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일라트급은 상당히 특이한 함정이다. 한마디로 움직이는 탄약고라고 할정도로 그 배수량에 비해서 엄청난 무장을 자랑한다. 동시에 또한 이스라엘 해군 최강의 전투함정이기도 하다.
이 배는 특이한 것이다. 즉 일반적인 코르벳과는 사뭇다르다. 그러니, 우리 해군의 포항급 같은 함정들과 비교하는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스라엘해군에서 에일라트는 High-end인 반면에, 우리 포항급은 한국해군에 있어서 Low-end쪽이다. 가격 또한 포항급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싸다.
에일라트를 살펴보면, 이전의 함정에 비해서 가장 크게 틀린 점이 바로 그 배수량이다. 이전의 고속정들이 500톤대의 배수량이었던 반면에, 에일라트는 단숨에 그 2배 이상을 넘는 큰 함정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또 꼽을수가 있는 것은 스텔스를 고려한 다면체 모양의 단순한 상부 구조물들이다. 레이더의 반사방향을 왜곡시키는 경사진 선체와 아울러 선체에 칠해졌다는 RAM(레이더 전파 흡수물질)은 이 함정의 레이더 단면적을 크게 감소시킬 것이다. 이러한 스텔스 설계는 상부 구조물 뿐만 아니다. 함내의 기관과 추진기 역시 소음수준을 떨어뜨리기 위해 많은 대책을 취했고, 부가적으로 미군의 대잠함정이 많이 쓰는 Prairie Masker장비도 갖추고 있다.
그 다음으로 꼽을수 있는것은 인상적인 중무장이다. 이스라엘군의 특징인 중무장 사상을 잘 나타내는 함정이기도 하다. 에일라트의 무장 시스템이 차지하는 함내 공간은 다른 함정보다 50% 이상이나 더 많다. 그 공간에 엄청난 무장(SSM 16발, SAM 64발)을 적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중무장을 왜 할까? 특히 눈에 띄는 것은 64발에 이르는 바락(Barak) 함대공 미사일이다. 주적인 아랍측의 수상함을 공격하기 위해서 가브리엘과 하픈을 많이 탑재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어차피 대공 사격통제 레이더는 2기밖에 없다. 탑재한 바락(Barak) 함대공 미사일은 오토파일럿이 없기 때문에 발사순간부터 한시도 놓치지 않고 계속 유도해야 한다. 이러한 미사일을 탑재한 함정이 통상 8-16기 정도 탑재하는데 비해서 에일라트는 무려 64발을 탑재하고 있다.
바락의 사거리는 길어야 10km 안팎이다. 대함미사일에 대한 요격기회는 아음속 미사일의 경우 많아야, 3회 정도? 통상 2회 정도면 끝나며, 따라서 동시에 대처가능한 표적이 2기이므로 한 표적에 대해서 2발씩 유도를 하면 총 8-12발 정도의 탑재량으로 대함 미사일 방어임무를 충분히 수행할수가 있다. 그리고 일반적인 서방측의 함대공 미사일 탑재형식 또한 이러한 사고에 기반을 두고 있다. 8연장 발사대를 사용하는 NATO 표준 함대공 미사일인 시 스패로우나 프랑스의 크로탈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에일라트는 무엇때문에 그렇게 많은 미사일을 탑재하고 있는 것인가?
에일라트가 탑재하고 있는 함대공 미사일은 라파엘에서 만드는 바락이다. 물론 바락이란 미사일은 에일라트 이외에 다른 이스라엘 해군의 고속정에도 장착되며, 최근에는 칠레와 싱가폴에 수출되기도 하였다. 바락이라는 미사일은 상당히 독특한 함대공 미사일이다. 사거리는 일반적인 서방제 함대공 미사일과 비슷한 수준이며, 미사일 중량 역시 크게 차이는 나지 않는다. 하지만. 탄두는 대단히 강력하다. 이 강력한 탄두는 유사시, 접근하는 적 고속정에 대해서 강력한 저지력을 발휘할수가 있을 것이다. 사실, 아랍쪽의 고속정들은 대부분 작으며, 그중 일부는 거의 민간용 낙시보트 수준의 것도 있다. 이러한 배들은 22kg이라는 강력한 탄두에 쉽게 무력화 될수가 있을 것이다. 그럼 이 22kg이라는 탄두의 살상력은 어느정도인가? 참고로, 걸프전 당시 이라크 고속정들을 사냥할때, 영국군이 사용한 시 스쿠아(Sea Skua) 대함 미사일의 탄두가 30kg대라는 것을 알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그리고, 이 바락은 최소사정이 500m 정도라서 바로 코앞까지 적의 대함미사일이나 고속정이 접근하더라도 발사가 가능하다. 따로 대구경 주포를 탑재하고 있지 않는 에일라트에게, 이 강력한 탄두를 지닌 바락은 주포를 대신하는 제2의 병기이다. 함정에 장착하고 있는 기관포의 사거리와 깊숙히 중복되어 강력한 방어능력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코르벳에 탑재되는 가장 대구경의 포라고 할수 있는 함포인 3인치포의 최대 사거리는 약 15km 정도로 상당히 길지만, 탄중량은 바락의 1/3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것은 대수상 사격시 사거리이며, 대공 사격시에는 길어야 12-13km정도이다. 제대로된 대공능력을 제공하려면, 궤도수정탄(CCS) 같은 것을 사용해야 하는데, 아직은 본격적인 사용이 어려우며, 또 공간이 제한되는 에일라트의 입장에서, 3인치포와 충분한 탄약을 다른 무장들과 함께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바락은 이러한 문제점을 동시에 해결해주고 있다. 바락의 콤팩트함은 500톤 미만의 고속정에 무려 32발의 대공미사일 탑재를 가능하게 하였다.
이렇게 강력한 무장을 하고 있는 에일라트는 긴장이 고조되면, 적대국의 연안을 초계하면서 잠수함들과 함께 적대국의 해상을 봉쇄하고, 고속정들을 지휘하면서 대수상 전투를 벌일 것이다. 평상시에도 이스라엘의 관할 해역(영해, EEZ)을 장기간 초계하면서 필요할때 즉시 동원할수 있는 든든한 해상 포대가 될 것이고, 특수작전의 해상기지로도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중동전쟁이후 이스라엘 해군은 요 근래까지 늘 아랍 해군에 대해서 우세를 유지해왔다. 비록 대형 함정은 없지만, 독자적인 전략 사상하에 미사일 고속정을 위주로 강력한 억지능력을 가져왔다. 하지만, 최근들어 아랍측의 군비가 예전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강력해지고 있다. 대함미사일, 강력한 대공 방어능력과 대수상 공격능력을 갖춘 함정들의 배치, 그리고 항공 전력의 강화 등 예전에 이스라엘이 가졌던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가 많이 상쇠되는 방향으로 전개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이스라엘 해군도 공군이 언제나 그들의 머리 위를 지켜줄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강력한 방어능력을 갖추어야 미래의 전장에서 살아남을수가 있다. 기존의 고속정들은 물론 훌륭한 전력이긴 하지만, 더이상 개량의 여지가 없다. 미래의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플랫폼이 필요하며, 그러한 플랫폼으로 설계된 것이 바로 에일라트이다.
이전의 함정보다 2배 이상의 배수량을 가진 에일라트는 과연 이스라엘군이 이제 고속정 위주의 체제에서 탈피하고 있는 증거라고 볼수가 있을까? 물론 이 에일라트가 큰 배이긴 하지만, 그 제식 명칭인 Sa'ar 5에서 알수 있듯이 어디까지나 덩치가 커진 고속정이다. 어거지로 말을 맞춘다면, 코르벳급의 고속정이라고나 할까? 많은 전문가들도 이 에일라트가 기존의 Sa'ar 4.5 등의 이스라엘 해군의 함정들의 선형이나 특징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덩치가 큰 고속정은 비단 에일라트 뿐만 아니다. 소련 역시 일찌기 라타키아 해전에서 이스라엘의 Sa'ar 시리즈 고속정들에게 완패를 당한 이후 그 전훈을 참고하여 배수량 770톤의 나누슈카급 고속정, 590톤의 타란툴급 고속정을 건조하였다. 물론 나누슈카는 배수량 상으로는 코르벳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그 무장 구성을 보면 미사일 고속정으로 볼수도 있다. 이렇듯, 이제 대형의 고속정은 코르벳과 그 영역에서 중복되는 부분이 많다. 스웨덴의 스톡홀름급이 그 대표적이다. 겨우 500톤 미만의 함정에 대함, 대잠 무장을 모두하고 있는 이 배는 영락없는 고속정이지만, 일부에서는 코르벳으로 분류되고 있다. 분류라는것이 사람에 따라 그리고 분류하는 나라의 필요에 따라 약간씩 바뀌지만, 이러한 배들은 분류자를 상당히 골치 아프게 만든다.
지금까지 계속 고속정만 고집해온 이스라엘 해군이 초대형 미사일 고속정 에일라트를 건조한 의미는 독일해군의 새로운 경향에서 대충 유추해볼수 있다.
독일 해군은 이제 발틱해 방면에서 고속정 체제로 부터 코르벳 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단계이다. 고속정은 작다. 그러나 그 펀치력은 강력하다. 그래서 곧잘 고속정을 대포를 단 종이전차에 비유하기도 한다. 방어력이 대단히 취약함을 잘 나타내는 말이다. 500톤급의 고속정이 비록 배수량은 250톤이나, 100톤대의 고속정보다 크지만, 그래도 역시 대함미사일 한방에 거의 무력화 된다. 피해복구 내지는 피해 관리 등의 기능을 갖추려면 최소 750-1000톤급의 배수량을 갖추어야 한다고 한다. 독일해군의 경우, 특히 발틱함대의 경우는, 바르샤바 조약군의 유틀란트 반도 상륙과 그것에 의한 적 지상군의 북독일로의 남진을 방어하는것이 주임무였다. 그래서 발틱 함대의 함정 구성은 그것에 맞게 특화되어 있었는데, 그 핵심전력은 미사일 고속정과 기뢰부설함이었다. 발틱해는 2차례의 대전기간동안 기뢰로 봉쇄된적이 많았다. 그리고 유틀란트 반도에 대한 상륙거부를 실시하기 위해서 취할수 있는 최상의 방책은 기뢰전이다. 발틱해의 독일해군 고속정 부대는 이러한 전술에 최적화되어서, 강력한 대함 미사일 무장을 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자기기뢰에 대한 감응성을 저감시키기 위해서 목재선체를 사용하여왔다. 하지만, 이제 독일 해군은 발틱해에서 그 고속정을 없애고 코르벳 체제로 돌아서는 중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어쩌면 소형 고속정이 가지는 가장 근본적인 한계 때문이라고 할수가 있다. 과연 고속정이 어떠한 점에서 한계를 가지는지 한번 알아보자.
위에서도 말했듯이 고속정은 작다. 따라서 내파성능이 작아 거친바다에서 운용이 곤란하다. 물론 특수선형 중에는 대형 함정에 버금가는 내파성능을 가지는 배도 있지만, 일반적인 것은 아니며, 그 건조비 역시 상당히 높다. 배가 작기 때문에 큰 배들보다 기상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고속정은 작전기간이 짧다. 원하는 시간에 그장소에 도착하기도 어렵거니와 중요한 초계지점을 장시간 감시하는것도 어렵다. 미사일 고속정은 고속 포정과는 달리 그냉 고속정이 아닌 "해상 미사일 포대"이다. 미사일 고속정의 경우 그 최고 속도는 사실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필요한 시간에 그 장소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속 포정의 경우 일단 근접전투를 수행하므로 급기동을 위해 최고속도나 선회성능등의 중요성이 부각되지만, 미사일 고속정은 대함 미사일의 사거리가 길기 때문에 핵심 사항은 아니다. 미사일 고속정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그 항속거리와 순항 속도이다. 전장까지는 어느정도 거리가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전장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높은 고속으로 순항을 해야 한다. 이럴경우 연료소모가 극도로 높아지는데, 그것을 감당할수가 있을 정도로 넉넉한 항속거리를 가져야 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바다가 잔잔할때의 이야기이고, 일단 바다가 거칠어지면, 그것도 쉽지 않다.
그리고 고속정은 작기 때문에 상당히 고성능의 전자장비/센서들을 집적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들을 고도로 자동화된 통제장비로 통합 운영해야 하는데, 이것때문에 배 자체는 작아도 단위 건조비(톤당 코스트)에 있어서는 상당히 높아진다. 즉 고도의 전자장비를 탑재 함으로서 가격대 성능비가 점점 떨어지게 되는것이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에 이 "해상 미사일 포대"를 배치해 두려면, 일단 많이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위에서 보듯이 최신 고속정의 가격은 장난이 아니게 비싸다. 그럴 바에야, 배 자체를 아예 코르벳 사이즈로 크게 만드는것이 더 나을수가 있다. 배가 크면 초계지점에서 더 오래 머물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들로 인해서 독일 해군은 코르벳을 건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요즈음 들어서 각광받는 OPV(연안초계함), 그중에서도 특히 중동이나 동남아시아에 판매되고 있는 무장이 강화된 형태(OMV-연안 미사일함)는, 이러한 조류를 잘 반영하고 있다. 이런 배들은 이전까지의 배들과는 달리 전투무장면에서 프리게이트급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3,000-5,000톤급의 큰 배를 운용하기에는 여러가지로 문제가 있는 국가들에게, 이런 무장강화형 OPV는 좋은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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