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1200년대, 고려 고종 때 시작됐던 ‘아라뱃길’이 800여년 만인 지난 25일, 대한민국 최초의 운하로 정식 개통했다. 아라뱃길은 인천 서구 오류동(서해)과 서울 강서구 개화동(한강)을 잇는 총연장 18㎞짜리 물길이다.
앞으로 여객유람선 9척, 화물선 10척 등 총 19척이 운항하게 된다. 인천경제자유구역 및 개성공단과 가장 인접한 물류시설로 한반도의 물류 거점 역할 등을 수행하며 막대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한 전망이다.
그런데, 이런 물류와 경제적 효과 외에 하나 더 주목해봐야 할 것이 있다. 다름 아닌 새로운 관광·레저 공간이 탄생했다는 점이다. 사실 ‘아라뱃길’ 하면 인천과 서울을 잇는 자전거길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11월 시범 개방한 자전거길은 온라인 온라인과 SNS를 통해 입소문 타기 시작하면서 이미 자전거 마니아들의 천국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 4월 22일 진행된 ‘자전거대축전’ 및 ‘Tour de Korea’의 시발점도 인천 아라빛섬 정서진 광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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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빛섬 정서진 광장의 모습. 자전거대축전’ 및 ‘Tour de Korea’의 시발점이 됐던 곳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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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바람 타고’ 카누체험교실 참가자들이 카누를 타고 있다. |
아라뱃길에서 자전거만 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해이다. 아라빛섬에서는 매주 토, 일요일(오전 10시~오후 6시) ‘카누 체험교실’이 운영된다. 참가 대상은 초등학생 이상으로 1인당 3,000원의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레저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다문화 가정 및 소외계층의 어린이들은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이번 체험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대한카누연맹이 주관한 것으로, 국민의 삶의 질 제고와 친수공간의 활용을 극대화를 유도해 카누의 대중화를 유도하는데 목적이 있다.
카누 체험이 진행된 지난 26일, 기자도 한 번 동참해봤다. 총 2시간 동안 진행된 이 날 프로그램에는 총 128명이 카누 체험에 참가했다. 처음 30분간은 수상안전교육과 패들링 교육 및 카누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을 받았다. 다음 30분간은 강사의 시범과 함께 체조와 스트레칭으로 준비운동을 한 뒤 최종적인 안전점검을 받는다.
카누에 승선한 참가자들은 먼저 출발한 강사의 뒤를 따라 강을 순회한다. 강사는 노 젓는 법을 가르쳐주기도 하면서 처음 30분간은 강사의 지휘 아래 카누체험을 하고 나머지 30분간은 자유롭게 강을 돌아다니며 노를 저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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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누 체험 참가자들이 스트레칭과 체조를 하고 있다. |
가족과 함께 아라뱃길을 찾은 박민호(인천 서구·42)씨는 “아라뱃길이 우리나라 최초의 운하라는 점에서 아이들의 교육에도 좋은 장소 인 것 같다. 마침 카누체험이 있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며 “자전거만 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앞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이 생긴다고 하니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한카누연맹 카누 교육강사 심명섭 씨는 “카누는 안전사항만 잘 숙지하면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으며 운동 효과 또한 대단하다.”며 “많은 시민들이 카누 체험을 찾아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 수상 레포츠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카누체험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해당 운영일 전 날까지
대한카누연맹 홈페이지(http://www.canoe.or.kr)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하거나 현장신청 하는 방법이 있다. 개인 준비물은 간편복과 수건이 필요하며 생수는 주최 측에서 제공한다.
카누체험교실은 6월에는 총 9일 동안 시행되며 (2일, 3일, 9일, 10일, 16일, 17일, 23일, 24일, 30일) 7월에는 총 9일 동안 실시된다.(1일, 7일, 8일, 14일, 15일, 21일, 22일, 28일,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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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아라뱃길에는 많은 캠핑족들이 나와 즐거운 오후 한때를 즐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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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카를 가지고 온 관광객도 눈에 띈다. |
한편, 아라빛광장에서는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 날도 약 200여 명의 시민들이 이곳에서 캠핑을 즐겼다. 주변에는 매점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등을 갖추고 있으며, 취사는 금지된다.
그런가 하면, 아라빛섬 정서진 광장은 해넘이 축제, 설맞이 행사, 대보름 풍등축제, 매화축제, 뱃길음악회 등 다채로운 행사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여가·문화 공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여객부두 통합운영센터 1층과 5층에 위치에 있는 아라뱃길 홍보관에서는 갑문, 선박 운항 등을 직접 체험하며, 아라뱃길의 역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1층에는 안내, 로비, 전시공간, 영상관이 있으며, 5층에는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관람소요시간은 약 40분이며 연중무휴로 9시부터 18시까지 개관한다. 관람료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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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뱃길 홍보관에서 항해 체험을 하고 있는 한 관람객 |
한편, 경인아라뱃길 사업본부는 관광객들을 위한 볼거리로 뱃길 주변으로 펼쳐진 ‘수향 8경’을 선정했다. 선박 통항 기능만을 담당하는 세계 다른 나라의 운하와는 달리 친수문화 공간을 조성하고, 역사와 문화가 함께 흐르는 아름다운 뱃길을 창조하기 위한 취지이다.
서해를 테마로 한 1경은 수상 레저 시설과 수변 빌라 등의 시설이 들어서 서해의 낙조 조망과 바다 경관을 즐길 수 있다. 2경은 인천터미널 내에 인공 섬 테마파크를 만들어 서해 낙조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인공 섬에는 산책로·공연장·보트시설 등이 들어서고 주변에는 서해의 강한 바람을 이용한 풍력발전소 2대가 세워져 이국적인 풍광도 연출한다.
3경은 인천 서구 검암·검단지역을 연결하는 교통 요충지인 시천교를 중심으로 수상 무대, 수변 스탠드, 분수 등을 갖춘 워터프런트다. 이곳에는 풍차 조형물이 세워져 있고 가까운 검암역 주변에는 풋살 경기장 등 운동장이 조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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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향 8경’의 위치(사진=아라뱃길 사업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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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향 8경’ (사진=아라뱃길 사업단) |
‘아라계곡’으로 이름 지어진 4경은 인천 서구 일대로 인공 폭포와 우주선 모양의 아라마루 등이 들어선다. '아라폭포'는 아라뱃길의 물 800톤을 저장했다가 펌프로 끌어올려 떨어뜨리고 폭포의 가운데 터널을 통해 자전거나 도보로 지나갈 수 있다. 5경은 김포평야를 배경으로 전통 누각과 전통 담, 소나무 등이 어우러진 수향원이 펼쳐진다.
굴포천과 아라뱃길이 합류하는 지점에 있는 6경(두리 생태공원)은 생태공원으로 다양한 수생식물을 관찰할 수 있고 자연 학습 및 생태 체험도 가능하며 오토캠핑도 즐길 수 있다.
7경은 한강과 아라뱃길을 잇는 김포터미널로, 수상 레저 활동을 위한 대중 마리나 테마파크와 물놀이장이 들어선다. 마지막 8경은 한강 계획과 연계한 수상 레저 시설로 테마 공원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처럼 경인아라뱃길은 단순한 뱃길을 넘어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지닌 시민들의 휴식·레저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올 여름 바다를 찾아 멀리 떠날 것만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텐트·자전거 등을 들고 가벼운 마음으로 아라뱃길을 찾아 ‘수향 8경’을 둘러보며 피서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