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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대청봉
☞ 오색-대청봉-중청-끝청-귀때기청봉갈림길-한계령 ☜
- 빗속의 설악 -
♣ 산행개요 ♣
■ 산행지 : 설악산 대청봉(1,707.9m) - 남설악 흘림골/주전골
■ 일시 : 2008. 8. 22(금)/23(토)[무박산행]
■ 날씨 : 비
■ 산행경로 :
[1부] ☞ 오색 → 설악폭포 → 대청봉 → 중청대피소 → 끝청갈림길 → 끝청→ 귀때기청봉갈림길 → 한계령 ◀
[2부] ☞ 흘림골입구 → 여심폭포 → 등선대 → 등선폭포 → 주전폭포 → 12폭포 → 용소폭포 → 성국사 → 오색약수 → 오색그린야드호텔 ◀
■ 산행거리 : 약 20km
■ 산행시간 : 11시간 30분(중식&휴식 포함)
■ 형태 : OK Sadary 오지팀[하늘재 대장, 대간거사, 산진이, 가난한영혼, 베리아, 상고대, 사계+1, 옥지갑, 신가이버, 선바위, 주유천하 : 1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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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8. 22. 금요일/23. 토요일
어떻게 된 것이 몇 주째 주말이면 비가 내리고 있다. 서울에 올라온 김에 몇 번 설악을 가보려고 했더니 지난주에 이어 주말마다 내리는 비에 짜증이 난다. 혹시 비가 그치지 않을까 기대하며 올림픽 야구 한일전을 보면서 시간을 죽이는데 비는 그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면 설악산에 입산통제가 실시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원래 예정된 이번 사다리 오지팀의 설악 일정은 하늘재 대장의 주관하에 관대리-관터좌골-설악폭포-원설악폭포-대청-죽음의계곡-양폭-음폭-천불동-잦은바위골(50폭포, 100폭포)왕복-천불동-비선대로 이어지는 기막힌 코스이다.
지하철 잠실역의 "시가 흐르는 서울" : 숲에 가면
그런데 하늘이 받쳐주지 않고 있다. 우중산행 준비를 단단히 하고 금요일 밤 11시 집을 나선다. 비는 가는 줄기로 바뀌었다. 예보대로 혹시 내일에는 비가 그칠지도 모른다고 기대하며 동서울로 간다. 밤12시가 되어가면서 동서울터미널은 문을 닫고 있고, 옥집갑님을 만나 인근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잔을 한 후 사다리 오지팀을 만나 25인승 버스로 서울을 떠난다.
옥지갑님이 30m 자일과 주마 등 악벽장비들을 준비하기는 하였지만 워낙 비가 많이 내린 상황이라 바위가 미끄러울 것에 대비하여 예정된 코스를 다음과 같이 변경하였다.
[1부] 빨딱고개-416-405-417-653-1093-1103-1350-905-마산리 백암교
[2부] 금표교-803-1079-1456-1461-독주폭포-오색
오랜만에 떠나는 무박산행에 익숙하지 않음인지 잠이 들었다 말았다 한다. 비몽사몽간에 잠을 깨어보니 2008. 8. 23. 토요일 새벽 3시 20분 오색이다. 버스에서 두 시간 더 잠을 자고 새벽 5시에 일어나니 꾼들은 아침을 먹느라 부산하다. 그런데 나로서는 심란하다. 금을 그은 지도를 보니 아무래도 나로서는 일행들을 쫓아가기에는 부담스러운 코스이다.
요령을 피워 대청봉이나 올라갔다 내려오려고 하는데 베리아님도 우중에 설악의 오지를 휘젓고 다니는 것이 부담스러운지 오색에서 대청으로 올라 한계령으로 내려오겠다고 의기투합하여 우리 둘만 좋은 길로 대청을 올라갔다 오기로 하고 나머지는 전부 버스로 들머리로 이동하였다.
오색코스 들머리, 아무 도 없는 이곳을 통과
새벽 5시 40분 오색코스 들머리를 통과한다.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된 후 처음으로 이곳을 통과하는 것 같다. 2004. 6. 12. 서울지방변호사회 산사랑동호회가 국립공원관리공단의 협조를 얻어 화채능선환경답사를 할 때 이곳에서 대청봉으로 올라간 본 이후 2년여 만에 처음 오색에서 대청봉으로 올라본다.
오색에서 대청봉으로 오르는 코스는 공룡능선으로 갈 때나 천불동계곡으로 갈 때 한계령코스와 더불어 서울에서 제일 많이 찾는 퍼블릭코스이다. 주로 무박으로 산행을 하기 때문에 새벽 어둠 속에 오색코스를 타고 대청봉에 올라 일출을 보는 맛에 나도 이곳으로 대청에 올라 여러 차례 일출을 즐긴 바 있다.
오색에서 설악폭포를 거쳐 대청에 오른 후 서북능선을 따라 중청-끝청-귀때기갈림길-한계령으로 회귀하는 코스를 택하기로 한다. 예상 소요시간은 7시간.
대청봉에 이르는 최단 코스인 오색코스는 지리산의 천왕봉에 이르는 최단코스인 중산리코스(5.4km)와 비슷하다. 오색에서 대청봉까지는 5km이고, 세 시간여 만에 고도를 1,200m 정도 높여야 하므로 상당히 급한 오르막이 이어지는 곳이다. 준족들은 2시간만에 대청에 오르지만 나같은 보통 사람은 3시간 가까이 걸린다.
비도 그친 상태이고 혹시 대청봉에서의 멋진 조망을 기대하며 내딛는 발걸음이 상쾌하다. 등로는 돌길로 잘 단장되어 있다. 우렁찬 계곡의 물소리만이 귓전을 때리는 돌길과 철계단을 따라 오르막을 오른다. 비가 많이 내렸는지 물줄기의 포말이 대단한 용틀임을 하고 있다.
설악산에서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호젓하게 이런 길을 걸어보지 못한 것 같다. 재작년인가의 태풍에 휩쓸려내려간 등로는 잘 정비되었다. 계속 이어지는 돌길과 철계단을 보면서 설악산 전체가 산이라기 보다는 공원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산에서 흙길이 사라지고 돌길로 바뀌는 가장 큰 인자는 바로 인간들의 발길이다. 인간의 발길이 산을 계속 파헤치고 있는 것이다. 계속 우렁찬 계곡의 물소리를 벗삼아 고도를 높여간다.
잠시 전망이 트이는 곳에 올라서니 남설악 점봉산의 자태가 잠시 들어오고 가리봉과 주걱봉의 모습도 들어온다. 그런데 이 이후에는 나의 기대를 져버리고 비와 안개와 구름이 세상을 가려버리는 바람에 그저 산과 나와의 무언의 대화만 이어지는 설악이 되고 말았다.
잠시 얼굴을 내민 가리봉과 주걱봉 라인
산나무와 죽은나무,
사람이나 식물이나 生과 死는 대칭개념이 아니고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것이다. 삶이라는 것이 죽음을 향하고 치닫고 있는 존재이다. Sein zum Tode!
울창한 숲길을 가는 중에 언뜻 보이는 남설악 점봉 일대.
오색에서 1.7km 떨어진 지점에 좌측 오르막으로 끝청으로 갈 수 있는 분기점이 있다. 전에는 보지 못한 것 같은데 이곳에 숨고르기 쉼터가 난간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곳에서 밑으로 내려섰다가 설악폭포가 있는 통과하여 대청으로 오르게 된다.
사방으로 물길마다 물이 철철 넘치고 돌길등로도 물이 철철 넘쳐 흐른다. 설악산에서 이렇게 많은 물을 보지 못했다.
우르릉 쾅쾅, 투신하는 물길이다.
비가 내려 배낭포를 쓰우고 우의를 입는다. 답답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장대비가 아니고 슬슬 내리는 '잔비' 수준이라 그런대로 맞을만 하다. 설악에서 우중산행을 해 본적이 거의 없는데 산에서 비를 밪는 것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빗살의 강도에 따라 비의 종류도 많은데 어찌 된 일인지 지리산에서는 주로 작달비나 장대비, 주룩비를 맞고 다녔다.
안개비 - 안개처럼 눈에 보이지 않게 내리는 비.
는개비 - 안개보다 조금 굵은 비.
이슬비 - 는개보다 조금 굵게 내리는 비.
보슬비 - 알갱이가 보슬보슬 끊어지며 내리는 비.
부슬비 - 보슬비보다 조금 굵게 내리는 비.
가루비 - 가루처럼 포슬포슬 내리는 비.
잔 비 - 가늘고 잘게 내리는 비.
실 비 - 실처럼 가늘게, 길게 금을 그으며 내리는 비.
가랑비 - 보슬비와 이슬비.
싸락비 - 싸래기처럼 포슬포슬 내리는 비.
날 비 - 놋날(돗자리를 칠 때 날실로 쓰는 노끈)처럼 가늘게 비끼며 내리는 비.
발 비 - 빗발이 보이도록 굵게 내리는 비.
작달비 - 굵고 세차게 퍼붓는 비.
장대비 - 장대처럼 굵은 빗줄기로 세차게 쏟아지는 비.
주룩비 - 주룩주룩 장대처럼 쏟아지는 비.
달구비 - 달구(땅을 다지는 데 쓰이는 쇳덩이나 둥근 나무토막)으로 짓누르듯 거세게 내리는 비.
채찍비 - 굵고 세차게 내리치는 비.
여우비 - 맑은 날에 잠깐 뿌리는 비.
소나기 - 갑자기 세차게 내리다가 곧 그치는 비.
먼지잼 - 먼지나 잠재울 정도로 아주 조금 내리는 비.
개부심 - 장마로 홍수가 진 후에 한동안 멎었다가 다시 내려, 진흙을 씻어 내는 비.
등로정비
대청봉 직전 분재같은 소나무 뿌리
대청봉 일대
오전 8시 30분 대청봉 정상(1,707.9m) 도착. 오색에서 대청봉까지 2시간 50분이 걸렸다. 놀며놀며 왔는데 비교적 시간이 덜 걸렸다.
대청봉은 남한쪽에서 한라산 백록담(1,950m), 지리산 천왕봉(1,915m) 다음으로 세 번째로 높은 봉우리다. 대청봉은 설악산의 중심축으로 대청봉을 기점으로 공룡능선, 화채능선, 서북능선 등 여러 지능선들이 사통팔달로 뻗어있다. 날만 좋으면 설악의 지능선들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인데 비와 안개로 모든 게 꽝이다.
대청봉 정상표석
설악산은 강원도 인제군, 양양군, 속초시, 고성군에 걸쳐 넓게 펼쳐있는데 대청봉이 있는 지경은 양양군 서면 오색리 산1번지이다.
대청봉에서
대청봉 정상에서는 비바람으로 사진기를 꺼내기도 쉽지 않다. 전깃줄도 없는데 바람소리가 전기가 흐르는 것과 같은 오싹함을 느끼게 하는 소리다. 아직 여름도 다가지 않았는데 이곳은 너무 춥다. 아마도 체감온도는 영하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몇 사람이 비닐 우의를 걸친 채 대청봉으로 올라오고 있다. 뭐 보이는 것도 없고 중청대피소로 내려가기로 한다.
중청대피소 내려가는 길에는 안개가 잔뜩 끼었다. 눈잣나무는 물길을 잔뜩 머금고 있고 금강초롱도 빗물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
중청대피소
오전 8시 50분 중청대피소 도착.
차갑게 식은 몸을 익힐 겸 대피소로 들어간다. 보통 같았으면 사람들로 부글거릴 대피소이지만 오늘은 사람들이 없다. 따뜻한 국물이나 마셨으면 했는데 이곳에서는 컵라면은 팔지 않는다. 베리아님이 짊어지고 온 막걸리를 마시고 우의바지와 우의상의를 새로이 꺼내입는다. 바람소리를 들으며 이 대피소에서 모포를 뒤집어쓰고 잠이나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30분간의 휵식을 마치고 오전 9시 20분 중청대피소 출발.
끝청갈림길
이곳에서 한계령까지는 7.3km. 귀때기청봉으로 이어지는 설악산 서북능선이면서 바로 백두대간길이다. 나는 주로 한계령에서 이쪽 방향으로 왔지 이곳에서 한계령 방향으로는 가보지 못한 것 같은데 오늘 역방향으로 대간길을 다시 밟아본다.
처음에는 돌길이 잘 깔려있지만 이내 흙길과 돌길이 번갈아 나온다. 흙길에는 빗물로 흥건하다.
끝청 밑의 너덜지대
끝청(1,604m)
날이 좋았으면 이곳에서 가리봉과 서북능선의 귀때기청봉을 잘 볼 수 있었을 것인데 운무로 사방은 암흑이다. 아쉽다.
이 아취형 나무는 오래 전부터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04년 백두대간 종주시에 보고 4년만에 다시 보니 나무가 많이 상했다.
금강초롱 한 쌍
빗속에서도 한계령에서 대청쪽으로 오는 사람들이 꽤 있다. 아줌마들이 봉정암을 가기 위해 이쪽 코스를 타고 있다. 전에는 주로 봉정암을 갈 때 백담사에서 수렴동계곡을 따라 올라갔지만 요새는 한계령으로 오르는 사람들이 많다.
잠시 쉬기 위하여 배낭을 부려놓으며 부스럭거리자 혹시 먹을 것이 없나 하고 이내 다람쥐들이 몰려든다. 배낭주위를 맴도는 다람쥐가 애처러워 빵쪼가리 하나를 던져 주니 물고나가 맛있게 먹는다. 이 놈은 오늘 하루 일당을 했다.
사람들이 마가목을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지 등로주변에는 마가목이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술을 담그기 위해 익은 마가목 열매덩어리를 좀 채취했는데 베리아님은 이 정도로 술 큰 병으로 서너 개는 담을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마가목으로 담근 술은 거의 발렌타인 30년생에 버금가는 양주맛을 낸다.
서북능선길이며 대간길인 이 길은 거의 돌길인데 대간종주를 하면서 어떻게 캄캄한 새벽에 이 길을 걸었는지 생각이 와닿지 않는다. 빨리 3거리 갈림길이 나오기를 바라며 걷는데 암봉이 나온다.
이 암봉을 우회하여 돌아가면 귀때기청봉 갈림길이 나올 것이다.
웬 ET?가 이곳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드디어 귀때기청봉 갈림길 도착.
이곳에서 한계령까지는 2.3km로 1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한계령을 향하여 느긋하게 내려간다.
곳곳에 철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설악은 운무 속에 잠겨있다.
철계단
이쪽도 태풍에 박살난 곳이 많다.
한계령을 가기 위해서는 그냥 내리막만 있는 것이 아니고 내리막에서 봉우리 하나를 넘어야 한다. 옛날 한계령에서 산행을 시작할 때 그냥 내리꽂았다가 올라섰던 기억이 새롭다. 산꾼들의 랜턴불빛이 뱀꼬리처럼 출렁거렸던 장관도 잊을 수 없다.
바로 밑에는 한계령이다. 점봉산으로 가는 봉우리. 한계령에서 점봉산으로 가는 대간길은 출입금지구간이다.
잠시 얼굴을 내밀었다가 구름속으로 잠기는 점봉의 줄기
한계령 바로 뒷 동산
한계령 날머리 겸 들머리
누구를 위령하는 비인가? 먼저 간 산꾼들을 위무하는 비인가? 아니면 한계령도로를 만든 군공병대의 영령을 위령하는 비인가?
12시 50분 한계령 도착.
아침 5시 40분에 산행을 시작했으니 7시간 10분이 걸렸다. 하루 일당에는 부족하여 흘림골이나 둘러볼 생각을 한다. 베리아님이 1진 거사대장님께 전화했더니 방금 오색으로 내려왔다는 전언이다. 모두들 한계령휴게소에서 합류하여 점심식사를 하기로 한다.
아마도 1진들도 비때문에 고생을 했을 것이다. 12시 30분 합류하여 민생고를 해결하고 2부 산행으로 들어간다. 비때문에 일정을 바꾸어 남설악의 진경 흘림골과 주전골의 폭포와 함께 관광산행으로 재미를 보지 못한 오전산행을 반까이하기로 한다.
첫댓글 교수님 덕분에 운무에 쌓인 설악산을 구경할수 있네요. 제가 알고 있는 비는 몇가지 안되는데.... 종류가 참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