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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욱의 달구벌이야기](36)냉면·청요리·추어탕 옛맛 못 잊는 단골들 아직도 줄 잇네 | ||||||||||
◆부산 안면옥 냉면 부산 안면옥은 주인 안목천이 부산에서 가게를 열었다. 그러다가 1960년대 말 안씨의 부인이 대구로 올라와 지점을 냈고, 부산의 본점보다 영업이 더 잘 되자 부산의 가게를 대구로 합하고 말았다. 세월이 흘러 옛 주인은 고인이 되었고, 지금은 처족인 방수영(79)이 운영하고 있는데, 여름철에는 손님들이 많아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성업 중이다. 이따금 피란 내려온 나이 지긋한 분들이 만나서 정담을 나누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메밀로 만든 냉면인데 면발은 쫄깃쫄깃하고, 육수 맛 또한 특이하다. 사골`잡뼈`인삼 같은 재료를 하루 동안 푹 우려낸 국물에다 갖은 양념을 넣어 빚는다. 고유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지는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문을 닫아걸고 영업을 하지 않는다. ◆대동면옥 냉면 1960년대 초 안차천이 동산파출소 부근에서 가게를 열었다. 그는 부산 안면옥의 주인 안목천의 동생이다. 60평 정도의 적산가옥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 뒤 주인이 두어번 바뀌었으며, 지금은 네번째 주인 이옥자씨가 맡아서 22년째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따뜻한 육수를 개발하여 인기를 얻었는데, 냉면 삶은 물과 고기 삶은 물을 섞어서 육수를 만든다. 또한 메밀가루를 쓰는 냉면과 고구마 전분을 쓰는 냉면을 함께 한다는 게 특이하고, 그래서 면발을 씹으면 달짝지근한 맛이 난다. 처음엔 같은 집안에서 시작하였기 때문에 맛이 비슷했으나, 지금은 육수와 음식 맛이 서로 다르다. 어쨌든 대구를 대표하는 오래된 냉면 집이다. ◆인화반점 청요리 인화반점은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청요릿집이다. 중구청 건너편, 경북대 치과대학 동쪽에 있었다. 상호가 인화반점(仁和飯店)인데 주인은 악적창(岳積昌)으로 화교 1세대다. 한동안 휴업했다가 MBC 동편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문을 열었다. 그는 종로의 운남관에서 시작했다. 그 뒤 여러 집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다가 1953년 경북대 치과대학 입구에 자신의 가게를 열었다. 꾸준하게 운영해 오다가 2003년 말쯤 문을 닫았으나, 단골들의 성원에 따라 2005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 다시 가게를 열었다. 음식 맛이 좋을 뿐더러 분위기가 좋아서 옛 단골들이 즐겨 찾는다.
◆상주식당 추어탕 동성로 2가, 한일극장 동쪽 골목 안에 소문난 추어탕 집이 있다. 모녀 2대로 이어지는 상주식당은 대구의 음식문화를 상징하는 업소이다. 1950년대 초 상주가 고향인 천대겸 할머니가 가게를 열었다. 처음에는 봉산동 학사주점 입구에 가게를 열고 막걸리`청포묵`돼지고기를 팔았으나 1960년부터 추어탕으로 바꾸었다. 뒤에 한일로 부근으로 자리를 옮겨 꾸준하게 영업을 해오다가 1993년 천 할머니가 타계하면서 딸인 차상남에게 물려주었다. 아늑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는 한옥이 제격이다. 한때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번창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구를 지나칠 때 거르지 않고 들렀다는 일화가 있고, 지금도 전직 대통령이나 문화 예술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음식 맛이 담백할 뿐 아니라, 술을 팔지 않는 집으로 유명하다.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