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주님의 평화를 빕니다.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너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여라.
그리고 그날이 너희를 덫처럼 갑자기 덮치지 않게 하여라.
그날은 온 땅 위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들이닥칠 것이다.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오늘은 전례력(교회 달력)으로 새 해를 시작하는 대림 제 1주일 입니다.
대림 은, 오심을 기다린다 는 뜻인데,
우리의 신앙이 예수님을 중심으로 하는만큼,
예수님께서 오심 을 기다리는 대림 시기가
전례력 으로 1월 1일, 첫 날 이 됩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듣는 복음 말씀은,
이 말씀이 과연
새해 첫 날 듣는, 새해 첫 날 들어야 하는 말씀이 맞는가?
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새해 첫 날에는, 일반적으로,
희망과 축복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그래서, 메시지 자체도
해피 엔딩 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복음 말씀을 통해,
마지막 날 에 대하여 언급하실 뿐 이나라,
그 메시지 자체에도 긴박함 과 경고 가 묻어나기 때문입니다.
새 해 첫 날에 묵상하는 주제가
마지막 날에 대한 것이고, 긴박함과 경고를
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가장 큰 복이
우리가 하느님 나라에 가는 것에 있기 때문이며,
우리 스스로가 변화되지 않고서는,
하느님 나라에 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하느님 나라에 가야 한다는 것은,
적어도, 지금 우리가 있는 이곳은,
하느님 나라 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며,
새로운 곳으로 여행하기 위해 우리가 많은 것들을 준비하는 것처럼,
우리가 이 곳에서 하느님 나라 에 가기 위해서도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 준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요구합니다.
하느님 나라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하느님 나라가 주는 좋음 이
이 세상이 주는 즐거움과도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께서 계시는 나라 입니다.
하느님께는, 시간 개념이 없으며,
우리 식대로 표현하자면, 영원 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당연히, 하느님께서 계시는 하느님 나라는,
끝이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세상과
큰 차이를 보입니다.
하느님께서는, 하느님 나라가 주는 좋음만이
우리를 만족시키도록 창조하셨고,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 나라에 이르는 길을 보여주시고,
그 나라에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우리가 하느님 나라에 가야만 하는 이유를,
하느님 나라 반대편에 지옥 이 있어,
지옥에 가지 않기 위해서 라고도 설명할 수 있겠지만,
그러한 설명은, 우리를 지치게 하고, 절망시킬 뿐입니다.
지옥에 가지 않기 위해, 지옥을 피하기 위해
하느님 나라에 가야만 한다면,
우리는 늘 불안 속에서 살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매 순간을 불안 가운데 살도록 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하루 하루를
당신의 좋음 을 느끼며, 희망을 갖도록 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하느님 나라에 가야만 하는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본다면, 그것은,
우리가 하느님 나라에 가지 못하는 것 자체가
손해이기 때문이며, 그 이유는,
하느님 나라만이 나를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이 주는 즐거움 또한 필요한 것 입니다.
그러나, 그 즐거움이 줄 수 있는 만족은, 한계가 있으며,
그 즐거움에 빠져들게 되면,
우리가 추구하는 영원한 행복 으로부터 멀어지게 됩니다.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너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여라.”
라는 예수님의 이 말씀은,
‘방탕 과 만취 가 너희에게 너무나도 좋은 것이지만,
하느님 나라에 가기 위해서 참아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방탕 과 만취’가 지금 당장은 좋아 보일지 몰라도,
그것이 너희를 만족시킬 수 없을 뿐더러, 오히려, 그것에 빠져들게 되면,
너희는 많은 소중한 것들을 잃게 될 것이라는,
경고 가 포함된 말씀인 것입니다.
또한, ‘근심하지 말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이 세상이 전부인 것처럼,
이 세상이 이야기하는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걸지 말라 는
메시지 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너를 이끌어오신 분이 하느님 이시며,
앞으로도 좋으신 하느님께서
너를 이끌어가실 것 이라는
희망의 메시지 이기도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영원하신 분 이시고,
그분께서 계시는 곳, 우리가 그토록 염원하는
하느님 나라 역시,
영원함 을 그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 당장 내 앞에서 벌어지는 일들로 인해
일희일비 하지 않고,
좋지 못한 상황에서도, 좋으신 하느님께 의지할 수 있는
지혜로움을 청하도록 합시다. 또한,
언젠가는 사라져버릴 이 세상이 전부인 것처럼,
이 세상이 이야기하는 즐거움, 성공이
전부인 것처럼 살아가는 모습으로부터 벗어나,
영원히 변치 않을 하느님 나라를 더 자주 바라보고,
하느님 나라를 희망할 수 있는 은총을
청하도록 합시다.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너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여라.
그리고 그날이 너희를 덫처럼 갑자기 덮치지 않게 하여라.
그날은 온 땅 위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들이닥칠 것이다.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