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800여 년 전부터 아일랜드를 지배해 왔고, 16세기 말 엘리자베스 1세 시절 아일랜드 북부 지역으로 개신교 신도들을 집단 이주시켰다. 카톨릭 신자가 대부분인 아일랜드를 통치하가 편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1801년 공식적으로 영국에 합병된다.
북부의 성공회 귀족들은 매우 부유한 삶을 사는 반면 구교도인 아일랜드인들은 온갖 박해를 당하며 가난하게 살았다. 거기에 감자 대기근이 겹쳐 많은 아일랜드인들이 미국, 캐나다 등으로 살 길을 찾아 이민을 떠났다.
1차 대전이 한창이던 1916년 4월 부활절 기간 동안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 무장봉기가 일어났지만, 곧 영국에 진압당했다. 그리고 주동자인 사회주의자 제임스 코널리(James Connolly)가 처형당했다. 1918년 11월 총선거에서 아일랜드의 독립에 반대하는 보수당이 우세한 북동 지역을 제외하고 신페인(우리 자신이라는 뜻)당이 다수의 의석을 얻었다. 그리고 아일랜드 의회를 설립, 아일랜드가 독립국임을 세계에 선언했다. 그러나 세계는 그들을 인정하지 않았고, 영국은 그들을 더욱 가혹하게 탄압하기 시작했다.
아일랜드는 1919년 IRA(Irish Republican Army)를 조직해 대대적인 독립 투쟁에 들어간다. IRA는 주로 18 - 30세의 젊은 청년들로 구성되었는데, 공장 노동자나 농부, 상점 직원 출신이 많았다. 일부는 1차대전에 참가했던 베테랑들로, 그들의 군사 기술은 IRA에 큰 도움이 되었다. 여자들은 Cumann na mBann를 조직, IRA간의 연결을 담당하고, 아일랜드 의회를 운영하는 역할을 맡았다.
1920년 아일랜드 남부 지역에서 게릴라 투쟁이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아일랜드의 거센 항쟁에 영국은 결국 아일랜드와 휴전 협정을 맺고, 북아일랜드를 제외한 지역에서 그들의 자치를 허용하여. 1922년 12월 아일랜드 자유국이 탄생한다. 이때 IRA는 강경파와 온건파로 갈라서게 된다. 온건파는 자치를 인정받은 것만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하고 조약에 찬성하고, 강경파는 북아일랜드를 포함하여 완전한 독립을 이룰 때까지 투쟁을 계속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또 북쪽의 성공회 신자들은 아일랜드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다면 자기들이 누려온 부와 권력을 잃고 박해받을 것을 염려하여 얼스터민병대(UVF)를 조직하여 IRA와 맞섰다. 이들은 서로 테러를 벌이고 무력 충돌 사태를 일으켰다.
IRA 중 강경파들은 1969년 PIRA로 분리되어 북아일랜드의 카톨릭 신자들을 해방시킬 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할 것을 밝히며, IRA와 충돌하여 내전이 계속된다. 여기에 북아일랜드의 UVF가 UDA로 바뀌어 서로 충돌한다. 이들은 1969년부터 1998년까지 수많은 희생자를 발생시키는 테러 형태의 내전을 지속한다. 1997년 IRA가 무력 사용 중단을 선언하고 영국 정부와 협상에 나선 이후에야 아일랜드와 영국에 평화가 찾아온다. 20세기 내내 아일랜드 사람들은 이렇게 피로 얼룩진 한 시대를 살았다.
투쟁 노선의 차이로 인해 갈라짐으로써 치러진 이 내전은 한때의 동지와 친구, 친한 이웃, 형제끼리 서로 총부리를 겨누게 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남기게 된다. 6.25 전쟁에서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우리 민족에게는 이들의 아픔이 결코 남의 것이 아니다. 내전 초기의 아일랜드의 현실을 담은 영화가 2006년 발표된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감독 캔 로치, 킬리언 머피, 리암 커닝햄 주연)이다. 그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그 줄거리를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아일랜드의 젊은 의사 데이미언은 런던으로 가서 병원을 개업하려고 한다. 그의 형 테디는 IRA의 한 지역 지휘를 맡고 있는 인물이다. 데이미언은 영국으로 가기 전 친구들과 아일랜드의 전통 경기인 헐링을 즐긴다. 그런데 경기 후 영국군이 '공중 집회 금지' 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이들을 급습하고, 이 과정에서 이름을 말하라는 영국군의 지시에 일부러 영어가 아닌 아일랜드의 고유어인 게일어로 대답하던 설리반이 화난 영국군에게 폭행당해 목숨을 잃고 만다. 데이미언은 이런 일을 겪고도 IRA에 들어오라는 형의 권유를 거절하고, 영국행 기차에 오른다. 중화기로 무장하고 압도적인 수를 가진 영국군에게 IRA 투쟁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것이 데이미언의 주장이었다. 그랬던 그가 기차역에서 영국군의 무임 승차를 거부하던 기관사가 영국군에게 폭행당하는 모습을 보고는 마음이 바뀌어 IRA에 투신한다.
IRA가 영국군을 습격하면 영국군은 몇 배로 보복하며 탄압하는, 피로 피를 씻는 투쟁이 계속된다. 그 와중에 해밀튼 경이라는 영국계 아일랜드인 지주는 하인인 크리스 레일리가 IRA 단원이라는 냄새를 맡고 그를 협박, IRA의 거점을 밀고하도록 만든다. 결국 테디와 데이미언을 비롯한 IRA 단원들은 모두 체포된다. 이때 리더인 테디는 영국군에게 열 손가락의 손톱을 모두 뽑히는 잔혹한 고문을 당하면서도, 끝내 다른 동지들의 거점을 말하지 않는다. 이들은 총살당할 위기에 처하지만, 고건이라는 아일랜드계 영국 병사의 도움으로 무사히 탈옥하게 된다. 다만 이때 한 방의 열쇠를 고건이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 방의 동지들은 그대로 순국하고 만다.
탈출한 이들은 크리스의 배신을 알게 되고, 비록 강압에 의한 것이었더라도 그냥 용서할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결국 크리스와 그의 주인 해밀튼 경은 IRA에 의해 잡혀오게 된다. 데이미언은 자신의 손으로 형제와도 같이 친했던 크리스의 심장을 쏜다. 이후 그는 연인이자 동지인 시네이드에게 그 슬픔을 토로하게 된다. "이렇게 우리를 바쳐 싸우는 아일랜드가 그럴 가치가 있기를 바란다."
계속된 항쟁으로 아일랜드에는 해방구가 늘어나게 되고, 거기서는 자치 정권이 수립되게 된다. 끈질긴 투쟁 결과 마침내 영국과 아일랜드 간에 정전 협정이 체결되게 된다. 그러나 그 내용은 얼스터 6주(現 북아일랜드)를 영국령으로 남겨두고, 아일랜드는 완전 독립이 아니라 대영제국의 자치령인 아일랜드 자유국이 되는 것으로, 원칙파의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힘든 것이었다. 이에 대해 조약 찬성론자들은 '완전 독립을 위한 일시적 발판'이라는 논리로 이들과 맞선다. 이 과정에서 테디는 조약 찬성론 측이 되어 아일랜드 자유국의 장교가 되고, 데이미언은 이를 거부하여 새로이 만들어진 조약 반대파 IRA에 몸담게 된다.
조약 반대파 동지들에게 포 코트의 항쟁 소식이 들려오고, 격노한 이들은 로리 오코너의 지휘 아래 결국 공화국 군인을 습격해서 무기를 뺏고 그들을 살상하며 전쟁으로 치닫는다. 아일랜드 자유국 정부군과 조약 반대파 IRA의 이 싸움이 바로 아일랜드 내전이다. 조약 반대파의 아일랜드 자유국 정부군에 대한 습격 행위에 대해 테디는 강압적인 수색 및 진압을 지시하게 된다.
하지만 강압적으로 행동하는 군인들은 수색 당하는 민간인 어른들이 독립운동을 위해 숨겨 주고 밥을 주었던 바로 그 젊은이들이다. 조약 반대파가 정부군을 습격하자 정부군 간부가 복면을 한 그를 알아보고 "어떻게 동포를 살해하느냐!"며 분노하기도 한다. 옛 동지가, 같은 동포들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게 된 것이 이 영화에서 가장 진한 슬픔을 자아낸다.
결국 데이미언은 조약 반대파와 함께 지하 활동을 하게 되고, 자유국 정부의 무기를 훔쳐내다가 자유국 정부군에 사로잡힌다. 테디는 동생의 목숨을 구하고자 전향하고 동료들의 위치를 말하라고 권유하지만, 데이미언은 "내가 크리스 레일리의 심장을 쐈어. 왜 그랬는지 형도 알잖아?"라는 말로 이를 거부한다. 테디는 결국 자신이 직접 동생을 처형하고, 이를 동생의 연인인 시네이드에게 알리게 된다. 시네이드는 울부짖으며 결코 당신의 얼굴을 다시 보고 싶지 않다며 절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