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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베 협곡의 비경 중 가장 아름답다는 아토비키다리 위를 미니 관광열차인 토로코열차가 지나고 있다 . 삼나무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녹색의 향기는 단번에 머리가 맑아질 정도로 오랫동안 뇌리에 남는다 . 단풍이 드는 가을에는 더욱 절경이다. |
일본 근대화의 시발점인 메이지 유신 이후 1860년대 후반 영국의 선교사 웨스턴은 일본에 발을 내디뎠다. 선교사이면서 전문 산악인이었던
그는 이미 유럽의 알프스를 모두 정복할 정도로 산을 사랑했다. 일본에
와서도 그는 일본 열도의 중앙에 위치한 만년설에 덮인 연봉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3천m급의 고봉준령이 병풍처럼 이어지는 이 연봉들을 하나씩 정복하면서 그는 이 봉우리들이 유럽의 알프스 풍경과 흡사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일본 알프스’라고 명명했다. 귀국 후 그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그의 명저 ‘일본알프스의 탐험과 연구’를 펴냈고, 이로 인해 비로소 일본알프스가 전세계에 알려졌다.
일본알프스는 남알프스 중앙알프스 북알프스로 구분된다. 세 산맥 중
북알프스는 중부산악국립공원내에 위치한 일본 최고의 산악 비경지대로 손꼽힌다. 일본열도의 중앙부에서 남북으로 뻗어 일본의 지붕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북알프스는 지난 98년 동계올림픽이 열린 나가노현
및 동해와 맞닿은 도야마현, 기후현 등 3개의 현에 걸쳐있다. 위도상으로 우리나라보다 아래에 위치하지만 겨울철 시베리아 기단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30m 가까운 폭설이 내려 그야말로 눈의 천국을 이룬다. 축소지향주의가 만연한 일본에 이처럼 스케일 큰 설국의 장관이 연출돼 있는 것은 그들만의 축복으로 질투심마저 일 정도다.
#다테야마-구로베 알펜루트
다테야마 등 눈덮인 3천m급 연봉을 가로질러 나가노현과 도야마현을
잇는 90㎞에 달하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산악관광루트다. 스위스의 융프라우요흐 산악철도가 이와 유사하지만 그 운송수단의 독특함과 다양함이 이 알펜루트를 따르지 못한다.
오우기사와역을 시작으로 구로베댐역~다이칸보역~무로도역~비조다이라역~다테야마역을 거치면서 친환경적 전기버스인 트롤리버스, 지하 궤도케이블카, 국내에서 흔히 케이블카라고 부르는 로프웨이, 고산버스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해 댐높이가 186m에 달하는 구로베댐을 비롯, 눈덮인 북알프스의 고원과 산악의 장대한 풍경을 감상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오우기사와에서 구로베댐까지의 6.1㎞의 간텐터널은
원래 구로베댐 건설용이었으나 이후 관광용으로 개발된 케이스. 당시
세기의 대역사라고 불린 구로베댐은 지난 1956년 5백13억엔의 공사비, 건설인원 연 1천만명을 투입, 1963년 완공된 일본 토목공사의 자존심. 에메랄드 그린빛의 물과 녹음의 테마파크인 구로베댐은 호수 속에
투영되는 주변 산과 자연경관이 뛰어나 영화촬영지로 애용되며, 매년
6월말 정기 방류땐 그 장관으로 인해 전국에서 관광객이 쇄도하고 있다.
뭐니뭐니해도 이 루트의 압권은 2천4백50m의 최고지에 위치해 ‘별에 가장 가까이 있는 역’으로 불리는 무로도역에서 비조다이라역에
이르는 23㎞ 구간. 20~40m 높이의 설벽도로다. 매년 11월부터 4월초까지 폭설 때문에 폐쇄되는 이 구간은 2월부터 약 두달동안 1억엔의 공사비를 들여 고원버스가 다니도록 길을 만들어 마치 수직으로 갈라진
백색 지층을 보는 듯하다. 매년 개통시기가 국가적 관심사가 돼 개통날짜가 확정되면 전국 언론매체에 일제히 보도될 정도. 이달중순까지도
5~6m 높이의 설벽을 볼 수 있으며 장마가 시작되는 이달말이면 눈은
거의 다 녹는다.
고원버스를 타기 전 무로도 고원분지 또한 한폭의 풍경화. 무릎까지 빠지는 눈밭에서 바라보는 눈덮인 2천~3천m급의 고봉에 둘러싸인 아늑한 평원은 백색천국 그 자체다. 짜릿한 스릴을 맛보기 위해 고지로 오르는 젊은 스키어들은 아주 흔한 풍경이다. 눈 녹은 뒤의 고원분지는
곧바로 야생화 천지로 변해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구로베 협곡
일본 최고의 협곡 비경인 구로베 협곡은 도야마에서 시작된다. 전세계
어디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바다와 산, 협곡과 호수가 어우러진 도야마현의 자연 비경은 구로베 협곡에서 그 절정을 이룬다.
북알프스는 원래 다테야마를 주봉으로 하는 다테야마 연봉과 하리노키산 등을 잇는 우시로(後)다테야마 연봉 등 두 갈래로 솟아있다. 구로베
협곡은 두 연봉 사이에 있는데 산정의 만년설이 녹아내린 유백색 구로베강물이 국내 강물의 유속보다 3배 정도 빨리 흘러 협곡을 만들었다.
구로베 협곡 관광은 40년전 구로베댐 건설공사때 건설자재와 인부를
나르던 협궤 철도를 관광용으로 변형한 미니 관광열차를 타고 구로베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철도 이름 또한 달릴 때 ‘토록 토록’ 소리가
나 토로코열차로 불린다. 온천마을인 우나즈키에서 출발해 8개 역을
거쳐 1시간30분 동안 왕복 21㎞를 달리면서 41개의 터널과 21개의 다리를 지나야 할 정도로 지형이 아슬아슬하고 험난해 명승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열차 주변의 삼나무 숲에서 나는 녹색의 향기는 오랫동안
뇌리에 남는다. 특히 단풍이 드는 가을에는 천하절경으로 압권이다. 각
역 근처에는 강가에서 용출하는 노천탕과 전망대 삼림욕장 등이 위치해 있어 입맛대로 즐길 수 있다.
특히 일종의 빙하 덩어리인 수십m의 설계(雪溪)가 90도 가까운 경사에서 흘러내리고 있는 모습은 압권이다. 하루에 수십㎝씩 움직인다는 설계를 내려오면 또 하나의 작은 협곡이 생겨난다. 설계 위로 흑곰이 뛰어가는 모습도 간간이 눈에 띈다.
#전통 건축물 갓쇼즈구리
기후현 서북단에 위치한 일본의 전통 가옥군인 시라가와(白川) 갓쇼즈구리 민속촌마을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우리의 민속촌이나 낙안읍성과 비교되는 갓쇼즈구리는 지난 9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한때는 2천여채에 달했으나 지금은 114채만 남아있다. 우리나라의
삼국시대와 비슷한 연대인 야마토 시대부터 에도시대에 이르기까지 지어졌던 이 전통가옥의 지붕재료는 갈대와 볏짚. 집 한채 지붕을 엮는데
100명이 한달 가량 걸릴 만큼 규모가 크다. 대개 1층은 살림집으로,
2~3층은 곡식저장소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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