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사로잡는 기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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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카페 틸트는 그 외형부터 심상치 않다. 주변에 있는 네모반듯한 건
물과는 달리 유명 공간 디자이너인 배대용 씨가 디자인한 카페 틸트는 약간 ‘기울어진’ 형
태의 건물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눈을 땔 수 없게 만든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이 기
울어진 문을 지나 내부로 들어가면 예상외로(?) 멀쩡한 모습에 안심을 하게 된다.
다크 브라운과 브라운 컬러가 전체적인 균형을 잡아주면서 천정과 바닥은 노출 콘크리트
기법을 통해 요즘 유행하는 전형적인 빈티지 카페를 표현했다. 독특한 느낌의 샹들리에는
분위기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준다.
“틸트(기울어지다, 경사지다)라는 이름 그대로 건물의 외관과 더불어 시끄러운 세상의 소
음들로부터 단절되는 공간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주려고 했습니다. 또한 이곳에서 찻잔을
기울이며,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라는 뜻도 담고 있습니다.”
건물이 사람에 마음을 끌어들여 방문하게 한다 해도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다면 소용없는
법. 카페 틸트의 전체적인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유수연 팀장은 말한다.
“예전과는 달리 사람들이 기계적으로 외치는 멘트와 셀프서비스에 익숙해져 있지만 따뜻
한 인사 한 마디에 기분 나빠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친절한 커뮤니티’라는 모토 아래
탄생한 저희 매장의 바리스타들은 한 번 이상 찾아온 고객들의 신상 파악은 기본이고, 경
조사 등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런 정보들이 고객 개개인의 취향이나 원활
한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을 줘 한 번이라도 더 저희 매장에 방문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
지요.”
스타벅스에서 근무했었던 유수연 팀장은 스타벅스 컬쳐 키퍼라는 상을 받아 매장 운영에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이 상은 하워드
슐츠가 그녀를 위해 특별히 만든 상이라고 하니 그 당시 그녀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 그녀가 안정적인 위치에서 카페 틸트
로 온 계기가 궁금해진다.
“물론 그곳에 있었다면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카페 틸트에요. 가족적
이면서 맛있는 커피와 차를 즐길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것이 제 꿈이었고, 매장이 늘어난다 해도 그 마음만은 꼭 지켜나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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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서비스
대부분 카페들이 수동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는 반면 카페 틸트는 가만히 앉아서 고객을 기다리지 않는다. 주변에 포진하고 있는 수많은 프
랜차이즈와 불황을 모르고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는 카페들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포석이다. 특히 사무실이 많은 주변 상권의 특성을 이
용해 독특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사무실의 특성상 시간을 할애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하고 있는데 그 이
후로 고객들이 부쩍 늘었어요. 주변에 이런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곳이 없어 놀라워하는 분들도 많이 있고요. 이것과 더불어 매장 안에서도
매달 색다른 이벤트를 펼치고 있는데 이번 달에는 과일음료를 구매하시는 분들께 저희 틸트의 로고가 새겨진 머그컵과 우산을 제공하고 있
습니다. 자주 사용하는 사은품을 제공함으로써 저희들도 간접적인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어 서로에게 좋은 일이지요. 또한 매주 수요일 명
함을 주신 분들을 추첨해 그 분에 이름으로 다른 고객들에게 음료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많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런
점들이 저희 틸트가 가진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맛은 기본 중에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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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서비스에 가려져 눈에 띄지는 않지만 결국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
는 것은 맛이다. 특히 다양한 커피와 질 좋은 커피를 자주 접하는 고객들
의 입맛이 까다로워져 맛있는 매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
다.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 틸트 역시 재료를 고를 때도 까다롭다.
“원두는 로스팅 한 후 10일 이내에 도착한 원두를 사용하고 있고, 한 번
분쇄한 원두는 하루를 넘기면 무조건 폐기하고, 7일 이상 지난 원두는 사
용하지 않습니다. 과일은 하루에 사용할 양을 아침에 제공받고 있어 다
음날에 사용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아무리 실력 있는 바리스타가 내리는
커피라도 재료가 신선하지 않다면 소용없는 일이기 때문에 재료가 남더
라도 미련 없이 폐기하고 있습니다.”
과일음료는 커다란 전용 블랜더가 있어 다른 첨가물 없이 100% 과일만을 사용하고 있으며, 직접 만드는 와플과 샌드위치, 그리고 케이크 등
은 특정 시간 없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잇따른 커피프랜차이즈들의 성공은 더 많은 카페들의 탄생을 예고했고, 이 중에서 몇몇 매장을 성공을 거둘 것이며, 나머지 매장은 문을 닫
을 것이다. 카페 틸트 역시 그 중에 하나이지만 그들의 앞날이 주목되는 이유는 고객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출처 : 월간 커피앤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