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랑 산사람] 경남 고성 상족암 길 매일신문 배포 2012-06-28 14:12:33 | 수정 2012-06-28 14:12:33
공룡발자국 따라 해송숲'기암 해벽 산 바다 넘나들며 환상 시간여행
한려수도를 배경으로 병풍처럼 펼쳐진 고성 상족암. 세계 3대 공룡유적지로 이름난 상족암은 해안을 따라 층층이 쌓인 절벽의 모습이 밥상다리 모양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억 년 전의 발자국이 나타나는 지층에는 브론토사우루스, 브라키오사우루스, 알로사우루스, 티라노사우루스 등 백악기의 공룡 발자국이 수천 개나 숨어있다.
요즘 둘레길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경상남도는 지역별 특성을 살려 54곳의 둘레길을 만들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고성 ‘상족암 길’이다. 상족암 길의 매력은 다양한 코스. 자신의 인내를 실험할 수 있는 종주코스와 상족암 군립공원 일대를 걸어보는 둘레길 코스, 그리고 머나먼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는 공룡박물관 탐방코스 등이 있다.
종주 코스의 시작점은 고성군 하일면 임포마을. 해변 모텔 앞에 차를 세우고 1010번 지방도를 따라 서쪽 방면으로 걸으며 시작된다. 조금 걷다 보면 왼쪽 해변으로 연결되는 시멘트 임도가 나타난다.
작은 동산이 나타날 때 바닷가 길을 따라 걷는다. 바다에서 숭어가 펄떡펄떡 뛰는 모습과 굴 양식에 필요한 어구 등을 볼 수 있다. 갈림길에서 ‘관계자외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있는 왼쪽으로 접어들면 막다른 곳에 조그마한 선착장이 있다. 그곳에서 철계단을 따라 오른쪽으로 오르면 바다 풍경과 조화를 이룬 멋진 탐방로와 만난다. 남사면이 확 트이는 바닷가에 아름다운 작은 섬 하나가 고개를 삐죽 내밀고 있다. 전망대가 있는 솔섬 야영장이다. 나무로 만든 데크 길이 이곳까지 연결되어 있고, 달팽이를 연상케 하는 작은 섬은 썰물 때 건너갈 수도 있다. 산뜻하게 만든 데크 길을 오른쪽으로 휘어 돌면 ‘솔섬 진달래 둘레길 안내도’가 있다.
회룡마을 표지석과 마을회관이 있는 지방도 옆에 정자가 있고, 옆쪽에는 좌이산 등산 안내도가 보인다. 정자에서 잠시 햇볕을 피하고 지방도를 따라 지포마을로 접어든다. 해안가 곳곳에는 멸치를 말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자갈길 해안을 걸으며 주변 섬들을 조망하면 평촌마을에 닿게 된다. 오르막 고갯길 왼쪽에 ‘동화마을’ ‘부경대학교 수산과학기술센터’ 안내판이 보인다. 종주길 중 가장 주의해야 할 지점으로 무심코 수산과학관을 통과해 마을 안쪽까지 접어들면 길이 없어 되돌아 나와야 한다.
명덕고개를 넘으면 커다란 돌탑이 3개나 세워진 삼거리다. 동화마을 입구이자 ‘소울비포성지’가 보이는 곳이다. 여기서 사량도 선착장이 있는 용암포 마을까지는 지루한 지방도로, 길의 가늠조차 쉽지 않다. 약 40분이 소요된다. 제대로 된 ‘상족암 길’은 사량도 선착장이 있는 용암포 마을부터다. 고개를 바로 넘으면 맥전포로 왼쪽 길을 따라 사량도 선착장을 빙 돌아 우회해도 된다. 몇 해 전만 해도 조그마한 포구에 불과했던 맥전포 항구는 수백억원을 들여 조성한 전시적 관치행정의 극치다. 아무리 나랏돈이 눈먼 돈이라지만 오가는 사람조차 별로 없는 곳에 음악분수대를 설치하고 놀이터까지 만들었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다리를 건너 서쪽 방파제 쪽으로 가다 보면 항구횟집 못미처 공룡산책로 표시가 있다. 산 입구에 ‘공룡발자국 따라 걷는 길’이란 안내도도 있다. 해송이 우거진 산길을 걸어 바닷가로 빠지면, 아름다운 해안선에 기암으로 치장된 해벽 천지다. 그 사이로 둘레길이 연결되어 있다. 그 길을 걸으면 인간 세상과 선계(仙界)의 경계마저 모호하게 만든다.
일몰전망대에서 조망되는 주변 풍광도 압권이지만,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면 경치가 더 좋다. 아름다운 황금 해벽과 작은 섬 사이에 놓인 잔도 너머로 사량도가 겹쳐지고 수우도를 비롯해 주변의 섬들이 바다에 점점이 흩뿌려져 한 폭의 그림이 완성된다.
산 위를 오르면 병풍바위 전망대다. 천 길 단애 위에 설치했는데 바닥에 투명한 유리판을 깔아 넘실대는 파도에 떨어질까 가슴 졸이게 된다. 주변에 송림이 우거졌고 비포장 흙길이라 연중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거대한 공룡 모형을 만나면서 상족암 길은 절정을 맞는다. 밀물 때 잠기고 썰물 때 드러나는 평평한 넓은 지반을 지형학적 용어로 ‘파식대’라고 하는데, 상족암 주변의 해안 파식대 위에는 중생대 백악기에 살았던 공룡발자국 화석이 뚜렷하다. 높은 절벽을 이루고 있는 해식애에 파도의 침식에 의해 생긴 해식 동굴이 수없이 많다. 썰물에 드러난 해면의 넓은 암반과 기암절벽이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룬다.
주상절리로 생겨난 해안의 절경을 구석구석 즐기고 조금 전 올랐던 병풍바위를 조망하는 것은 덤이다. 둔덕 위로 오르니 공룡박물관 입구다. 되돌아 나가지 말고 왼쪽 ‘상족암유람선’이란 표지판을 따라가면 덕명 마을이다.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있고 대형버스 주차도 가능하다. ‘경남의 걷고 싶은 길’(gil.gntour.c om) 안내에 따르면 고성군 하일면 임포마을에서 시작해 상족암 군립공원을 거쳐 공룡박물관까지 이어지는 11㎞를 ‘상족암 길’, 소요시간은 4시간 10분이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아직 완성된 길이 아니다. 상세한 길 안내도와 이정표가 없어 지도만 믿고 나섰다가 6시간 이상 걷게 되는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바야흐로 여름이다. 긴 코스는 자칫하면 사람을 탈진하게 한다. 지루한 종주 코스보다는 용암포에서 시작해 덕명마을까지 연결되는 실제적 ‘상족암 길’을 권하고 싶다. 여유 있게 둘러보아도 3시간이면 족하다. 부족하다면 임포마을에서 시작해 평촌마을까지 진행 후 차량으로 용암포까지 이동해 나머지 길을 걸으면 된다.
‘상족암 길’을 떠나기에 앞서 물때(조수간만의 차)를 미리 알아보는 것이 좋다. 물이 빠져야만 상족암의 공룡발자국과 상족암 길을 제대로 걸을 수 있다. 날머리에 있는 고성공룡박물관은 고성의 대표적인 공룡 이구아노돈의 몸체를 형상화하여 건립된 국내 최초의 공룡박물관이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에 공룡화석 등을 전시하고 있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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