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3일 첫기행(와흘 본향당)을 다녀와서
젊은시조문학회에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유홍준지음) 제주도편을 읽고 기행을 떠나기로 했다. 2013년 첫 기행이 시작되는 2월 23일 토요일이었다. 일 년의 시작은 2월부터인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1월에 열리는 정기총회는 전년도 정리에 전념하는 것 같다. 올해도 어김없이 2월 일 년 행사가 시작되었다. 마침 와흘 본향당 행사가 2월 23일이었다. 제주도 기행의 시작 날짜로서 안성맞춤 인 것 같다.
와흘 본향당 연중행사는 일 년에 두 번이다. 첫 번째가 음력 1월 14일 신년과세(세배)굿이다. 두 번째는 음력 7월 14일 마불림(곰팡이 제거)제이다. 그러나 수시로 갈 수 있는 날이 있다. 매월 음력 7일, 17일, 27일이다. 와흘 본향당은 일뤠(이렛)당 이어서다. 당은 새벽에 찾아가서 신과 독대獨對를 할 수 있다. 제주 여성사를 연구하는 김순이 삼촌은 당을 영혼의 주민센터라고 표현하고 있다.
한 달 전쯤 와흘 본향당에 혼자서 답사를 갔었다. 문이 잠겨 있었다. 표시판이 2개 있는데 하나는 본향당의 유래가 적혀 있고, 다른 하나는 방화사건 때문에 와흘리에서 출입을 통제 한다는 표시를 해 놓았다. 그 표시판에 와흘 이장님댁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답사 후 전화를 드렸더니 며느님이 받으셨다. 며느님 말씀이 준비하는 분들은 새벽에 가시지만 굿에 참석하는 분들은 8시 전후로 방문하신다고 하셨다. 덧붙여 점심은 마을에서 준비한 국수를 무료로 대접하니 식사 걱정 말고 오시라고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우리 회원들는 ‘10시까지 각자 와흘 본향당으로 오세요’란 공지사항에 당일 아침 태원이와 함께 출발했다. 먼저 가서 이것저것 구경했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아는 삼촌들도 몇분 계셨다. 와흘리 주민 분들이 점심용 국수를 삶을 화덕을 준비하고 계셨다. 밑반찬도 직접 만든 것 같았다. 톳무침이랑 유채나물 김장김치 등이 맛있어 보였다. 정성스레 준비하는 모습이 신년과세굿의 의미를 보여줬다. 옛날 어머님 살아계셨을 때부터도 와흘 본향당은 일본 교포들도 온다는 소문이 많았다. 대략 봐도 백명 정도의 구경꾼들이 보였다. 가고 오는 사람들이 수시로 생기니 국수 삶는 일도 큰 일인것 같았다.
신년과세굿을 지내는 곳인 본향당 중심으로 들어갔다. 큰 팽나무 두 그루 아래 깔개를 깔고 어른들이 앉아 계셨다. 그 뒤쪽으로는 주민과 구경꾼들 사진기자와 사진작가들이 분주했다. 나는 팽나무를 보는 순간 준비해둔 소지(하얀 한지, 소원을 마음속에서 종이에 새긴 백지)종이를 집에 두고 온 것이 생각났다. 태원이를 업고 집에 소지종이를 챙기러 갔다. 부랴부랴 다녀오니 와흘 본향당에는 회원들과 아이들이 많이 보였다. 회원들은 각자의 소지종이를 걸고 굿을 보고 사진도 찍었다. 회원들과 아이들은 흩어져서 굿 구경도 하고 본향당 그림같은 팽나무 구경도 했다.
회장님의 정리 하에 국수를 먹으로 입구 간이식당에 모였다. 주최 측 여자 삼촌들이 아이들이 많이 왔다고 “신년인데 선물이라도 줘야 하는데......”하며 아이들이 온 걸 반겼다. 그 와중에 나의 친고모님이 국수를 챙겨 주시겠다며 와서는 반 받은 과자도 태원이 먹으라고 챙겨주며 밑반찬도 챙겨주셨다. 그러면서 당부하신다. “아이들은 끝까지 있는 거 아니니 국수 먹고 빨리 가라” 성화셨다. 과세(세배)굿이라는 것이 모든 신들이 새해인사 받으시라고 부르는 굿이니, 많은 신들이 와서 영이 맑은 어린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까 고모님은 미리 걱정하시는 것 같았다.
우리((회장님, 사무국장님과 어린이 회원(가람, 가을, 은경, 은송, 민경, 원종), 서성금님, 고봉선님, 김은희님, 김미애님과 어린이 회원(은상, 은석, 도경), 나와 태원이)는 끝내주게 맛있는 국수를 곱빼기로 먹었다. 운전 안하는 회원 몇 분은 막걸리도 한 잔씩 마셨다. 그냥 헤어지기가 아쉽다며 가까운 선흘 까페에서 차 한 잔 하자고 자리를 떴다. 선흘 까페 입구에서 회장님차가 차머리를 돌렸다. 우리는 차꼬리를 따라 무작정 갔더니 선흘 동백동산이었다. 자리 잡고 차 마시면 산책이 힘들다는 선배님들의 의견을 따른 것이였다.
선흘 동백동산 입구에는 젊은 친구들이 와 있었다. 말투가 육지 관광객이었다. 잠깐사이 또 다른 젊은친구들과 한 가족으로 보이는 일행도 왔다. 우린 제주도민이면서도 몇 년에 한 번씩 방문하는데, 제주지역에서 동백동산에 무심했음을 미안하게 느껴졌다. 상쾌한 기분으로 동백동산을 걸었다. 연못에서 사진도 찍고 시심詩心도 챙기고서 나왔다. 나오는 길에 웅덩이에서 도룡뇽알과 도룡뇽을 봤다. 아이들은 신기해 하면서 신나했다. 산책 후 까페로 직행했다.
선흘 까페는 동네 가운데 있었다. 밀감 창고를 그대로 사용한 모습이었다. 내부도 시멘트벽에 까만 그랜드 피아노 하나가 덩그러니 있었다. 피아노 연주회를 하는 까페로 유명하다고 했다. 동네와 잘 융화되어 있었다. 맛있는 커피가 있어 불편한 좌석이었지만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각각 회원들이 굿본 이야기와 굿에 대한 궁금함을 이야기했다. 각자 사는 이야기도 곁들이느라 시간이 훌쩍 점프를 했다. 사무국장님네는 어린이 회원들이 한자 검정 시험을 본다고 일찍 자리를 떴다.
우리는 돌아오는 길에 선흘 낙선동 4.3성 유적지에 들렀다. 선흘서5길 7번지 낙선동마을 4.3의 전략촌이다. 갑자기 바람이 많이 불고 추웠다. 나는 태원이를 업은 상태여서 자세히 못 봤다. 아쉬웠지만 3월 행선지가 너분숭이니 다음을 기약 해야겠다.
첫댓글 너무 늦게 다녀온 소감을 올렸습니다. 핑게를 대자면 태원이 보느라고... 제 글 전에 누군가가 다녀온 소감을 올려 놓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모두 다녀왔으면 시조든 산문이든 올리는 젊은시조문학회 회원이면 더 많은 발전이 있지 않을까~요~? '고정국선생님 혼자서 써서 글이 엉망인데 혼내진 마시고 멋있게 이끌어 주세요~.'
그날의 여정을 따라 다시 한 번 다녀온듯한 느낌입니다. 글 쓰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ㅎㅎㅎ짦은 생각이라도 카페에서 뒷풀이 하자는 의견 찬성입니다. 적극 해보십시다.
단유님 글 참 오랜만입니다. 술술 세세히 잘 살피고 안고 다닌 모습입니다. 한자도 넣어주시고 감사합니다. 자청비님 말씀에 동감입니다. 3월이 지나면 여유가 생길듯 합니다. 젊은시조문학회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