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년 4월 12일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가 세상을 떠났다. 65년이라면 지금으로부터 대략 1960년 전의 일이니 참으로 까마득하다. 그래도 세네카라는 이름은 아주 낯익다. 그는 많은 명언을 남긴 문학가이자 철학자로 인류에 기억된다. 또 ‘폭군 네로’의 스승이었다는 점 때문에 유명하기도 하다.
세네카의 경구 중 “살아 있는 기간만 삶으로 생각하지 않고, 삶이 필요한 동안만 산다고 깨달으면 현자”라는 말은 자못 감동적이다. 이는 “인간은 육체에 구속되어 있지만 올바른 이성에 의해 인간답게 살아가고, 죽음으로써 노예 상태를 벗어난다.”라는 그의 발언과 궤를 같이한다. 세네카는 “철학이란 바로 이와 같은 선善을 추구하는 처세의 학문”이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네로는 그에게서 배운 철학을 현실사회에 전혀 적용하지 않았다. 스승은 “우리는 매일 죽는다. 인간은 잘 죽는 법을 알지 못하는 한 잘 살 수 없다.”라고 가르쳤지만, 네로는 잘 죽기는커녕 최악의 사망을 맞이했다. 네로는 어머니를 죽이고 아내를 죽이는 등 온갖 만행을 저지른 끝에 반란군에 잡혀 처형될 위기에 몰리자 “위대한 예술가가 이렇게 사라지는구나!”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자살했다. 겨우 31세였다.
1923년 4월 12일 뒷날 대한민국의 유명 배우로 성장하는 김진규가 태어났다. 그는 1955년 〈피아골〉로 영화계에 등장했고, 이듬해인 1956년 〈포화 속의 십자가〉와 〈처녀 별〉에도 출연했다. 〈피아골〉과 〈포화 속의 십자가〉는 제목만으로도 ‘죽음’ 이야기가 다뤄지리라 짐작된다.
〈처녀 별〉은 예외일 듯하지만 그 역시 삶과 죽음에 얽힌 담론을 담고 있다. 주인공 처녀 별아기는 사랑하는 도령의 집에 잠입한다. 시아버지가 될 뻔했던 도령의 아버지가 ‘사화’라는 이름의 권력 투쟁 끝에 자신의 친아버지를 죽였다. 그 복수를 위해 별아기는 지금 생사의 기로에 선 것이다.
김진규 주연 〈오발탄〉은 ‘20세기를 빛낸 우리나라 최고의 영화’로 손꼽힌다.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은 1999년 월간조선이 영화계 인사 101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48표를 얻어 1위에 등극했다. 임권택 감독 〈서편제〉가 28표로 2위, 나운규 감독 〈아리랑〉이 24표로 3위에 올랐다.
이범선이 1959년에 발표한 소설 〈오발탄〉의 주인공 철호는 삶에 지친 나머지 스스로를 ‘오발탄’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가난한 서민에게 무슨 죄가 있는가! 인간사회 최악의 오발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무고한 백성을 죽이고 그의 것을 빼앗는 권력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