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향한 진솔한 감성을
기도문으로 담아낸 시편의 긴 여정이 끝나고,
이제 잠언의 차례가 되었다.
잠언은 시편과는 사뭇 다른 형태의 말씀이다.
시편이 하나님을 향한 마음을 노래했다면,
잠언은 하나님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친다.
지식과 지혜,
그리고 이성을 바탕으로
하나님의 뜻 안에서 살아가는 삶을 추구한다.
메시지 성경의 잠언 머리말에는 인상적인 글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성경에 주로 천국 가는 방법,
즉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고
영혼의 구원을 받는 법이 적혀 있는 줄 안다.
물론 그런 내용도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성경은 이 세상에서의 삶,
곧 올바르고 건전하게 사는 일에도 똑같이 관심을 갖는다."
우리는
하나님과 삶, 신앙과 현실,
천국과 이 세상을 쉽게 분리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는 것들을
하나의 진리 안에서 연결하신다.
그래서 하나님을 아는 일과
이 세상을 바르게 살아가는 일은
결코 분리되지 않는다.
천국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인 동시에
이미 이 땅에서 시작된 삶이다.
오늘 주어진 삶을
하나님의 뜻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
이미 천국을 살아가는 첫걸음이다.
잠언 1장 2절은
분명하게 선언한다.
"지식의 첫걸음은
하나님께 엎드리는 것이다."
하나님이 만유의 주이시며
모든 지혜의 근원이 되시기에,
그분께 배우겠다는 결심과 자세가
모든 배움의 출발점이다.
2장 1~5절에서는
하나님의 훈계와 지혜를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라고 한다.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열어 받아들이며,
금을 캐는 채굴업자와
보물을 찾는 탐험가처럼
그것을 찾으라고 권한다.
세상에는 보암직하고, 먹음직한
수많은 가짜 진리가 있다.
겉으로는 지혜처럼 보이지만,
결국 사람을 미혹하는 것들이다.
그러므로 반석처럼 견고한
하나님의 훈계와 지혜를
굳게 붙들어야 한다.
그러나 지혜는
아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잠언은 그것을 현실에서
분별 있게 적용하라고 말한다.
최근 공부하며 깊이 공감한 내용이 있다.
감동은 중요하다.
그러나 감동이 감동으로 끝나면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감동이 생명을 얻으려면
현실의 갈등을 통과해야 한다.
고민하고 씨름한 끝에
비록 작은 것이라도 행동으로 옮기는
'선택'이 있어야 한다.
지혜도 마찬가지다.
배운 것을
현실의 다양하고 복잡한 상황 속에서
올바르게 적용하려는 노력이 있을 때
비로소 살아 있는 지혜가 된다.
그리고
그 지혜 위에 더 구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통찰력이다.
통찰력은
단순히 많은 지식을 아는 능력이 아니다.
정량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전인격적으로 깊이 헤아려
하나님의 뜻에 가장 가까운 선택을
분별하는 능력이다.
세속적인 표현으로는
'혜안'이라 부를 수도 있겠다.
잠언은 그 통찰을
금을 캐는 채굴업자처럼,
보물을 찾는 탐험가처럼 찾으라고 한다.
그만큼 멀고도 험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믿음의 사람들조차도
조금만 상황이 복잡해지면
지혜로운 판단에 어려움을 겪곤 한다.
성경 지식은
비교적 빨리 얻을 수 있지만,
통찰은 하나님과 오래 동행하며
삶 속에서 다듬어지는 열매이기 때문이다.
2장 9~15절은 그 결과를 아름답게 묘사한다.
"지혜가 네 절친한 벗이 되고,
지식은 유쾌한 동행자가 될 것이다.
건전한 상식이 앞서 나가 위험을 찾아내고,
통찰력이 너를 빈틈없이 지켜줄 것이다."
참으로 공감되는 표현이다.
지혜는 삶의 방향을 바로잡아 주는
가장 믿음직한 친구이고,
지식은 어디를 가든 함께하는
든든한 동행자이다.
하나님께서 주신 건전한 상식은
상식을 벗어난 위험을 피하게 한다.
안타까운 것은 사람들이
하나님께서 주신 상식을 가볍게 여기고
스스로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심지어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상식을 외면하는 모습도 종종 보게 된다.
그러나 가장 강한 방패는
결국 통찰력이다.
지혜도, 지식도, 상식도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는
복잡한 현실 앞에서,
하나님 안에서 얻는 통찰은
우리를 빈틈없이 지켜 준다.
잠언은 지혜를 많이 아는 사람이 되라고
말하지 않는다.
하나님을 경외함으로 지혜를 구하고,
그것을 삶 속에서 분별하며
실천하는 사람이 되라고 권한다.
지식은 출발점이고,
지혜는 적용이며,
통찰은 완성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시작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