이는)
강실장 : 그나저나 이렇게 시간을 끌면 어뜩합니까. 그 놈이 벌써 자료를 넘겼으면 어뜩게 해요. 그럼 우린 정말 큰일납니다.
김형사 : 한가지 믿는거라면.. 대개 이런 사건의 경우 그렇게 거래가 쉽게 이뤄지진 않습니다.
서로 거래액 조정이니 뭐니해서 약간의 시간이 있기 쉬운데..
강실장 : 그 약간의 시간이 얼마나 되냐 이겁니다. 하아 이거참..
말없이 앉아있는 지원.
S#44. PC방
주인이 졸고 있다.
이만치서 자현이 다른 의자에 다리를 올려놓고 잠들어있다.
이만치 컴퓨터 앞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정태와 그 옆의 민재.
화면의 빛에 어리는 그들의 얼굴. 현재 서버를 뚫고 들어가 작업중이므로 흥분된 분위기.
정태는 완전히 집중해있고, 민재는 옆에서 보며..
민재 : 좋아. 이제 아이피 어드레스만 알아내면 되는거지.
정태 : 잠깐만.. 아주 잠깐만 기다리라고.
민재 : (수첩을 꺼내고 볼펜을 찾아들며) 제발 한국에 있는 놈이어야 되는데. 설마 외국에서 받아간 건 아니겠지.
정태 : (엔터를 치고 그리고 보는데.. 얼굴이 굳는다)
민재 : 잡았어? (하다가 굳은 정태의 얼굴을 보고 화면을 본다) 뭐야.
정태 : 이 아이피 주소. 잘 봐.
민재 : (화면을 보다가 역시 얼굴이 굳는다) 이럴 수가.
정태 : (민재를 본다) 내가 제대로 보고 있는거지.
민재 : 이거.. 이 주소.. 143.248...
정태 : 카이스트야. 우리 학교에서 받은 거라고.
민재 더 생각할 것 없이 주소를 적는다. (주소는 숫자로 이루어지는 겁니다)
자고 있는 자현. 그 옆을 후다닥 달려지나가는 정태와 민재.
민재 나가려다가 뒤를 돌아보더니 할수없이 자현에게로 와서.
민재 : 이봐요. 어이.
자현 : (겨우 눈이 한쪽 떠져서) 왜요.
민재 : 잡았어요. 갑시다.
자현 : 아 그래요. (하더니 자세를 바꿔 계속 잔다)
민재 놔두고 가버린다. 자현 잠시 후 눈이 번쩍 떠지더니 돌아본다.
자현 : 잡았다고?
S#45. 캠퍼스 길 새벽
어슴푸레 새벽빛이 밝아오는 도로를 자전거 세대가 달려온다. 정태와 민재, 그리고 자현.
S#46. 칩스 랩 아침
창현이 문을 열고 들어오다가 보는 곳. 민재와 정태가 자기 컴퓨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자현은 하품을 하며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고.
창현 : 어이 니들 아침 일찍 웬일이냐.
민재와 정태, 선뜻 말을 하지 못하고 서로를 본다.
(시간경과)
컴퓨터를 톡톡 치고 있는 손가락. 창현이다. 창현 앞의 민재와 정태를 보더니.
창현 : 확실한거야? 그 메일을 받은 게 확실히 이 컴퓨터야?
정태 : 확실합니다.
민재 : (말하기 어려워서) 어.. 그러니까 혹시 선배님 말고 다른 사람이 이 컴퓨터를 쓸 수도 있었을까요?
창현 : ...(말없이 보다가 의외로 담담하게) 없다고 하면 내가 범인이 되는거군.
민재 : ...우리 친구 하나가 지금 유치장에 있어요.
정태 : 죄송하지만 저희하구 경찰서에 같이 가줄 수 있습니까? 지원이하구 만나보셨으면 하는데요.
창현 : 그 지원이란 친구한테 일을 시킨 사람이 나일 수도 있으니까?
정태 : ...그냥 확인을 해보고 싶은데요.
창현, 잠시 생각해보는데.
만수 : (E) 안녕하십니까. 좋은 아침입니다.
만수가 활기차게 들어서고 있다.
만수 : 심부름 왔는데요. 안녕하세요. (창현에게 인사하다가 민재네를 보고) 야아 니들 아침부터 열심이네에.
민재 : (시선 피하는)
만수 : 아참. 니들 얘기 들었어? 범인 몽따쥬 나온 거.
민재 : 범인?
만수 : 어. 지원이가 만났다는 그 사기꾼 있잖어. 그걸 나의 남희선배가 지원이랑 실시간 통신하면서
몽따쥬를 만들었대는 거 아니냐.
민재 : (얼른 창현을 돌아보는)
창현 : 그 몽따쥬 갖고 있니?
만수 : 거럼요. (주머니에서 구겨진 인쇄물 하나를 꺼내며) 내가 이걸 들고 대전시내를 돌아다닐까 생각중인데요.
햐아 내가 이 놈 땜에 고생한 거 생각하믄..
정태 후딱 뺏어서 펼쳐본다. 그리고 조용히 민재를 건네준다.
민재가 보면.. 그것은 창현과는 다른 재구의 얼굴. 민재 말없이 창현에게 건네준다.
창현 그것을 받아보는데. 순간. 굳는다.
창현, 아연한 얼굴로 뭔가를 생각해낸다. 그 위로.
재구 : (E) 외국에 연구소를 알아보는 중이야.
S#47. 회상 칩스 랩
창현이 종이커피를 건네주는 손. 맞은편에 앉아 커피를 받는 재구의 얼굴은 아직 안 보이는 상태.
재구 : 몇 년 밤을 새가며 연구하고 났더니 돌아오는 건 정리해고드라구.
창현 : (우울해서 보고 있는)
재구 : 뭐.. 이 땅에서 연구원 목숨이란 게 그렇지 뭐. 아는 건 반도체뿐이고. (이제야 보이는 재구의 얼굴) 배운 게 도둑질이라구
결국 내 머리를 사줄 곳을 찾아야 되는데.
창현 : 너 정도면 어디가두 안 받아주겠냐. 너무 걱정 마.
재구 : 야 목 탄다. 시원한 거 좀 없냐.
창현 : 어 기다려. 콜라 빼줄까?
창현 일어서 가는 뒤에 재구.
그들은 지금 창현의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다. 컴퓨터의 화면은 켜져있고. 작동 중.
S#48. 현재. 칩스 랩
창현,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민재와 정태가 빤히 창현을 보고 있다.
민재 : 아는 분이에요?
창현 :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런 걸로 봐서는 잘 모르겠는데. (몽따쥬를 민재에게 내주고 만수를 보며) 무슨 심부름이야?
S#49. 복도
민재와 정태와 자현 걸어오고 있다.
민재 : 분명히 아는 사람이었어.
정태 : 그래.
민재 : 이제.. 어뜩하지?
정태 : 어뜩할까.
민재 : 선배의 친구일 수도 있지. 그럼 우리 친구를 빼겠다고 선배의 친구를 고발하란 얘기가 되나.
정태 : 꼭 그런 식으로 표현해야겠냐?
자현 : (한걸음쯤 뒤에서 따라오다가) 그게 그런 식이 되는구나.
민재 정태 멈춰 돌아본다.
자현 : (이마를 긁더니) 이거 참 클났네.
민재 : 뭐가요.
자현 : 내가 벌써 전화했거든요.
민재 : 무슨 전화를 해요.
자현 : 지원이 담당형사한테요. 난 원래 생각보다 손이 빨라요. 어뜩하나.. 형사가 좋아서 금방 달려온다구 했는데.
민재 정태 아연해서 서로 마주본다.
S#50. 캠퍼스 행정동 앞
백곰이 정중하게 기다리는데 차가 도착하고 김형사가 내린다.
백곰 경례를 하고 안내를 한다.
S#51. 빈 강의실
백곰이 문을 열어주면 들어서는 김형사와 동료형사.
백곰 : 모든 참고인들을 모아놨습니다. 여기면 아주 조용하게 조사를 진행할 수 있으실 겁니다.
그럼 전 밖에서 경계근무를 하겠습니다.
김형사 고개 숙여 사의를 표하고. 백곰 정중하게 나가서 문을 닫고,
김형사 돌아보면 민재와 정태, 창현이 앉아있다가 어정쩡하게 일어선다.
S#52. 강의실 앞 복도
백곰이 근엄하게 서있다. 앞을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하고 어서 지나가라고 하고..
S#53. 강의실 내부
김형사, 메모를 하던 수첩에 볼펜을 끼우고 닫는다. 그 앞에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창현.
김형사 : 잠시 들렀던 친구라...
창현 : 몽따쥬에 있는 사람은... 예. 그렇습니다.
김형사 : 어디 있습니까. 그 친구란 사람은.
창현 : ...얼마전까진 창원에 있었습니다. 거기 연구소에 다녔거든요. 근데 아마 지금은 거길 떠났을 겁니다.
해고됐어요. 연구소에서.
김형사 : (초조해서 얼굴을 부비는데)
정태 : (민재에게) 지금 몇시지?
민재 : 열두시 이십분. (정태와 눈짓을 주고받고) 저어. 현재 그 사람이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있는데요.
김형사 : 뭐?
민재 : 실은.. 저희가 서버에 들어간 김에 그 사람에게 오는 메일을 하나 봤습니다. 일본쪽에서 보내온 메일인데요.
정태 : 자료를 오늘 넘겨주기로 한 거 같았습니다.
김형사 : (벌떡 일어서는) 뭐야?
정태 : (민재를 보며) 오후 세시였나.
민재 : 맞어. 두시간도 안 남았는데.
정태 : 그 메일을 추적하면 중간에 빼올 수도 있습니다.
민재 : 메일을 보낸 아이피 주소도 알 수 있구요. 그럼 그 사람이 메일 작업을 하는 장소를 알 수 있을 겁니다.
김형사 : (잠시 정지되어 보다가) 대체 니들 어디까지 해킹을 한거야. 내가 이 학교 학생을 줄줄이 잡아가야겠어?
민재 : 해킹은 아닙니다. (주머니에서 인쇄 종이를 하나 보여준다) 저희로선 서버 담당자의 허락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만.
김형사 : (종이를 가로채서 읽어보는.. 종이는 영문 메일을 인쇄한 것)
민재 : 대충 이런 내용의 편지입니다. 자기들 서버보안은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해커로부터의 도전도 받아주고 있다. 뭐그런.
김형사 : (갑자기 킬킬 웃더니) 좋아. 아주 좋아. 그럼 자네들 이제부턴 수사 협조를 해줘야겠는데.
정태 : 이건 저 혼자는 못합니다. 같이 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김형사 : (보다가) 구지원 얘긴가?
정태 : 그 친구를 더 이상 유치장에서 재우고 싶지 않습니다.
김형사 : 어차피 범인이 잡히면 해결날 문제야.
정태 : 단 하루도 싫습니다. 더 이상은.
김형사 말없이 보다가 문득 동료 형사를 돌아보더니.
김형사 : 비상망 체크해놔. 주소지 아는대로 출동해야 되니까.
S#54. 박교수 연구실
정태가 박교수 책상에 앉아 화면을 보고 있다. 그 뒤에 선 박교수와 김형사가 들여다보고 있고.
민재와 남희가 긴장하여 보고 있다.
민재, 문득 돌아보는 곳. 시계가 2시 50분을 가르키고 있다.
S#55. 수사대 사무실
지원이 컴퓨터 앞에 앉아 옆에 놓여진 종이를 보면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옆에 형사 둘이 화면을 보고 있고. 조원의 강실장도 초조해서 보고 있다.
S#56. 박교수 연구실
박교수 : 오오..
긴장하여 더욱 가까이 화면을 본다.
모니터에 메일이 들어온 것이 확인되는 화면이 뜬다. 정태 재빨리 키보드를 쳐대기 시작한다.
S#57. 수사대
지원이 재빨리 타자를 치고 있다.
화면에는 동작시켜놓았던 프로그램이 작동되면서 메일을 가로채 오는 장면...
보고 있던 형사 하나가 재빨리 전화기의 버튼을 누른다.
그 옆의 강실장은 너무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다.
S#58. 박교수 연구실
정태가 여전히 작업을 하고 있다.
김형사의 핸드폰이 울린다. 김형사 얼른 받아서.
김형사 : 나야. 어뜩게 됐어. ...그래? (박교수를 보더니 입이 벌어져서) 저쪽은 성공했답니다. 자료를 가로챘대요.
남희와 민재 박교수 너무나 좋아하고... 그 때.
정태 : 아이피 주소 알아냈습니다. 이건.. 국내에서 보낸건데요.
김형사 : (핸드폰을 던지다시피 하고 화면의 아이피 주소를 적는)
박교수는 좋아서, 바쁜 김형사를 틱틱 쳐가며.
박교수 : 보셨죠? 이런 거에요. 우리 애들 그 범죄수사대에서 아르바이트 시킬 생각 없으세요? 네? 좀 비싸긴 한데..
정태 겨우 긴장을 풀고 민재를 본다. 민재 빙긋 웃으며 엄지를 치켜보여준다.
S#59. 경찰청 전경 밤
S#60. 경찰청 복도
수사대의 문이 열리고 지원이 나선다.
지원 또박또박 걸어오다가 문득 보면 저 앞에 정태가 벽에 기대 기다리고 서있다가 지원을 본다.
지원 조금 미소 짓고 정태의 옆으로 온다.
정태, 지원과 함께 걷기 시작한다. 둘 다 말없이 좀 걷다가.
지원 : 고마웠어.
정태 : 어.
지원 : 여기까지 올 거 없었는데..
정태 : ... (대꾸없이 걷다가 멈춰선다)
지원 : (서서 보면)
정태 : 버스에서 내려서 여기 경찰서까지 오다 보니까..
지원 : (보는)
정태 : 당구장이 하나 있드라. 생각있어?
지원 : (웃지도 않고) 내기당구야?
정태 : 물론이지.
지원 : 내기 조건은?
정태 : 컴퓨터 한 대.
지원 : 이긴 사람이 갖는 거 맞어?
정태 : 쉽지 않을 걸.
지원 : 난 초등학교때부터 배웠다고 했잖아.
정태 : 오래 배웠다고 잘 하는 건 아니니까.
지원 : 나한테 지난 번에 졌던 거 생각 안나?
정태 : 지난 번에 졌다고 또 지란 법은 없지. 어제 꼴보기 싫던 사람이 오늘은 좋아질 수도 있는거고.
지원 : .. (보다가) 좋아.
정태 : 좋아.
둘 여전히 웃음기 없이 다시 나란히 걷기 시작한다.
그런데 각자 다른데를 보며 걷는 그들의 얼굴에 슬그머니 몰래 미소가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