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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왕봉에서 새해 해돋이를 하는 등산객들의 모습. 높은 산 날씨는 변덕이 심해 천왕봉에서 해돋이를 보려면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말도 있어요. /박상훈 기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은 어디일까요? 백두산, 한라산, 지리산 등이 떠오를 거예요.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산은 백두산으로 2744m에 달해요. 남한에서 제일 높은 산은 높이가 1947m인 제주도 한라산, 그다음이 지리산(1915m)이랍니다.
이 세 산은 ‘명산 중의 명산’으로 꼽히는데요. 그중에서도 경상남도·전라남도·전라북도에 걸쳐 있는 지리산은 산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산이랍니다. 작년 국립공원 방문자 수를 보면 1위가 북한산, 2위가 경주국립공원, 3위가 지리산이에요. 북한산은 인구가 많은 서울에 있어서 주말 방문자 수가 많고, 경주국립공원은 등산객이 아닌 관광객도 많아요. 이를 감안하면, 등산 인기도를 따졌을 때 지리산이 한국 1위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랍니다.
지리산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명소는 ‘내륙 최고봉’이라고 불리는 천왕봉입니다. 많은 국민이 찾는 인기 코스인 만큼, 천왕봉을 오르는 산길은 기상 악화로 특보가 있지 않은 한 365일 개방되고 있어요. 국립공원에 속한 많은 봉우리는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건조한 시기인 3~4월과 11~12월에 입산이 금지되는데요. 천왕봉은 사시사철 산행이 가능한 명소예요. 천왕봉은 최근 산불이 난 적이 없고, 대피소 또한 여럿이라 산불이 나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해요.
사람들이 지리산 천왕봉을 찾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기 위해서예요. 지리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산악형 국립공원이고, 이 둘레가 무려 320여㎞에 달해요. 상상해보세요. 지평선 끝까지 뻗어 있는 첩첩산중을 헤치고 떠오르는 해를 말이죠.
하지만 유념해야 할 점도 있어요. 일출을 보기 위해 산을 오른 등산객은 실망할 때가 더 많답니다. 변화가 심한 높은 산 날씨 특성상, 깨끗한 해돋이를 보기는 쉽지 않은데요. 그래서 천왕봉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려면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답니다. 최근에는 ‘7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말까지 생겼어요. 천왕봉 일출 관람 코스는 천왕봉에서 걸어서 1시간 거리인 장터목대피소에서 하룻밤을 자고, 아침 일찍 산길을 올라 일출을 보는 것이 등산인들의 공식처럼 굳어져 있었는데요. 최근엔 등산객들이 더 늘어나면서 대피소 예약 경쟁이 심해졌다고 해요.
지리산(智異山)은 ‘지혜 지(智)’ 자에 ‘다를 이(異)’ 자를 쓰지요. 이름의 유래에 대해 명확하게 알려진 것은 없지만, 이름에 얽힌 의미 중 하나가 ‘지리산에 들면 누구나 지혜가 달라진다’라는 거예요. 험난한 지리산을 오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덕분이라고 해요. 경남 산청 방면에서 오르든, 경남 함양 방면에서 오르든 길고 긴 오르막 돌계단이 이어져요. 몇 시간을 수행 같은 오르막에 온몸 바쳐 걷다 보면, 별별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요. 그러면서 미웠던 사람도 용서하게 되고, 몰랐던 실수도 깨닫게 되고, 조금씩 지혜로워진다고 해요. 지혜에 덧붙여 체력까지 길러주는 산, 지리산은 언젠가 찾아올 여러분을 매일 기다리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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