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10. 21-10. 23( 무박 3일) 급히 짐 챙겨 전철로 안일초교에 도착하니 인숙 언니 사부님께서 멋진 차를 대기시켜 놓으시고 최신식 네비게이션을 작동시키셨다. 1호차에 한회장, 홍대장 인숙언니와 명숙이 타고 2호차에 은경언니, 운하 숙희, 경희가 탔다. 제 2경인고속도로를 달리니 30분도 안 걸려 일찌감치 도착한다. 2호차 식구까지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 오후 6시 00분 집결하여 승선표에 기록도 하고 미리 준비한 통닭, 족발, 김밥으로 약간의 요기를 하고(배 안에서는 음식물 반입을 못한다는 이야기를 언듯 듣고, 이 많은 음식을 어찌하나 고민도 하고....다행히 배 안에서의 사정은 달랐지만)
저녁 7시 인천 - 제주간 다니는 배는 6,322톤짜리 제법 큰 배였다. 오하마나호라는 이름을 가진 배였는데 일본에서 만들어 졌는지 짐보관함 동전도 일본코인이 사용된다. 이 배는 승용차 300대와 사람을 845명 싣는다나!
우린 3등석 이벤트실이라는 곳으로 배정되었다. 넓은 공간에 여러 단체 관광객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인다. 구석구석 좋은 자리엔 자리 깔아 놓아 우린 문간 기둥 옆에 자리를 잡을 수 밖에 없었다. 우선 배부터 채워야 할 것 같아 챙겨 온 음식을 펼쳤다.
태산회원답게 다양하고 맛깔스런 음식이 쏟아진다. 준비물담당 운하의 말을 잘 듣는 우리들~ 관광소주에 맥주에 포도주에, 갓김치에 배추김치에, 파김치에 푸짐한 김밥과 찰밥, 각 학교의 급식밥의 수준도 비교할 수 있었고! 은경언니표 모시풀떡, 명옥언니표 쑥현미찹쌀떡, 인숙언니 짱아치에 더덕무침, 오징어가 여기 저기서 한죽! 다양한 비상식량도 봉지에 넣어 배분하고, 옆동네 안면있는교장님처가댁의 찰밥에 또 다른 옆동네 사과까지 얻고, 푸짐한 저녁 식사를 하고 따끈한 차로 마무리~ 저녁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은 식당에 줄을 서서 5000원 식권으로 밥을 사먹는데 한시간씩 줄서서 먹은 밥이 너무 맛없다고 투덜거린다. 열심히 정보 수집해서 잘 준비해 온 것이 다행스럽다.
오늘은 평소보다 파도가 높다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4m의 풍랑이 일어 예상 시간보다 1시간 더 늦게 도착한다나! 그래서 그런지 속이 울렁이고 어지러워 모두 길게 누워버렸다. 울릉도의 악몽이 되살아나 걱정도 되고. “이럴 땐 한군데 집중해야해” 은경 언니의 말씀에 따라 우린 동전통을 꺼내고 월남뽕에 빠졌다. “ 아도”를 외치면서...
내일 산행에서 필요한 것들만 챙기고 가벼운 산행을 위해 짐을 보관함에 넣었다. 2개를 사용했는데 한 개당 2000원의 이용료를 지불하고.
배가 안면도 앞바다를 지날 때 밤하늘을 수 놓는 화려한 불꽃쇼가 4층 갑판에서 열렸다. 폭죽을 쏘고 흥겨운 음악에 맞춰 우리는 신나게 몸도 흔들고 환호성도 지르면서. 차가운 바닷바람이 한기를 느끼게 했지만 그 열기에 우린 추위도 잊을 수 있었다.
밤 11시가 소등시간이란다. 방송 후에 우린 길게 줄서서 받아온 모포를 한 장씩 뒤집어쓰고 잠들기 위해 노력했다. 내일의 한라산을 꿈꾸면서.
뒤척이면서 비몽사몽간에 아침이 밝았다. 일출 시각 6시 40분이라더니 구름이 많아 기대했던 바다에서의 일출은 못 보았다. 아직도 항로지도엔 목포에서 빨간 점멸등이 반짝거린다. 답답한 방에서 나와 밖으로 나왔다. 상큼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컵 라면에 어제 준비했던 식단으로 아침을 했다. 라면상자를 깔고 앉고, 종이접시를 깔고 앉아 흔들거리는 배에서 넘실거리는 푸른 바닷물을 보면서 식사하는 멋도 꽤 괜찮았다. 잠시 후 멀리 한라산이 눈에 들어온다. 아침 9시가 되어 제주에 도착했다.
연안여행사 1호버스에 옮겨 타고 성판악으로 이동했다. 차 안에서는 점심도시락과 삼다수물도 지급되고... 9,9000원에 배 태워주고 재워주고 밥주고......참 싸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몇 년 전 새벽 눈 쌓인 이 매표소에 도착해서 폭설로 백록담을 못보고 아쉽게 내려갔던 일이 생각났다. 높은 파도 때문에 늦어진 일정으로 우린 마음이 조급했다. 진달래 휴게소에 12시 30분까지, 백록담에 오후 2시까지 도착하지 못하면 뒤돌아 성판악으로 내려와 준비된 버스에 올라야 한다나! 하산 코스로 택한 관음사코스는 8.7km지만 9.6km의 성판악 코스보다 험하다고 겁을 주었다. 너무 장거리다 보니 이번 산행은 홀로 산행이 되었다. 한회장과 홍대장은 먼저 올라가고 나는 혼자서, 경희, 숙희 운하, 은경언니 인숙언니가 뒤를 따랐다.
겨울에는 보지 못했던 돌 깔린 길들이 지루하게 느껴질 즈음 아늑한 진달래휴게소가 나타났다. 겨울에 눈보라를 뚫고 도착해서 쉬어가던 그곳을 시간이 없어 그냥 지나쳤다. 내가 지나친 시각이 12시 25분이 다되었으니 뒤 일행은 무사히 통과해서 오늘 수 있을 까 걱정을 하면서.
한라산에서 핸드폰 연결이 안되어 무엇보다 답답했다. 가파른 길은 아니어서 숨이 차지는 않았는데 백록담 500m쯤 앞에서 마지막 경사길이다. 목책이 쳐져있었는데 지날 때 제주의 모든 바람의 힘을 다 합해 놓았는지 제대로 설 수가 없다. 한발 한발 바람을 헤치고 올라섰다. 바람은 세찼지만 기온은 걸은 탓인지 그다지 춥지는 않았다. 잔등으론 어김없이 땀이 흐르고 후끈거린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없어 앞을 보니 드디어 백록담이다. 또 반가운 얼굴 명옥언니와 정남의 반가운 상봉을 했다. 일찍 올라와 추워하고 있었다. 잠바를 꺼내 입고 점심을 먹기 위해 밥을 꺼내 놓으니 기온이 낮아 다시 쌀이 되는 기분이고, 몸을 안 움직이니 금방 한기가 몸을 엄습한다. 무엇보다 손이 시려워 밥을 못 먹겠다. 보온병의 물 한모금하고 있는데 반갑게도 숙희와 경희가 나타났다. 잃어버렸던 자식 찾은 냥 반가움에 환호성도 지르고. 추위에 시간 쫒김에 점심도 접고 하산길을 서둘렀다. 분명 세식구는 시간에 걸려 못 올라올 것이라면서 아쉬워하고... 산 정상에서 사진 한 장은 남겨야할 것 같아 곱은 손으로 셔터를 누르고, 날라가면서 폼도 잡았다. 내 주황캡 모자는 목책 밖으로 날라갔는데 구부릴 기운이 없었고, 또 한가지는 한라산 여신께 바치고 싶어, 또 흔적을 남기고 싶어 그냥 두고 왔다. ㅎㅎ 산지킴이들은 2시가 넘었다고 빨리 내려가라고 고래고래 소리친다. 해가 짧아 어두어져 하산길이 위험하고 더 험한 코스이고 버스타고 배로 간 시간에 늦는다고... 우린 부담스런 마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해야했다. 올라올 때의 그런 지리한 모습일 줄 알았는데 관음사쪽으로의 하산길은 아기자기하고 예쁜 곳이 많았다. 발 아래의 앙징스런 낙엽들과 낙엽송가루를 밟으며 여기 저기 사진 찍고 싶어 했지만 쫒기는 시간 때문에 발길을 멈출 수 없었다. 한라산은 산이 높아 사계절 다 볼 수 있다더니 융단모습의 가을의 단풍과 푸르름과 흰빛이 눈부시게 아름답던 고사목들과 연녹색의 오름동산들! 금강의 만물상을 옮겨 놓은듯한 웅장한 바위벽! 광대한 초원과 산안개와 피어오르는 구름사이로 보이던 제주의 시가지. 여기저기 우리의 발목을 붙잡는 곳을 아쉬워하며, 또 언제 올 수 있을까? 온다면 성판악에서 컴컴한 새벽에 출발해야 한다며 떠들었다. 내려오는 길은 정말 지루했다. 아직도 5.4km 남았다고? 1km 마다의 이정표가 끝나가고 있을 때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관음사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제대로 못 먹은 점심 탓에 배는 고프고 다리는 풀려 있었다. 운하가 열심히 붙여준 매직테프 덕에 덜 아팠겠지만.... 대기해 있는 차에 올라 명옥언니의 쑥떡을 꿀떡보다 맛있게 먹고(사실 쑥떡이 훨씬 맛있는 것이지만!) 비상식 봉지속의 비스켓도 꺼내 먹었다. 홍대장이 소리친다. “ 은경언니 운하가 내려오고 있데...!” “뭐, 그럼 산에 올랐단 말야? 백록담에...? 우와 인간 승리다. 우리도 늦었다고 재촉 받으며 내려왔는데, 어떻게?” 우린 차안에서 박수를 쳤다. 제주항 7시 출발 배에 우린 너무 정확히 도착했다. 너무 정확히 택시타고??? 명옥언니는 횟집에 50,000원자리 회를 주문해서 배로 갖고 오게 하고, 우린 그렇게 맛있는 회도 사서 들고 다시 청해진해운의 오하마나호에 올랐다. 이번엔 2층의 담화실이라는 방에 들어갔다. 68명 정원이라는 그 곳은 어제보다 좀 좁았다. 화장실은 가까웠지만 역시 문간을 차지해서 시끄럽고 불편은 했다. 온 기운을 백록담에 두고 내려 온 우리는 모두가 기진맥진, 떠 온 회에 소주 한 잔씩 하고 컵 라면 국물로 속을 달래고 잠자리에 누웠다. 오늘도 전해상에 내려진 풍랑주위보덕에 인천엔 1시간 정도 늦게 도착한단다. 쑤시는 무릎덕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잠깐 일어나서 밖을 나가니 레스토랑에서 라이브음악이 울려 퍼진다. “홀에서는 맥주파티가 열리고 ”댄싱퀸” 라이브음악에 맞춰 부부끼리 친구끼리 동료끼리 몸을 흔들고 있었다. 서양인모습의 키타리스트와 여성싱어가 흥을 돋구워 주고 있었다. 다시 들어와 뒤척이다 잠이 들었다. 햇살이 눈부실 때 갑판으로 나갔다. 주변에 작은 섬들도 많이 지나고 검푸른 물결은 변함이 없다. 슬리퍼 신고 햇살받으며 사진도 찍고. 아침 식사는 은경언니 추천한 인천금강산식당에서 하기로 하고, 간단히 모닝커피와 에이스를 매점에서샀다. 이것은 은경언니 엊그제 밤에 월남뽕 딴 돈으로 한턱 쏘셨지... 인천항에 도착하니 은경언니 동생부부가 차를 갖고 오셨다. 황공하고 죄송하여라! 언니의 품성같이 넉넉하고 좋아보였다. 감사한 두분! 금강산식당은 명성대로 싸고 푸짐했다. 서대매운탕이랑 갈치조림을시켰는데 밑반찬이 풍성하고 맛도 깔끔했다. 은경언니 사부님의 빽으로 오징어튀김도 덤으로 주고... 갓김치랑 오징어튀김이랑 간장게장을 포장까지 했다. 1인분 5000원짜리 맞아? 우린 의심할 수 밖에... 배를 채운 우리는 해수탕으로 발길을 돌렸다. 시설 좋은 그 곳은 해수 물방망이가 좋았다. 몸 구석구석 두들겨 주는 물안마로 뭉친 근육도 풀리고 피곤이 싹 사라지는 듯하다. 개운한 오미자음료로 갈증을 풀고 우린 그리운(?) 집으로 향했다. 승용차로, 버스로, 전철로... 다음달은 어디지 하면서.... ! 급히 예약하느랴 3등석밖에 안되었다고 아쉬워하는 회장님덕에 좋은 경험 새로운 추억 만들었구요~ 무엇보다 은경언니의 인간승리 감축드리고 세석의 환갑축제를 기대합니다. 회장님, 홍대장을 비롯 각자 맡은일 척척 도와 우린 더 멋진 모임이 될 수 있나봐요.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