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대청호 오백리길 기행, 제11코스 말티고갯길 걷기
한 해가 가고 또 새로운 한 해가 오는 세한(歲寒)에 산을 찾는 사람들은 흔히 송년 산행과 신년 맞이 첫 산행에 특별한 의
미를 부여한다. 그 까닭은 보통 송구영신(送舊迎新)하는 마음으로 산을 찾기에 그러하고, 더하여 천한(天寒)의 청산으로부
터 천지 간의 맑은 기운을 받아 호연지기(浩然之氣)를 키우기 위해서도 그러하다. 필자도 그중의 한 사람이다. 지난 12월
31일은 춘천 삼악산(三岳山)을 찾았었고, 새해 첫날 새벽엔 집 근처의 산에 올라 신년 일출맞이도 했었다. 그리고 첫 새해
맞이 첫 산행은 기대 속에 대청호 오백리길 11구간을 찾았었다. 대청호 오백리길은 아름다운 대청호의 호반을 따라 에돌아
걷는 둘레길의 성격이 강하지만 가끔은 중급 수준의 등산길도 있다. 옥천 동이면 석탄 1리 안터마을과 청마리 말티마을을
잇는 12km의 임도 길인 11구간이 바로 그런 예다. 이 트랙은 동이면의 진산 격인 탑산(531m)의 능선들이 굽 돌아 이어지
는 400m의 산마루 안부(고개)를 두 번이나 타 넘는다.
구랍(舊臘)부터 3주간이나 계속되던 혹한이 새해 초 소한(所寒)을 맞으면서 평년 기온을 되찾기 시작하던 지난 주말은
중국발 미세먼지로 인해 종일 답답했다. 서울은 물론 내륙 깊숙한 충북 옥천군에도 예외는 없었다. 들머리인 동이면 석탄
리에는 아침 10시가 지난 시각에도 금세라도 눈이 내릴 듯 음산했다. 석탄리 안터선사공원을 찾았다. 석탄리 일원에는 고
인돌을 비롯한 여러 선사유물들이 다수 있다고 전한다. 공원에는 안터 1호 고인돌과 안터 1호 선돌이 한자리에 이웃해 있
었다. 특히 선돌은 인근에 있던 것을 이곳 고인돌 곁으로 옮겨 세웠다 한다. 대청호 오백리길 산행길 나서서 한 자리에서
두 선사 유물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망외의 소득이었다.
안터 마을길을 따라 옥봉산 동쪽 자락을 거슬러 작은 고개를 넘고, 산록 임도를 따라가 한반도 지형 전망데크를 찾았다.
굽 돌아 금강이 강폭을 넓히고 돌아오는 건너편 긴 산능선이 한반도 모형을 이루는 곳이다. 바로 직전 구간에 걸었던 이
슬봉과 며느리재를 잇는 능선이다. 정작 현지 능선을 따라 걸을 때는 미처 몰랐었다. 산 모양은 걸을 때마다 바뀌고, 면마
다 달리 보인다( 山形步步移, 山形面面看)는 말 새록해지는 곳이다. 다시 한 굽이 골짜기를 돌아 내려 가림내 골을 찾았다.
피실과 말티고개의 갈림길이 되는 삼거리 골짜기엔 농장을 겸한 독가(獨家)가 한 채 있었다. 그래도 마을 이름은 생명강
전원마을이다. 말티재를 향한 골짜기를 거슬러 올라 높은 능선에 올랐다. 탑산(531,6m)의 줄기가 굽돌며 이룬 400m의
능선이다. 고갯마루에서 보는 서북쪽 산그리메가 한 폭의 아름다운 수묵화가 되어 펼쳐진다. 금강의 물길을 궁궁을을(弓
弓乙乙) 돌리는 마성산과 환산의 산줄기들이다. 고개 넘어 남쪽을 향한 임도의 탑산 산록엔 일주일 전 내린 폭설이 아직
도 설산을 이루고 있고, 길은 끝없는 눈길 되어 이어진다. 갈마골 갈림길을 지나 말티재(馬峙)를 찾았다. 11구간을 '말티
고갯길'이라 불리게 하는 삼거리 갈림길이다. 이곳에 서면 발치에 협곡이 가파르게 내려서고, 골짜기를 나서면 경부고속
도로 금강휴게소를 내려 한 굽이 크게 휘돌아 내려오는 금강(錦江) 기슭 마을인 청마리가 나온다.
청마리 말티 마을(馬峙里)을 찾았다. 마을 바로 뒤 산록에는 아직도 핸드폰이 불통돼는 첩첩의 산중이지만 삼한시대부
터 있어온 오래된 마을이다. 마을 한가운데에 자리한 우산초교 분교는 지금은 폐교가 되었지만 해 묵은 버즘나무가 쓸쓸
한 교정을 지키고 서 있고, 그 옆에는 산돌과 강돌로 쌓은 5m의 높이의 돌탑이 있다. 이 돌탑은 삼한시대 마한(馬韓) 때
에 쌓은 이 마을 신앙성표인 제신탑(祭神塔)이라 전한다. 산은 강을 낳고, 강은 마을을, 마을은 다시 역사를 낳는다 했다.
아무리 산골 오지라 해도 강이 흐르는 강변에는 예부터 사람이 살았다. 세월의 더깨가 물씬 풍기는 말티의 돌탑을 보며
이곳 옛사람들의 삶의 편린을 엿보며 읍(揖)을 해본다. 1941년 우산초교 분교로 개교한 지 50여 년 만에 다시 폐교가 되
었다는 학교는 지금은 '옥천 옻 문화단지'로 활용되고 있었다. 마을 동구 앞의 금강은 이곳에서는 더 이상 대청호가 아니
었다. 큰 물에 큰 여울을 이루고 흘러가는 양이 자못 여유롭고 평화로웠다. 대청호 오백리길은 11구간을 지나오는 지금
껏 대청호 서안을 따라 금강을 거슬러 오르며 이어졌지만, 다음 12구간부터는 강을 건너서 금강 동안을 물길 따라 이어
진다. 새해 첫 산행 길에 오른 오늘의 대청호 오백리길 11구간은 미세먼지로 인해 시계는 비록 흐리기는 했어도 산협과
산록과 산마루를 타 넘는 산길엔 설한의 산마루에 퍼지는 맑고 찬 공기가 가슴을 깊이 적셔 좋았고, 들머리와 날머리에
서는 선사유적과 삼한 시대의 유물에 접하며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한듯해 좋았었다. 그리고 삼십 리 하얀 눈길을 시종
일관 파란 마음으로 가볍게 걸어서 그런지 올 한 해도 건강을 잘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들어 더 좋았다.
촬영, 2023, 01, 07.
▼ 옥천군 동이면 석탄 1리, 안터마을 동구
▼대청호 오백리길 11구간 위치도 = 안터선사공원 - 가림내골 - 갈마골 갈림길 - 말티재 - 청마리 제신탑.
▼ 석탄리, 안터선사공원
▼석탄리 선돌과 고인돌
▼ 안터선사공원 고인돌
▼석탄 1리 회관
▼석탄리 안터 1길 / 청마리로 향하는 임도길로 가는 길
▼ 안터 2길
▼안터마을 반딧불이 생태탐방지
▼ 석탄리와 창마리를 잇는 임도(林道) 들머리
▼대청호 한반도지형 전망 언덕 구빗길
▼ 한반도 지형을 연상하게 하는 강 건너 이슬봉 능선 구간
▼ 가림내골, 생명강 전원마을
▼생명강 전원마을 삼거리 이정목
▼ 가림내골, 청마리 가는 임도
▼임도 400m 재넘이 고개
▼재넘이 고개에서 본 '가림내 골'
▼ 가림내골 위로 본 마성산 능선과 멀리 환산 능선
▼멀리 탑산 안부로 향하는 청마리 임도
▼ 갈마골 임도
▼탑산 서쪽 능선 400m 안부
▼안부 넘어 말티재로 가는 임도
▼ 말티재 삼거리
▼말티재에서 본 청마리 화장골
▼청마리 화장골 - 1
▼청마리 화장골 - 2
▼청마리 화장골 - 3
▼ 청마리, 말티 마을
▼ 청마리, 말티 표지석
▼청마리 제신탑
▼ 청마리, 우산초교 청마분교터 / 현재는 폐교되고 옻칠 문화관으로 사용 중.
▼ 말티마을 동구, 금강 변 쉼터
▼청마리 말티마을 앞 금강 / 경부고속도로 금강 휴게소를 내린 물길이 한 바퀴 휘돌아 이곳에 이른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