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지난 한 세기 동안 눈부신 성장을 했다.
특히 8.15 해방과 6.25 전쟁을 거치면서 일제와 공산주의의 잔인한 박해기를 벗어나
60년대에서 80년대 사이에는 선교 역사상 유례를 깨고 급성장을 했다. 그래서 오늘날
세계의 관심과 주목을 받으면서 21세기에 들어선 한국교회는 지난날의 성장을 바탕
으로 제2의 부흥기를 맞아 세계적인 교회로, 미래사회를 주도하는 교회로 다시 한번
도약해 보려는 것이 한국교회의 꿈이다. 그러나 이런 낙관론의 우리의 기대와 꿈이기
는 하지만 한국 교회는 그런 꿈을 실현하기에는 너무도 허약하다는데 우리의 고민이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먼저 오늘의 한국교회의 건강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해 보는
것이 우선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몸이 건강하려면 병이 없어야 한다. 아무리
신체가 튼튼하고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도 몸에 병이 들면 그 기능을 제대로
유지할 수가 없다.
교회도 마찬가지로 건강한 교회가 되려면 병이 없어야 한다. 우리 한국 교회는 겉으로
보기에는 원기왕성하고 건강한 것 같은데 속으로는 심상치 않은 병을 앓고 있다.
물론 교회에 따라서는 성장을 계속하는 건강한 교회도 있다. 이런 교회들은 우리 교회는
계속 성장하고 있는 데 무엇이 문제냐고 장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부
교회의 고정 관념은 성장을 지속하는 교회만의 논리로는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국 교회 전체를 총제적으로 진단해 볼 때는 심상치 않은 병에 걸려 진정한 성장을
멈추고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 많은 교회 지도자들의 공통적인 인식인 듯 하다.
이런 병리 현상을 깊이 진단한 기독교윤리실천 운동은 진정한 교회 성장과 성숙을
병들게 하는 모든 요소들을 제거하고 하나님의 교회가 건강해지기를 소망하는 마음
으로 '건강교회 월례포럼'을 시작한 데 대하여 깊은 감사를 드리며 반듯이 열매를
거둘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Ⅱ. 건강한 교회와 지도자의 역할
교회 성장 전문가들은 한국 교회 성장의 요인을 여러 가지로 설명하지만 나는 한국
교회 성장의 첫째 요인은 목회자들의 수고와 희생적인 헌신이었다고 믿는다. 지난날
한국 교회 목회자들은 교회 성장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나 다 바치는 엄청난 양의
목회적 대가를 지불했다.
동시에 오늘의 한국교회를 병들게 한 책임도 교회 지도자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도자가 병들면 교회가 병들고 교회가 병들면 모든 신도들이 병들게 마련이다.
어느 시대 어느 분야에서나 그 지도자가 어떠냐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그 집단의
성쇠가 달라진다. 엄밀히 말해서 지도자 자신이 모든 일에 투명하고 정직하여 그
삶이 깨끗하면 그 사회도 나라도 교회도 건강해진다. 교회의 주인은 하나님이시지만
뽑아 세운 지도자들을 통해서 일하시기 때문에 지도자의 말과 행함이 일치하고 말과
말의 일관성이 있어 인격적으로 신뢰를 받으면 교회는 건강해 진다. 고로 우리 지도자
들은 누구를 탓하기 전에 자신의 인격과 생활에 높은 윤리와 도덕성이 살아 있는가를
양심 앞에 물어야 할 것이다.
Ⅲ. "후임 목회자 선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
교회는 목회자에 따라서 건강하게 성장하기도 하고 반대로 쇠퇴하고 병들기도 한다.
전 세대는 목회자 한 사람의 역량에 따라 교회가 특징 지어졌다. 교회 성장도 목회자
에게 절대 의존적이었다. 목회자의 목회관은 '교회의 크기' '목표설정', '교회의 방향'
등을 규정하고 '교회의 개성'을 뚜렷하게 한다. 미래 교회의 목회에도 목회자의
영향은 크게 변함이 없을 것이다.
각 교단 헌법에 보면 후임 목회자 선임 절차는 대동 소이하다. 당회는 인선위원을
선정하고 추천된 후보를 공동의회에 회부하여 과반수(또는 2/3)의 찬성을 얻은 후보를
시찰회를 거쳐 노회에 제출하면 노회는 인사부를 통해서 해당 교회에 송부한다.
이것은 각 교단의 법적인 절차이지만 그러나 요즘은 목회자 후보 선정 문제를 놓고
여러 가지 방법을 쓰기도 한다. 하나는 공채 하는 방법이다. 교단 신문에 공고하면
30-40명의 지원자가 등록을 한다. 지원자 중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현재 시무 하는 교회보다는 교세가 크기 때문에, 또는 문제를 안고 있는 목회자들이
비슷한 상대끼리 어떤 조건을 걸고 맞바꾸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공채를
하는 경우에 후보자들 중에는 서로 상대방의 약점을 노출시키고 중상모략을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여기에는 또 교회 정치가 개입되어 금품이 오고가는 뒷거래도
있다고 들었다. 이런 경우는 사실 여부를 떠나서 교회의 도덕성을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후보자의 인격과 자질의 객관적인 평가로 추대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것이 때로는 당회원의 분열을 초래하기도 하고 심해
지면 교회가 분열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물론 대형교회는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제 18년 동안 시무하고 원로목사로 추대되면서 후계자 선정과정을 경험한 그대로
솔직히 말씀드리고자 한다. 먼저 교단 법대로 청빙 절차를 당회에 일임했다. 당회
에서는 인선위원(약 30명)을 선정하지 않고 원로추대 받은 목사에게 목회자 후보
선정문제 전체를 조건 없이 위임하기로 결의했다. 본인은 교회 시무를 끝낸 목사가
후보 선정에 책임을 진다는 것은 당회의 위신을 떨어뜨리고 또, 교단법이 정한 절차에
어긋나는 일임으로 일언지하에 거절을 했다.
당회원들은 다시 본인을 찾아와서 하는 말이 '우리 장로들은 목사의 설교나 한 번
들어보고 그의 이력서나 읽어보는 것으로는 그 목사의 능력을 평가할 수 없고,
원로목사는 이 교회를 우리 보다 더 사랑할 것이며, 많은 목사들이 제자들이라 누구
보다도 객관적으로 사심없이 선정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정 그렇다면 여러
분이 추천하는 분들에 대한 자문에 응할 수는 있으나 교회를 떠나는 마당에 직접
나서는 것은 법에도 어긋나고 순리에 역행하는 행동이라고 거절을 했다. 당회의
마지막 결의는 심각했다. "목사님도 신이 아닌데 어떻게 완벽한 사람을 선정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누구라도 추천하시면 우리는 목사님을 믿고 따를 것이며 그 후의
모든 문제는 저희 당회원들이 전적으로 책임 질 것입니다." 그래서 무거운 짐인 줄
알면서도 장로님들의 신뢰를 거절할 수가 없어서 수락을 했다. 장로님들의 간청에
의해서 제가 선정한 분이 현재 신촌교회를 담임하고 계신 이정익 목사이다.
후계자를 선정하면서 자신에게 다짐한 것이 몇 가지 있다. 첫째, 그 동안 해 온
목회 패턴을 답습할 사람이 아닌 자기 나름대로의 분명한 미래의 목회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목사, 두 번째로 나와는 특별한 개인적인 연고가 없는 사람,
세 번째, 교회 일에 절대로 개입하지 않는 것 등이다. 이런 스스로의 다짐 하에
후임 목회자를 당회에 추천하였던 바 당회원들이 믿고 만장일치로 5분내에 아무런
이견 없이 결정해 주었다. 법에 따라 공동의회에서 투표하려 했으나, 모인 회원
전부가 목사님을 믿고 전권을 맡긴 일인데 투표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면서 전원이
기립 박수로 새 목사님을 모시게 되었다.
은퇴할 때 장로님들이 찾아와서 어떻게 대우를 해 드렸으면 좋겠느냐고 묻기에
그것은 교회가 할 일이라고 돌려보냈더니, 교회는 교회법에 따라 생활의 일부를
책임져 주셨고 그 동안 살던 교회 사택을 내 명으로 주기로 결정을 했다. 그러나
내가 살 동안만 거쳐할 곳이 필요하니 명의는 교회 이름으로 그냥 두되, 그 집에
살도록 보장을 요청했으나 그것만은 내 뜻을 따라주지 않았다. 안양시의 관악산
밑에 있는 아파트를 교회가 구입을 해 주셔서 지금 그곳에서 잘 살고 있다. 그후,
마음의 결심에 따라 당회나 제직회나 공동의회 같은 모임에 한번도 참석한 일이
없다.
다만 당회장의 요청에 따라 한 달에 한번씩 셜교를 했으나 지금은 나이가 들면서
그것도 사양했다.
지난 10년동안 부족한 저는 한국 교회의 여러 교파를 초월해 거의 매주일 청하는
교회에 가서 설교도 하고 세미나 같은 모임에서 강연도 하면서 후회 없이 살고
있다. 제가 은퇴 후에 자동차를 하나 사서 타고 다녔는데 7년 이상타니까 차도
낡고 비용도 많이 들어 금년부터 버스나 전철을 이용할 계획을 세웠는데 어느 날
저도 모르게 교회에서 새 차를 모든 수속을 끝내고 제 집에 갖다 놓았다. 게다가
가스비용, 기사 생활비도 주셔서 과남한 대접이지만 교회의 정성을 받아들여
지금 편히 살고 있다. 새로 부임하신 목사님은 여러 면에서 능력 있는 분이어서
지난 10년 동안에 교회가 배로 증가하여 날로 성장하고 있다. 이는 내가 후계잘
잘 택해서가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께서 주신 축복이라고 믿고 항상 감사하고
있다.
끝으로 교수로, 목회자로 외길 인생을 마쳐가면서 얻은 결론은 하나님이 주신
은사와 기회를 잘 활용해서 그리스도의 섬기는 제자로 모든 교인들과 한국 교회를
섬기다가 부름을 받기를 원하는 심정뿐이다. 부족한 본인은 사실 교회 갱신의
대상의 한 사람인데 이렇게 불러주시고 경청해 주셔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