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페더러, 2004 시즌 남자 테니스계 완전 장악
올 한해 남자 테니스계는 시즌 내내 완벽에 가까운 플레이로 한차원 다른 수준의 경기를 보여준 페더러를 위한 독무대였다. 페더러는 호주오픈과 윔블던, US오픈을 포함해 3개의 마스터스시리즈 타이틀과 마스터스컵 우승 등 총 11개 대회에서 우승하며 2위 앤디 로딕을 크게 따돌리고 1위를 고수했다.
벌써부터 내년 남자 테니스계의 관심사는 누가 그에게 대항할 수 있을까로 관심이 모아질 정도로 페더러의 플레이는 환상적이었다. 페더러는 수많은 찬사와 함께 역대 최고의 선수라 평가받는 피트 샘프라스와 비교되며 그의 기록을 깰 수 있을 것인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 러시아 여자 군단, 2004 여자 테니스 평정
최근 몇년간 서서히 부상해오던 러시아 여자 테니스가 2004년 마침내 결실을 맺게 되었다. 지난 시즌까지 단 한번의 그랜드슬램 타이틀도 획득하지 못했던 러시아 여자 테니스는 5월 미스키나의 롤랑가로 정복으로 시작되었다. 러시아 군단의 활약은 이후 샤라포바의 윔블던, 쿠츠넷소바의 US오픈 정복으로 확대되었고, 연말 페더레이션컵까지 거머쥐면서 여자테니스계를 독식하다시피 하였다.
러시아 군단의 활약은 비록 쥐스팅 에넹, 킴 클리스터스, 윌리엄스 자매 등의 톱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에서 이루어진 것이지만 현재 대활약을 펼치고 있는 러시아 선수들의 맏언니격인 미스키나가 81년생일 정도로 어린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어 이들의 활약이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전망된다.
3. 칠레,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칠레 역사상 첫 금메달이 테니스에서 두개씩이나 탄생했다. 칠레는 단식 주자로 나선 니콜라스 마수가 미국의 마디 피쉬를 상대로 대접전 끝에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금메달을 차지하였고, 복식에서도 마수는 페르난도 곤살레스와 금메달을 차지하며 테니스에서만 2관왕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칠레는 단식에서 페르난도 곤살레스가 따낸 동메달까지 모든 메달을 테니스에서만 따내어 테니스가 국가적 인기 종목으로 떠오르게 되었으며, 조국에 메달을 선사한 마수와 곤살레스는 칠레의 국가적 영웅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4. 샤라포바를 필두로 한 10대 소녀들의 반란
2004년 여자 테니스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 10대 여자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해였다. 아직 주니어를 뛰어야 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성인 선수 못지 않은 기량을 선보이며 자신들의 이름을 만천하에 부각시켰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는 17세의 나이로 윔블던과 WTA 챔피언쉽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랭킹 4위와 시즌 상금왕에 올랐고, 16세의 타티아나 골로빈(프랑스)이 27위에, 15세의 니콜 바이디소바(체코)가 75위에 오르는 맹활약을 펼쳐, 훗날 펼쳐질 더 큰 돌풍을 예고했다.
5. 스페인, 데이비스컵 우승/러시아, 페드컵 우승
스페인과 러시아가 각각 남녀 테니스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과 페더레이션컵에서 우승을 차지하였다. 스페인은 2000년 이후 두번째 데이비스컵 우승이고, 러시아는 사상 첫 페드컵 우승을 거머쥐게 되었다.
스페인은 에이스인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가 올 한해 부진을 보였지만, 관록의 카를로스 모야와 슈퍼 주니어 라파엘 나달의 활약으로 비교적 쉽게 우승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러시아는 결승에서 팀의 리더격인 아나스타샤 미스키나가 단복식을 합쳐 3승을 거두는 대활약에 힘입어 러시아 테니스 돌풍을 페드컵 정복이라는 국가적 성과로 일구어내었다.
6. 벨기에 듀오, 윌리엄스 자매부진
2002년과 2003년 여자 테니스를 완전히 주름잡다 시피 했던 윌리엄스 자매와 벨기에 듀오가 올 한해 부상과 오랜 공백으로 인한 슬럼프에 시달리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02년 여자 테니스를 장악했던 윌리엄스 자매는 2003년부터 잦은 부상에 시달리고 테니스 외적인 일에 관심을 쏟으며 기량이 하락하기 시작, 세레나가 7위, 비너스가 9위라는 화려했던 과거에 비해 초라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하였다.
2003년 여자 테니스를 장악했던 벨기에 듀오 쥐스틴 에넹-아르덴느와 킴 클리터스는 둘 다 심각한 부상에 시달리며 시즌의 절반도 소화하지 못하고 코트를 떠나있는 신세가 되었다. 에넹-아르덴느는 연초 호주 오픈에서 우승했으나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한동안 코트를 떠나있어야 했고, 복귀 후 아테니 올림픽 금메달의 활약을 보였으나 이후 또다시 컨디션 난조로 부진을 보여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하였다. 킴 클리스터스는 왼쪽 손목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 두 차례나 수술을 받기도 했으나 완치가 되지 않아 올 시즌을 거의 반납하다 시피 하여야 했다.
7. 중국 여자 테니스의 눈부신 성장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테니스는 거의 불모지였던 중국이 여자 테니스에서 눈부신 성장을 보이며 급부상했다. 올해 윔블던에서 쳉 지에가 중국 테니스 역사상 최초로 메이저 대회 16강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리 팅/선 티안티안 복식조가 올림픽 여자 복식에서 아시아 최초로 금메달을 따냈다. 중국 여자 테니스는 리 나, 쳉 지에, 펭 슈아이가 나란히 WTA 세계 78, 79, 80위에 랭킹을 올리며 급속한 상승세를 보여, 향후 아시아 최고인 일본의 자리를 위협할 수도 있는 존재로 떠올랐다.
중국 체육부와 중국 테니스협회의 유망선수에 대한 집중 투자, 그리고 적극적인 프로대회 유치 실현 등 범국가적 후원이 중국 여자 테니스의 급속한 성장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8. 애거시, 통산 800승 달성
현역 최고령인 안드레 애거시(미국)가 데뷔 18년만에 단식 투어 800승의 대기록을 달성하였다. 애거시는 799승째에서 아홉수에 걸리며 4연패에 빠지기도 했지만, 5번의 도전만에 800승에 성공하며 다시 한번 테니스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1968년 오픈 시대 이후 개인 통산 800승을 달성한 선수는 지미 코너스, 이반 랜들, 기예르모 빌라스, 존 맥켄로, 스테판 에드베리와 애거시까지 고작 6명 뿐이어서 애거시의 금년 800승 달성은 2004년 남자 테니스계 최고의 위업으로 꼽히고 있다.
9. 그라프, 에드베리 명예의 전당 헌액
슈테피 그라프(독일)와 슈테판 에드베리(스웨덴)가 테니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이들은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에 각각 여자 테니스와 남자 테니스에서 펼친 큰 활약을 인정받아 '최근선수' 부문에 공식 헌액되었다.
그라프는 현역시절 107개의 WTA 투어 단식 타이틀과 22개의 그랜드슬램 단식 타이틀, 377 주 동안 WTA 세계 랭킹 1위를 기록하며 현역 시절 여자 테니스를 주름잡는 최고의 선수로서 활약했고, 에드베리는 41개의 투어 단식 타이틀과 그 중 6개의 그랜드슬램 타이틀, 72주 연속 세계 랭킹 1위와 10년 연속 Top 10을 기록하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10. 사핀, 하스, 카냐스 성공적인 재기
2003년 시즌을 부상으로 투어를 거의 떠나있다시피 했던 마라트 사핀(러시아), 토미 하스(독일), 기예르모 카냐스(아르헨티나)가 2004년 시즌 고른 활약을 펼치며 재기에 성공, 앞으로의 활약을 예고했다. 최고의 재능을 가지고도 부상과 슬럼프로 지난 시즌 77위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었던 사핀은 올 시즌 호주오픈 준우승으로 부활을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시즌 후반에 다시 페이스를 올리며 2개의 마스터스 시리즈를 석권, 랭킹을 4위로 끌어올렸다.
부상으로 2003년 시즌을 아예 포기했던 하스는 그랜드슬램은 8강에 머물렀지만 북미 2개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17위로 시즌을 마감하여 예전의 기량을 거의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해 삼성 챌린저 1회전 탈락의 부진을 보였던 카냐스는 올 시즌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3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11월에는 자신의 생애 최고 랭킹인 11위에 오르는 완벽한 재기에 성공하였다.
사진 : (c) (1) (AFP/Getty Images/File/Clive Brunskill) (2) wtatour.com (3) www.propix.info Manuela Davies (4) wtatour.com (5) www.daviscup.org/www.fedcup.com (6) www.wtnphotos.com/ (7) Craig Gabriel (8) AP Photo/Victoria Arocho (9) AP Photo/Victoria Arocho (10) AF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