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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충북도교육청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이기용 충북교육감을 상대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충북지사에 출마할것이냐"고 약속이나 한듯이 작정하고 몰아부쳤을때 이 교육감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당혹스럽거나 난감했을까. 국감장 사진에 등장한 이 교육감은 민주당 의원들의 공세에 눈을 아래로 깔고 안경을 만지작거리며 난감한 표정을 짓긴 했다.
하지만 속마음도 그럴거라고 짐작하긴 힘들다. "교육 이외에는 생각하지 않았다"는 극히 원론적인 답변은 이미 철저히 준비된 것일 수 있다. 어쩌면 내노라하는 국회의원들의 추궁을 즐긴건 아닐까. 이번 충북도 국감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누가 뭐래도 이기용 교육감이었다. 그의 출마여부는 사실 중요한것이 아닐 수 있다. 출마한다 한들 완주 할지도 불투명하다. 중앙인맥을 내세운 여권 경쟁후보들의 면면도 만만치않기 때문이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민주당의 파상공세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이 교육감은 의도하지 않게 유력한 충북지사 후보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해 무상급식비 분담문제로 이시종 지사와 뚜렷한 대립각을 세우면서 도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며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교육계의 수장으로선 드물게 예상치못한 지사후보 반열에 오른것이다.
이 지사와 민주당 도의원들이 그를 띄웠다면 다시한번 스포트라이트를 받게한 것은 민주당 국회의원들이었다. 얼핏봐도 민주당의원들의 이 교육감에 대한 공격은 이 지사에 대한 지원사격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사전에 담합한 성격이 짙어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이 교육감을 겨냥해 "올해 교육과 관련이 없는 행사에 57회나 참석했다"며 "전형적인 정치인 행보"라고 비난한 것이 출마의지를 꺾으려고 한말이라면 매우 심한 착각이거나 작전 미스다.
정치인에게 비정치적인 행위란 없다. 더구나 선출직에겐 말할것도 없다.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알리기 위해 얼굴을 내미는 것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국정감사에서 거품을 물고 비판하는 국회의원들도 '전형적인 정치적 행태'를 보이긴 마찬가지다.
더구나 이번 국감장 분위기는 충북도의회에서 다수당인 민주당측이 이 교육감의 전국체전 결단식 불참과 관련한 행정사무조사특별위회 구성 제안 파동과 연장선상에 있다. 도의회가 교육감이 행사에 불참했다고 행정사무특위까지 만들어 추궁하겠다고 하다가 새누리당측과 마찰을 빚었다. 마치 이번 국감은 이 교육감 때리기 시리즈 2라운드 격이다. 웬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측의 초조함이 엿보인다.
누군가 정치적으로 급부상했다면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부고'기사를 제외하고는 어떤식으로든 매스컴을 장식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자신의 지역구에서 인지도가 올라가는 것을 싫어할 정치인은 없다.
민주당측이 이시종지사의 재선을 진심으로 바랬다면 잘못 짚었다. 이 교육감의 출마여부를 알기위해 또는 흠집을 내기 위해 전력을 집중한 것은 아무리 봐도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더구나 이시종 지사는 여전히 여론조사에서 월등히 선두를 달리고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여권후보들중에는 아직까지 뚜렷히 부각되는 인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여권후보의 윤곽이 드러나면 어떻게 바뀔지는 몰라도 이 지사는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충북도 국정감사에 왔으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것이 이 지사를 돕는 길이었다. 마찬가지로 도의원들도 교육감의 일거수일투족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은 모양이 빠진다. 상식있는 도민이라면 수긍하기 힘든 일들이 도의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방선거는 내년 5월에 열리지만 벌써부터 그 전초전이 곳곳에서 치러지고 있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 기선잡기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이든 민주당이든 정말 중요한 것을 빠트리고 있다. 그런식으론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다. 얼마나 많은 지역현안이 많은가. 교육감이 지사출마 여부가 국감장의 중요한 이슈가 됐다면 뭔가 잘못되도 단단히 잘못된 것이다. / 네이버 블로그<박상준 인사이트>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