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노래, 여든까지 간다(낫 놓고 ㄱ자, 달강달강, 동그랑땡)
낯 놓고 ㄱ자 누가 모를까. 나의 아주 어렸을 적을 회상한다. 많아야 서너 살 때일까? 엄마와 할머니의 품속에서 들었던 노래이다. 지금까지도 어렴풋이 생각난다. 이것도 각인된 것인가? 아주 어렸을 적인데도 지금까지 기억이 나고 행복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노래 제목이야 있었겠는가? ‘가갸노래’는 아니고 언문을 배우는 노래이었으니까 ‘언문 배우기’라고 하면 되겠지. 아주 어려서 들어서 배운 것이었기에 지금도 어떤 것은 또렷하게 생각나고, 어떤 것은 희미하고, 아예 생각나지 않는 것도 있다. 농경사회의 한글의 자음의 순서를 일상용품들의 형상과 주변 잡상들과 연관시키면서 반복하여 흥얼거리므로 저절로 외워지어 배우기 쉬운 유아 노래이다. 아래 노래 말은 나의 고향 충청남도 홍성(홍동)에서 같이 자랐던 누나와 함께 부르던 어렸을 적을 회상하면서 맞추어 본 것이다.
[2002.02.15]
낫 놓고 기역자, 누가 모를까(언문 배우기)
(구전동요, 저자 회상)
낫 놓고 ㄱ자 누가 모를까?
곰배팔이 ㄴ자 누가 모를까?
도투마리 ㄷ자 누가 모를까?
꼬불꼬불 ㄹ자 누가 모를까?
안방창문 ㅁ자 누가 모를까?
물 그릇 ㅂ자 누가 모를까?
토기입술 ㅅ자 누가 모를까?
코뚜레 o자 누가 모를까?
상투머리 ㆁ(꼭지이응)자 누가 모를까 ?
강아지입 ㅈ자 누가 모를까?
팔다리 벌린 ㅊ자 누가 모를까?
찝게가락 ㅋ자 누가 모를까?
쇠스랑발 ㅌ자 누가 모를까?
앉을깔개 ㅍ자 누가 모를까?
단지뚜껑 덮어놓고 ㅎ자 누가 모를까?
<한글 자모음 이름>
ㄱ(기역) ㄴ(니은) ㄷ(디귿) ㄹ(리을) ㅁ(미음) ㅂ(비읍) ㅅ(시옷) ㅇ(이응) ㅈ(지읒) ㅊ(치읓) ㅋ(키읔) ㅌ(티읕) ㅍ(피읖) ㅎ(히읗) ㅿ(반시옷) ㆁ(옛이응, 꼭지이응) ㆆ(여린히읗, 된이응)
* 곰배팔이는 팔이 꼬부라져 팔꿈치를 펴지 못하게 된 팔을 가진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꼭두마리는 물레 등을 돌리는 손잡이를 말한다(곰배팔이 대신 꼭두마리라고도
한다). 맷돌의 어처구니와 같이 생긴 ㄴ자 모양이다.
* 도투마리는 베를 짤 때 베틀 뒤쪽에 올려놓은 씨날(씨줄)을 감아놓은 틀이다.
ㄷ자처럼 생겼다.
* 꼬깔모자 ㅿ(반시옷)자 누가 모를까?
이밖에도 유아시절에 들어 매웠던 유아동요는 많이 있다. 나는 더 늙기 전에 내 기억을 되살려 놓은 <내 인생의 노래 자국>이란 책을 만들어 놓았다. 그중에서 몇 가지만 아래와 같이 기록해 놓는다. 옛날에 엄마와 할머니들이 애기들을 보아주고 놀아주면서 흥얼거리면 부르는 노래들이다.
달강달강
(구전 동요, 저자 회상)
달강 달강 달강 달강 서울 집에 갔다가
밤 한 되를 주워서 살강 밑에다 파뭏었더니
새앙쥐가 다까 먹고 밤 한 톨만 남았는데
화로 불어 구워서
알맹이는 네가 먹고 겁데기는 내가 먹고
강아지는 짚신짝에다 코 풀어 주자
※ 마지막 구절에서 애기들이 크게 웃으며 질문이 나온다.
동그랑땡
(구전 동요, 저자 회상)
동그랑땡 동그랑땡 얼싸얼싸 잘 넘어간다
동그랑땡 동그랑땡
황새란 놈은 다리가 길으니, 우편쟁이로 돌리고
까치란 놈은 집을 잘 지으니 목수쟁이로 돌려라
동그랑땡 동그랑땡 얼싸얼싸 잘 넘어간다
동그랑땡 땡 동그랑땡
참새란 놈은 떠들기를 잘 하니 생선 장수로 돌리고
앵무새란 놈은 말을 잘 하니 변호사로 돌려라
동그랑땡 동그랑땡 얼싸얼싸 잘 넘어간다
동그랑땡 동그랑땡
꾀꼬리라는 놈은 노래를 잘하니 가수쟁이로 돌리고
제비란 놈은 눈매가 곱으니 기생방으로 돌려라
동그랑땡 동그랑땡 얼싸얼싸 잘 넘어간다
동그랑땡 동그랑땡
물새란 놈은 색갈이 고우니 기생첩으로 돌리고
까마귀란 놈은 옷이 검어 솟땜쟁이로 돌려라
동그랑땡 동그랑땡 얼싸얼싸 잘 넘어간다
동그랑땡 동그랑땡
멍멍개는 집을 잘 지키니 파수군으로 돌리고
토끼는 달음질을 잘하니 뜀박질 선수로 돌려라
동그랑땡 동그랑땡 얼사얼사 잘 넘어간다
동그랑땡 동그랑땡
거머리란 놈은 붙기를 잘 하니 소반 장수로 돌리고
거미란 놈은 얽기를 잘 하니 얼멩이(체) 쟁이로 돌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