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군 남동쪽 끝 청산면은 산에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간간이 먹으러 간다. 월요일은 가선 안된다. 휴일이기 때문이다.
옥천은 기름진 하천이란 이름 그대로 물이 많은 곳이다. 그러다보니 올갱이도 많고 민물고기에 관련된 식사 메뉴가 많은 곳이다. 인근 금산 영동도 마찬가지다. 그 중 옥천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생선국수다. 다른 곳에서는 어죽 혹은 어죽칼국수 어탕국수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금산 이원도 유명하지만 난 옥천의 청산이 더 끌린다.
아내가 누군가의 권유를 듣고 내게 얘기했을 때 백종원의 3대천왕에서 나온 집이겠거니하고 처음 갔었다.맛있었다. 먹고 나서 청산면을 한 바퀴 도는데 원조와 대물림 맛집으로 향토전통음식집으로 소개되는 허름한 집을 봤는데 아내는 이 집이 소개받은 집같다는 것이다. 면사무소 바로 앞 '선광집'이다.
이미 먹었기에 나중을 기약했다. 또 인근에 도덕봉과 덕의봉의 등산로가 있으며 상주 접경엔 팔음산이 있다는 것도 알게 돼 기회가 되면 가 볼 생각이었다. 그 이후로도 세 번을 더 갔었지만 처음 먹은 곳에서만 먹었었다. 맛이 있었기에. 하지만 산은 계속 미뤄졌다.
어제 일요일 흐리고 비가 살짝 흩뿌리는 날씨 덕분에 아내가 또 점심으로 생선국수를 먹으러 가잔다. 안개비처럼 뿌리는 듯 날리는 듯 한 날씨에 뜨끈한 국물이 있고 약간 칼칼한 듯 텁텁한 메뉴도 괜찮겠다 싶었다.
두 시가 되서야 먹는 점심이라서가 아니고 원조집이라 그런지 먼저 갔던 곳 보다 나은 느낌이다. 튀김 옷도 적당하고 통통하게 살이 붙은 빙어가 적정온도에서 잘 튀겨져 바삭하고 소리도 식감도 훌륭하다. 국수 나오기 전에 한 접시 비웠다. 양이 조금 아쉬었지만 국수를 먹을 거니까 넘어간다.
생선국수는 민물고기를 쪄서 잘게 갈아 뼈도 녹을 만큼 갖은 양념을 더해 끓인 것에 국수를 함께 한다. 대전이나 금산 쪽은 여기에 수제비를 함께 넣고 고추장으로 간을 맞춰 씹는 맛과 진한 (내겐 텁텁한) 국물의 형식이라면 이 곳은 담백하면서 거의 약간 칼칼한 고춧가루를 써서 맛에 개성을 표했다. 맛있다. 그 동안 먹어 본 여느 곳 보다도 내겐 맞는다. 하지만 한 가지 또 양이 작다. 남자들은 천원 더 내고 대자로 먹는게 아쉬움을 안 남길 수 있다. 나처럼 밥 시켜 말아 먹어도 된다. ㅎㅎ
배 불러 소화를 위한 산보로 시작 되는 이 곳의 산행이 부록인지 덤인지 헷갈린다. 청산 중고등학교 부근에서 이정표를 보고 딱 소화 시킬 만큼만 가자고 시작한 걸음이 진입을 잘 못해 산 길을 헤메다 드디어 등산로를 찾았는데 도덕봉 정상이 1.4km란다. 시간은 세 시 반. 갈등이다. 시간이나 상황에 대해서는 별무감각인 아내는 빨리 오르자는 무언의 눈길로 나를 재촉한다.
이 산의 높이도 눈여겨 보지 않아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높진 않다. 하지만 신발이 옷이, 낙엽 쌓인 길 등등이 높이와는 무관하게 장애사항이다. 오르는데 40분 걸린다 치면 네시 10분이고 내려 오는데 한 시간이면 갔다 오는 것도 무방하다. 하지만 그 건 내 걸음이고 아내는 가는데 10분 내려오는데 20분이 더 걸리면 5시 40분인데 간당간당하다. 그 놈의 월출산 북한산 때문에 두고두고 잔소리 듣는데 여기 한 곳을 추가하면, 게다가 생선국수 먹으러 올 때마다~~~
휴~~ 갔다 내려오자. 그게 낫다. 재촉해 서두르자. 다행히 길은 편안한 흙 길이다. 참나무 종류가 많아 낙엽이 쌓여 내려오는게 걱정이다. 경사도 완만하다. 숲 속에 난 길이라 해도 들지 않아 여름에도 좋을 듯 하다. 특별함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도 볼 수 없다.
도중 하산중인 두 사람을 만났다. 덕의봉쪽으로 올라 도덕봉을 찍고 내려오는 중이란다. 오랜만에 와보니 길을 넓게 잘 해놔 편하고 보기 좋단다. 다행이다. 시간은 예상대로일 것 같다.
날씨가 흐려 조망이 시원치 않음을 감안하더라도 별다르게 달라질 건 없다. 단지 등산이 운동으로도 가치가 있다라고 여기고 여길 오른다면 정말 딱 좋을 것 같다.
정상을 거의 앞두고 계단이 나오고 데크전망대가 보인다. 올라서보니 헬기장이며 오른쪽에 정상표지석이 조그맣게 서있다. 544미터. 조선시대에는 속리산에 봉수를 연결하는 곳이었단다. 지금으로 치면 통신 기지국 정도일터다. 사방이 흐린 상태라 조망에 대한 얘긴 빼겠다. 덕의봉은 여기서 서쪽으로 조금 더 가야한단다. 높이는 이 곳보다도 낮으나 시간상 맘이 급해 서둘러 내려간다.
벌써 네시 15분. 부랴부랴 지팡이로 쓸 나뭇가지를 구해 지탱하며 미끄러짐을 방지하고 내려 온다. 다행히 심하게 미끄럽지 않아 하산 길은 빠르고 순탄하게 내려 왔다. 등산로를 만났던 길까지 내려오니 그때서야 맘이 놓인다. 하산하고보니 우리가 잘 못갔던 부분이 바로 보인다. 이정표가 없으니 그런 일이 벌어진다. 최소 등산로 입구표시는 해야하는데 아쉽다. 옥천군에서 신경 좀 써야한다. 떡 본 김에 제사지낸 건지, 복사하려다 책 다 읽은 건지 어쨌든 오늘은 일거양득이다. 맛있게 배불리 먹고 또 깔끔하게 소화까지 등산을 운동으로 했으니 말이다. 언젠가 번개라도 주선해서 고만고만한 산과 별미 국수도 알려주고프다. 팔음산도 함 가봐야지 우히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