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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도 매서운 진동리의 겨울 인제 진동리는 전국의 리(里) 단위 행정 구역 가운데 가장 넓은 곳 중 하나로 꼽힌다. 무려 20km 가까이 달리는 도로 주변이 줄곧 진동리이니 그럴 만도 하다. 진동이라는 지명은 옛 기린현 소재지(현재의 기린면 현리)의 동쪽에 있다고 해서 붙은 것이다. 진동리는 남설악 점봉산과 가칠봉, 곰배령, 단목령, 북암령, 조침령 등에 에워싸인 모습이 흡사 삼태기 같다. 그래서 사방으로는 온통 산만 보인다. 뿐만 아니라 마을을 관통하는 진동계곡(방태천)은 정감록이 꼽은 천혜의 피장처(피난처)라는 삼둔사가리 가운데 두 곳, 아침가리와 연가리를 비롯해 숱한 지류를 거느리며 30km 가까이 이어지는 심산유곡이다. 첩첩산중인 만큼 진동리의 겨울은 길고 모질다. 동쪽으로 향하던 도로가 북쪽으로 방향을 트는 쇠나드리부터는 더더욱 겨울이 매섭다. 몰아치는 삭풍에 나들이 떠나듯 소도 날아간다고 해서 쇠나드리이니 이름만 들어도 상상이 갈 것이다. 억새밭이 무성한 쇠나드리를 지나면 백두대간 조침령을 넘는 길이 갈라진다. 조침령은 네바퀴 굴림(4WD) 차량이나 넘을 수 있는 험한 고갯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올 12월 1일, 새 조침령 도로가 임시 개통한 것이다.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와 양양군 서면 서림리를 잇는 새 조침령 도로(총길이 9.71km)에는 길이 1,145m의 조침령 터널도 뚫려 옛 고갯길을 넘을 필요가 없어졌다. 이로써 진동리는 겨울철 폭설로 인한 고립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또한 예전에는 동해안으로 가려면 한계령으로 빙 돌아가야 했지만 이제는 한달음에 달려갈 수 있게 되었다. 새 조침령 도로는 안전시설 등을 보완해 내년 6월말 정식으로 준공될 예정이다. 설피 없이는 겨울을 나기 힘든 설피밭 조침령 갈림길을 지나면 설피밭 마을이다. 푹푹 빠지는 눈길을 걸을 때 신발 바닥에 대는 일종의 덧신을 설피(雪皮)라고 하며 살피라고도 부른다. 물푸레나무나 다래덩굴을 삶아 지름 30cm 남짓한 둥그런 틀을 만들고 소가죽으로 줄을 이어 완성한다. 요즘에는 소가죽 대신 나일론 끈을 주로 쓴다. 설피는 눈이 아무리 많이 쌓여도 눈 속에 한 뼘 이상 들어가지 않고 비탈진 눈밭 위에서도 미끄러지지 않아 폭설이 자주 내리는 곳에서는 필수품이다. 설피를 신지 않고서는 겨울을 나기 힘들다 해서 설피밭 마을이니 얼마나 눈이 많이 내리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설피밭 마을은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 약초를 캐기 위해 들어온 사람들이 터를 잡아 이루어졌다. 도로도 없던 당시, 그들은 걸어서 단목령을 넘어 오색 거쳐 양양 장터로 약초를 팔고 생필품을 구하려고 오가곤 했다. 외딴 마을 사람들이 장터를 오가던 단목령 옛길은 이제 호젓한 눈길 트레킹 코스로 변신했다. 오지 마을은 인구가 줄어들게 마련이지만 설피밭은 좀 다르다. 외지인들이 휴양하러 들어와 별장 짓고 살기도 하고 곰배령 등을 찾는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민박집도 늘어났다. 그래서 한때 10여 가구까지 줄었던 마을이 이제는 30여 가구로 늘어나 제법 모양새를 갖추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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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낙엽이 물드는 백양사 입구에 제대하고 곧바로 함 가본 기억이 있습니다. 눈이 와도 역시 풍광은 뛰어나네요~
'라면' 읽고 가라앉은 마음이 대번에 업되네요. 사람 맴이 이리 얄팍해서야 ...쯔쯔
백양사입구 강추입니다. 백양사에서 내장사로 넘어가는 국도 1호변은 언제 가도 좋은곳.
수종사도 설경이 좋은가요...? 남양주군 북한강변에서 멀지 않은 수종사 말이죠...?
아 가고 싶어라
나도오라버님
소개해주신 곳 다 가본 곳이지만 정말 이 겨울에 다시 또 가고픈 곳입니다.그래도 굳이 한 곳만 고르라면 전 무조건 진동계곡입니다.지난 97년 혼자서 산골따라 간신히 차 몰고가다 만난 겨울의 진동계곡,아마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그런 호젓하고 멋진 산골마을을 찾기 어렵지 않나 생각합니다.진짜루합니다.
훈당님...태풍님이 우리 눈열차 타러 가자고 했잖아염 빨랑..함 겨울 가기전에 눈 한번 실컷 귀경하러 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