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이들과 TV만화를 같이 보다가(난 아직도 만화를 본다…) 화면에 “아톰”과 비슷한 것이 날라 다니길래 딸들에게 물었다
“어 저거 아톰인데…. 너희들 아톰 아냐?”
안댄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그러면서 속으로 불러 본 “푸른 하늘 저 높이 날아라 힘차게 날으-으는 우주소년 아톰…”
아톰의 주제가를 부르며 난 좀 먼 과거로 즐거운 추억 여행을 시작하였다.
사실 나의 기억력은 좀 별난 데가 있다.
이과(理科)에 해당되는 수학이나 물리공식 등은 좀 어렵게 외우는 반면에 국어,세계사,국사등 문과(文科)는 잘 외우는 편이며 특히 노래 가사나 인생에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자잘한 것들은 또 좀처럼 잊어 먹지도 않는다.
그 중에서도 내가 무지하게 좋아했던 만화 영화며 어린이 연속극들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우주소년 아톰,타이거 마스크,요괴인간(벰,베라,베로를 기억하시는가),황금박쥐,마징가Z(거의 일본 만화…)등은 주제가는 물론 몇 몇 장면들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또한 방학이면 빠짐없이 시골에 갔었는데 그 곳엔 TV가 없어서 대신 듣던 라디오의 어린이 연속극 “손오공”은 그 출연 성우들의 이름이며 손오공의 주문등은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으니 나도 놀랄 따름이다.
“손오공 박영남,삼장법사 배한성,저팔계 황운,넙죽이 양지운,사오정 노민 그 밖에…..”
(손오공 역의 박영남이 여자인걸 아시는가? 그리고 그 외 성우 이름들이 아직도 쟁쟁한 이름이지 않은가?)
그리고 그 유명한 주문 “우랑바리 바라롱 뿌따라까 따라마까 뿌랑야 야 잇………”
우하하하, 적어 놓고 보니까 정말 우스운 주문이긴 하다. 그러나 그 당시, 그 주문을 흉내 내면서 다니던 내 모습이 즐겁게 회상된다.
그러나, 나에겐 만화 영화와 관련해서 어머니의 마음을 아프게 한 기억이 있다.
유치원 다닐 때는 동네 유일의 TV를 가진 집이었기에,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하는 장면을 보기 위해 안방과 마루를 꽉 채운 동네 주민들 맨 앞에서 TV를 보던 어린아이가 어느 날, TV가 없어진 것은 물론, 정원이 딸린 큰 집에서 산동네 꼭대기의 단칸 셋방으로 이사 갔을 때의 충격에서 벗어 나기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산동네 아이들 특유의 끈적끈적한 우정은 그들의 놀이 속으로 나를 끌어 들였으며 TV대신 칼싸움이며 산타기등으로 그 시절을 보냈다.
아마 이 때가 “바다의 왕자 마린 보이”가 한창 방영하던 때일것이다. 왜내하면 그 영화에 대한 기억은 그리 없는 편이며 학교에서 “마린보이” 얘기가 나오면 슬며시 자리를 떴던 기억이 떠오른다.
1년 후 아는 분의 도움으로 아랫동네의 두 칸 전세로 옮겼지만 여전히 TV는 없었고 가끔 주인집 안방에 가서 만화를 보았지만 눈치를 보며 봤기 때문에 내 욕구를 충족시키기엔 너무나 미약했다.
그리하여 나의 만화영화에 대한 집착은 결국 모험을 감행하게 하였다.
당시에 우리 가족이 세들어 살던 집의 구조는 “ㄱ”자형 구조로 대문 오른쪽에 우리 방과 부엌,그 뒤로 주인 집 마루와 건넌 방,안방 그 옆에 부엌, 그리고 내가 사용하는 공부 방이 있다.
대문 왼쪽에는 화장실이 있고 그 위에 장독대가 있다.
우리 시대의 담은 좀 특이해서(도둑놈을 대비하는 거겠지) 담장 위로 철조망, 심하면 유리병 조각들이 촘촘히 박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구조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대문 위의 한 평 정도되는 공간에 누우면 주인 집 마루와 안방이 다 들여다 보이고 안방 가운데에 놓인 TV를 시청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거기까지 가려면 장독대와 대문 사이에 있는 담장의 철조망통과(군대 유격훈련이다)를 해야 하는데 이게 나 같은 초등학생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오직 만화영화를 보겠다는 신념(?)은 그 철조망을 무사통과하게 했으니, 대문 위에서 선선한 바람을 쐬며 비스듬히 누워 주인집 안방의 TV를 보는 기쁨이라니….
허나 그러나,
어느날, 그 모습은 마침 집으로 일찍 돌아 오시는 어머니에게 들키고 말았다.
만화영화를 보는 것에 대해 너그러우신 어머니이시지만 꼴사나운 모습으로 주인집 TV를 훔쳐보고 있는 아들의 모습은 자존심 강한 어머니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그 날 어머니는 나에게 아무 말씀도 안하셨고 그것이 나에겐 매를 맞는 것보다 더 괴로웠다.
아직도 그 때 일을 생각하면 죄송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그리고 그 다음 날부터 주인 집 접근 금지라는 무시무시한 경고를 받음으로 나의 모험은 막을 내리고 만다.
그러나 그 일이 있고 난 얼마 후 우리 집에도 흑백TV가 들어 오게 되었고, 나의 만화영화에 대한 열정은 끝없이 이어져 나간다. 장장 30년 동안…..
마이티 마우스,뽀빠이,슈퍼맨,밀림의 왕자 레오,은하철도 999,축구왕 슛돌이,짱가,서부소년 차돌이,독수리 5형제,미래 소년 코난,들장미 소년 캔디(이런 것까지…),세일러 문(어허 이것도… 이건 우리 아이들 유치원 다닐 때 같이 봤다),은비까비의 옛날 옛적에,어린이 명작동화,호빵맨,톰과 제리(군대 고참병 시절, 나 때문에 우리 내무반 아이들 모두 시청했다.요즘도 낄낄거리며 즐겨 본다),…….. 등등(숨차다)
내 둘째 딸도 날 닮아서 만화영화를 엄청 좋아한다.
“벅스버니”며 “스폰지 밥”은 물론 일본 만화인 “이누야사”,”유기오”등의 열렬한 팬이다.
이누야샤는 좀 잔인한 장면이 있긴 하지만 그 옛날 즐겨 보던 “요괴인간”을 생각하면서 덜 간섭하는 편이다.
그리고 또 날 닮아서 책 읽기도 좋아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어머니가 나에게 하셨던 것처럼 딸에게 교육하면 나쁜 길로 빠질 염려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면 만화영화를 보아서 안 좋게 된다는 염려는 충분히 상쇄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 그 “아톰” 나오는 만화가 끝났다.
나의 추억 여행도 이쯤에서 끝내야 겠다.
이 글을 쓰면서 X 팔리는 것 같아 쓸까말까 망설였지만 어떠랴,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잠시 즐거웠다면………
첫댓글 나도다봤다...ㄲ ㄲ
나도 그옛날에는 집에 테레비(옛날엔 이렇게 불렀으니 길원이 토달지마!!)가 없어서 만화가게에서 라면땅 먹으면서 무지 많이 봤다.근데 바닥은 가마니가 깔려 있어서 거기에 앉아서 본것 같아.
형 오랜만에 들어와 봅니다 다들 건강하시죠 병혁이형 10월에 왔다 갔는데 못보고 말있습니다 내가 형들한테 전화도 못하고 요즘 바쁘게 살다보니 나준에 알았어요 미안하고 앞으로 열심히 연락하며 살께요 윗글보니 감회가 새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