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향기-의정부교구 오남성당 조돈선 바오로
인생의 쓴맛 겪고 새 삶으로
글 / 최태용
최태용 레오 의정부 Re. 명예기자
나이, 장르를 불문하고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면 재치 있는 입담으로 청중을 빠져들게 하는 조돈선 바오로 형제(79세)는 남양주시청으로부터 그 실력을 인정받아 실버인력강사로 주위에 귀감이 되고 있다.
조돈선 형제는 “젊은 시절 고속버스 기사로 근무했고, 자매는 정육점 도매상을 했기에 친구들과 어울려 멋진 삶을 누리며 살아가는 한량 이였다”고 운을 뗐다. 경제적으로 불편함을 모르고 살다 보니 77세까지 여러 사람과 어울려 술 마시고 놀기를 좋아했고, 친구들과 소중한 노년의 삶을 만끽할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수입 소고기 총판을 하던 큰사위가 군납으로 활기찬 경영을 하고 있던 터라 믿고 노년을 위해 준비해뒀던 전 재산을 빌려준 것이 큰 화근이 되었다. 2010년 6월 구제역 파동으로 수입이 중단되면서 사업 실패로 극도의 경제적 어려움이 닥쳤고, 형제는 더욱 더 극심한 공포를 느끼게 되었다. 하루아침에 생활고에 시달리다 보니 자살까지 생각하게 됐다며 큰사위로 생활고에 시달린 과거를 담담히 고백했다.
70평생 살면서 맛볼 인생의 쓴맛을 쓰나미처럼 받아 냈던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누렸던 모든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막노동, 일용직을 전전하며 살다보니 그냥 버티기밖에 안 되고 미래가 없었다. 열심히 살아갈 자신도 없어지고 모든 것이 허무해지는 것 같았다.
79세에 성모님의 군사로 소명 깨달아
오남읍 사무소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중 읍사무소 직원으로 근무 하던 정영철 디모데오 형제를 만나게 되었다. 정영철 형제는 자신이 살면서 체험한 신앙을 그대로 형제에게 전해주었다. 모든 신을 거부했던 형제의 마음이 흔들렸다. 그날 저녁 아내에게 성당 가겠다고 말했으나 아내는 실없는 사람 되지 말라고 다그쳤다. “내가 절에 가는 것도 싫어하는 사람이 무슨 성당이냐”고 핀잔만 줬다. 아내의 말을 듣고 자신이 없었지만 나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주신 분이라 거절할 수 없어 2010년 11월21일 예비자 교리반에 등록했다.
교리반 등록 사실을 알게 된 아내의 첫마디가 “얼마 다니다 그만 둘 것이 뻔한데 실없는 늙은이 되지 말고 처음부터 그만 두라”고 했다. “내가 영세 받으면 당신도 절에 안가고 함께 성당 오겠냐”는 형제의 말에 자매는 “영세인지 뭔지 받아만 오면 같이 다니겠다”는 대답을 했다. 그날부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예비자 교리를 받았다.
2011년 6월26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변화된 삶을 살기 위한 세례식이 끝나고 모두들 기쁨에 젖어 있었지만 축하를 받지 못한 형제는 가장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그때 뒤에서 “여보 축하해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 뒤돌아보니 아내가 꽃다발을 들고 환한 웃음으로 축하해주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감격스런 눈물은 처음이었다면서 지금도 그날의 감격스럽던 생각이 떠오르면 눈물이 난다. 기자와 인터뷰 중에도 눈가가 벌게졌다.
그 뒤 김연옥 자매도 2011년 7월3일 교리반에 등록하여 2011년 12월18일 마리아라는 세례명으로 다시 태어났다. 손녀(조선재 크리스티나, 민혜림 레바카)들도 할머니의 뒤를 이어 세례를 받고 청년부에서 활동하고 있다.
“79세가 된 이제야 제 소명이 무엇인지 깨달았습니다. 성모님 군사로 하느님과 함께 새로운 인생을 살 겁니다.”
조돈선 바오로 형제는 말 그대로 새 삶을 살며, 하느님 나라 복음을 증거하는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난 것이다. 아울러 그는 타인과 고통을 함께 나누며 특유의 입담으로 일용직으로 고통 받고 있는 실버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고 감동을 주며 더욱 더 빛나는 노년의 모습을 과시 하고 있다.
“선교는 가까운 사람과 대화로 시작해야”
그는 고향 강릉에 조카며느리가 남편을 일찍 잃은 후 비통한 심정으로 지내는데, 소외된 자를 찾아가 예수의 사랑과 마음을 전하고, 어둠을 벗어 버리고 빛의 열매인 모든 선과 의와 진실의 삶이 자리 잡을 수 있는 주님 곁으로 인도하기 위해 조카며느리를 찾아 갔다.
하느님의 마음으로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마음으로 오직 ‘한 영혼’을 바라보고 하는 선교였다. 형제님의 말씀을 통해 그분의 현존과 그분이 주시는 구원의 현주소를 확인한 조카며느리는 하느님과의 만남으로 절대적인 의미와 중요성을 깨닫는 사람이 되었고, 자신의 모든 삶과 존재 이유를 완전히 달라진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신앙인으로 바뀌었다.
온가족을 하느님 곁으로 인도하여 주님만을 섬기며 따르는 삶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는 성가정을 이루어 감사하는 삶으로 살아가고 있다.
조돈선 바오로 형제는 레지오 회합은 빠뜨리지 않고 참석한다. 회합 안에서 만나는 성모님과 묵주기도는 한 주간 노동의 피로를 풀어주는 윤활유라고 했다. 또한 “실천이 있는 곳에 그분의 현존과 그분이 주시는 구원의 현주소가 확인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조돈선 바오로 형제는 영세 후 오남성당 믿음의 샘 Pr.팀에 입단하여 활동 하고 있으며, 부인 김연옥 마리아 자매도 남편과 약속을 저버리지 않고 영세 후 레지오에 입단하여 젊은 단원들의 귀감이 되는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큰 손녀도 청년부 부회장으로 활동 한다. 노부부에게 소원이 있다면 아들 부부가 하루 빨리 마음을 열고 주님 곁으로 찾아오는 것이다.
조돈선 형제는 “선교는 우리 주변 가까운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며 “그들의 마음을 깊이 알고 그 속에서 하느님의 가치에 반하는 문제를 찾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교지로 하느님을 모셔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곳에 계신 하느님을 증언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