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무 생각없이 책속에 푹 빠져 들 수 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플롯의 구성이 아주 뛰어나서 몰입도를 높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벅'이라는 개를 통해
바라다보는 세상의 모습 특히 알래스카라는 극지방이 가져다주는 신비스러운 모습과 주인공 '벅'
을 통해 전달되어지는 영웅성이 책을 읽는 재미를 높여주었다.
잭 런던이 실제 사금을 채취하기 위해 알래스카 유콘 강 유역을 떠돌아 다녔던 체험이 책속에
고스란히 남아있어서 사실성을 높였고, 제도권내에서의 문학공부가 아닌 다독을 통해 글쓰기에
몰입해서인지 독자들이 책을 읽기에 부담이 없는 서술구조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글쓰기에 천착한 문학인들이 얼마나 글을 어렵게 쓰는지 맛본 나로서는 '읽기가 쉽다'는게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의 문학이 미국문학에서 차지하는 위상이나 '자연주의 문학의 진수'라는 극찬보다 나에게는'벅'
이라는 주인공을 통해 재현되는 니체의 초인사상이 더욱 매력적이었다.
문명과 야성을 모두 경험한 '벅'이라는 개는 끝내 자신의 주인이 죽자 야성으로 돌아가 늑대들의
우두머리가 된다. 자신의 피속에 흐르는 야성의 부름에 마지막 저항의 요인이 되었던 사랑하는 주인
존 숀턴의 죽음은 그에게 마지막 금기시였던 살인을 가능케하였고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나약하고
보잘 것 없는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작가는 야성과 상상력을 타고난 절대영웅 '벅'을 통해 또다른 초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상상력으로 대변될 수 있는 문명의 지식과 내재된 야성을 겸비한 절대적 존재자를...
'벅'은 세인트버나드종인 아버지와 세퍼드인 어머니사이에서 태어나 밀러판사네 댁에서 평온한
나날을 보낸다. 어느날 정원수 조수인 마누엘의 손에 이끌려 낮선 사람들에게 팔려간 벅은
처음에는 으르렁거리며 저항하지만 붉은 스웨터를 입은 사나이로부터 곤봉세례를 당하고나서
바로 순종을 배우게 된다. 인간에게 저항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벅은 페루와 프랑수아라는
우편배달부를 만나면서 에스키모개들과 함께 생활하는 법을 배운다.
극지방에 도착하자마자 함께 온 컬리가 개들에게 잔인하게 공격을 당하는 모습을 충격적으로 지켜본
벅은 자신이 살아가야 할 세상이 문명과는 멀리 떨어진 야성의 세계임을 즉시 알아채린다.
두목자리를 두고 호시탐탐 자신을 노리는 스피츠라는 개와의 숙명적인 대결이 다가오고 있음을
아는 벅은 인간의 눈을 피해 스피츠를 궁지로 몰아 제거하고 몰이개들의 우두머리가 된다.
리더로서 자신의 일을 완벽하게 해내면서 인간들의 칭송을 받고 자신의 일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던
벅은 그후 자신들을 맡게 된 미국인 핼, 찰스, 머시디스의 허영심과 무지로 동료들을 하나씩 잃게
된다. 벅은 더이상 그들과 함께 가다가는 자신마저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사실을
예감하고는 그들의 여행길에 나서기를 완강히 거부한다.
벅의 저항에 화가 난 찰스가 벅을 곤봉으로 내리쳐 죽이려하자, 존 손턴이 그를 구해준다.
그후 벅은 주인 손턴을 위해서는 죽음을 마다하지 않는 충견이 된다. 자신의 몸을 던져 급류에 휩쓸려가는
주인을 구하고, 자신에게는 무리라고 여겨진 엄청난 짐을 끌어야하는 내기에서도 승리를 가져다 주는
등 손턴과 벅은 누구도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가 된다. . 하지만 손턴을 위해서 했던 내기는 결과적으로
손턴에게 죽음을 불러온다. 내기돈으로 알래스카의 사금을 캐러 떠난 여정에서 벅은 야성의 부름을
듣고 늑대와 자주 어울리게 되고 마침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해츠족의 습격을 받은 손턴일행은
모두 무참하게 살해를 당한다. 돌아온 벅은 사랑하는 주인에 대한 복수을 위해 인디언들을 잔인하게
갈갈이 찢어버리고는 늑대들과 함께 사라진다. 그후 늑대들 속에는 그들과 다른 우두머리가 보이기
시작한다는 소문과 손턴이 죽은 골짜기에 악마가 나타나 사람들을 해친다는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모두가 피하는 골짜기에는 해마다 여름이면 한 늑대의 아주 길고 슬픈 울음소리가 울려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