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레야 쓰레기장은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모든 쓰레기가 모이는 곳입니다. 그곳에는 엄마와 함께 쓰레기를 줍는 리털슨(9세, 남)이 있었습니다. 쓰레기를 태우는 냄새가 끊이지 않는 곳, 그리고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도 끊이지 않는 곳에서 엄마와 리털슨은 매일 쓰레기를 줍습니다. 하루에 4-5개의 봉투를 아이의 키만큼 채워야 먹을거리를 살 수 있는 일상. 아침부터 한 끼도 먹지 못한 채 엄마와 리털슨은 쓸만한 재활용품들을 찾느라 넓은 쓰레기장을 허리숙여 살핍니다. 먹는 날보다 먹지 못하는 날이 더 많은 소년 밥을 구할 돈을 쓰레기로 얻지만 그 쓰레기 속에서 가끔 밥 이상의 것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쓰레기더미 속에서 발견한 크레파스 조각들 그리고 색칠공부 노트. 리털슨은 노트에 크레파스로 뭔가를 그려봅니다. 행복한 웃음이 가시지 않는 아이의 얼굴을 보니 학교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지진이 아니었다면 쓰레기장이 아닌 학교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 할 소년. 이를 지켜보는 엄마의 눈에는 만감이 교차한 눈물이 흐릅니다. 이 아이의 손에 쥐어진 작은 크레파스와 종이는 쓰레기더미 속의 오늘이 아니라 리털슨의 꿈이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지진으로 내려앉은 지붕에 데이비드의 엄마는 한 쪽 다리를 잃었습니다. 생계를 책임지던 아버지도 공사장이 무너지는 바람에 생을 달리한 후 급격히 생계가 어려워져 데이비드의 어머니는 아들을 자신의 여동생네 집으로 보내기로 했습니다. 대지진 이후 뿔뿔히 흩어져 살아야 하는 가족. 소년에게는 아직 지진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지진이 남긴 상처로 고모와 함께 살고 있는 데이비드는 종종 엄마를 만나러 갑니다. 데이비드가 올 때마다 반갑게 맞아주시는 엄마와 함께 살고 싶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데이비드는 아무말도 할 수 없습니다.
데이비드는 아이티 중심가의 까라데 캠프촌에서 이모와 함께 석탄과 막대비누 만들어 팔아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 곳은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자리잡은 거대한 캠프촌입니다. 제대로 급수시설이 되어있지 않은 탓에 하루에도 몇 번씩 공동 급식시설에서 물을 길어 날라야 합니다. 집집마다 물을 배달해주는 일도 하며 생활비를 마련해보지만 벌이가 시원치 않은 날은 굶는 일도 허다합니다.
데이비드는 크리스티아노 호날두와 같은 유명한 축구선수가 되고 싶어합니다. 축구화 축구공은 엄두도 못 낼 처지이지만 지진은 소년에게서 꿈을 앗아가진 못했습니다. 당장에 나아질 것 같지 않은 형편이지만 데이비드는 축구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축구를 이야기 할 때 데이비드의 눈은 어느때보다 반짝거립니다.
리털슨과 데이비드를 비롯해 지금도 아이티에는 오늘을 살아내기 위해 학교를 등진채 고된 삶의 현장을 살아가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더러는 가족을 잃고 가장이 되어 생계를 책임지고 있고, 무너져내린 집을 다시 세우고자 온 가족이 벽돌을 짊어지며 집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더디지만 지진의 아픔을 이겨내가는 아이티의 이웃들의 이야기는 오는 토요일, 일요일 < EBS 나눔0700 > 특별방송에서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꿈이 자라는 속도에 나눔을 더할 수 있는 시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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