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서울에는 물난리가 났다는데 제주도는 꽤 오랫동안 빗방울은 고사하고 먹구름 한 점 없는,
정말 그림처럼 아름다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답니다.
마치 지난겨울의 질리고 질리도록 우중충했던 나날들을 보상이라도 해주는 듯
제주도의 여름은 아름다움의 절정을 향하여 미친 듯이 달음질을 하는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요렇게 환상적인 날씨와 더불어 도로 곳곳에서 마주치는 <허>자 넘버의 차량들...
이제 나는 그 차량들을 보면서 싱그레 웃기까지 합니다.
지난여름에는 관광객도 아닌 것 같고, 제주도민은 더더욱 아닌 것만 같은 내 정체성에 대한 혼란스러움으로
순간순간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우울함에 조금, 아니 꽤 많이 진저리를 치기도 했었던 그런 시간이었는데,
그런데 1년 사이에 나는 이제 <허>자 차량들을 보면서 <날씨가 좋아서 저들이 신나게 놀다 가겠구나> 하고
혼잣말을 하기도 한답니다. ㅎㅎ
눈에 보이는 그 모든 것에 꼬투리를 잡고 불평불만만 가득했었던 지난여름을 떠올리면
제주도에 적응을 하지 못해 끙끙 대던 나 자신이 참 가엽고 안쓰럽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대견스럽기도 하답니다. 어쨌든 지금 나는 그 모든 불평불만을 이겨내고
여전히 이 <제주도>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이 단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나는
나 자신을 기특해 하고 있답니다.
ㅎㅎ, 일 년이라는 시간을 흘려보내고 나니 이제 조금은 적응이 되었다고 해야 할까요...
아직까지 제주도의 토속음식을 단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았고, 아직까지 제주도의 언어가 귀에 거슬리긴 하지만
이제는 그리 낯설지가 않다는, 그래서 어디를 가든 쭛빗쭛빗 몸을 사리던 그런 일들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자신있게... ㅎㅎ, 아니지.. 아직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그런 단계는 아니니까... 아무튼, 뭐, 그렇다는 거죠. ㅎㅎ
그래서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지난해에 비해 많이 발전했다... 딱, 이 표현이 제일 잘 어울리겠네요. ㅎㅎ
요즘 내가 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지만, 살아보니 사람 사는 데는 거의 다 비슷비슷하더라는 것...
서울에서의 삶에서도 그 나름대로의 장단점과 희노애락이 있었고,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노을이 아름다웟던 미국 중서부의 어느 마을에서의 내 삶에도 기쁨과 슬픔은 존재했었고,
중국이라는 말만 들어도 눈살을 찌푸렸던 중국에서의 내 삶에서도 아름다움은 존재하고 있었다는 그 사실을
이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서울이 그립다는 말을 입술에 풀칠을 해 놓은 듯 늘 말을 하면서도 짐짓 속으로는 제주도의 자연풍광에 경탄해 마지않았고,
모든 것이 너무 편리해서 인스턴트적인 삶처럼 느껴졌었던 미국에서의 삶에서도 분명 자연이 주는 장대한 경관에
숨 넘어갈 듯 황홀해 하던 적은 분명히 있었고, 언제나 뒤통수를 치고 지나가듯 어리둥절 생뚱맞기만 했었던
그 징글징글하던 중국에서의 삶조차도 돌아보면 좋았던 때가 당연히 존재했었다는 그 진리를
이제야 나는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ㅎㅎ, 혜민스님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이라고 말씀하셨나요...
그러면 나는 이 말을 표절해서.. 나이가 들 만큼 들고 나면 그제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들... 이라고
표현하고 싶으네요.
그래요, 이제는 <시간이 약이다> 라는 의미도 진정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답니다.
그저 몇몇 글자에 불과하던 이 말이 이제는 내 마음속 깊디깊은 곳까지 스며져 오는 것을 느낍니다.
ㅎㅎ, 이럴 때는 점점 더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 그리 나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더 새로운 세상을 엿볼 수 있다면 이 또한 그리 억울한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에
지금 이 순간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따스한 기운이 동심원을 그리며 온 몸으로 퍼져나가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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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요렇게 매일매일 하나씩 반성을 하고 하나씩 깨달아가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답니다.
그래서 무더운 여름이지만 기분 좋은 깨달음 덕분에 결코 그리 덥지만은 않다는 사실... ㅎㅎ
< 2013/07/13 기분 좋은 생각에 선풍기조차 필요치 않은 와니의 어느 여름날... >
첫댓글 풍차가 있는 바다가 너무 멋지네요..
스와니님 그간 잘 지냈나요..
이제 이곳도 더위가 시작 된 듯 싶어요..
실내에서는 에어컨 없이는 시간을 보내기가 힘들답니다..
무더위에 더욱 건강하시길 바래요..
ㅎㅎ, 진짜 풍차는 아니구요.
풍력발전소인데 저는 풍차, 또는 바람개비라고 부르지요.
서울에도 이제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시작되었나 보네요.
제주도에서는 이런 무더위는 올해가 처음이라고 완전 난리들이죠.
한 달째 비가 거의 오지 않아서 농부들의 마음은 타들어가고...
에고~ 이 무슨 부조화인지...
한동안 서울에는 물난리가 나고, 이곳 제주도는 가물어서 난리가 나고...
그림님도 무더위 잘 이겨내시고 늘 건강하시길요~ ^^
아웅! 백조님! 그간 안녕하십니까?
더위 묵지마시고 쿨한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역쉬 풍력발전기를 자주보시니까 매일 발전을 하시나 봅니다~?^^
나이를 묵으면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좀 많아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인정하게 되구요.
열대야로 잠 설치는 밤입니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더위를 많이 타시는 싸부님~!
이번 여름은 특히나 힘든 나날이겠어요.
저는 며칠 전부터 창으로 날아드는 바람 속에서
벌써부터 가을을 느끼고 있네요.
이제 곧 이 무더위도 사라져가겠지요. 아쉽게도 말이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