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나는 장례식장 직원입니다 -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특별한 장소의 에피소드들
나는 장례식장 직원입니다 -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특별한 장소의 에피소드
나는 장례식장 직원입니다저자다스슝출판마시멜로발매2020.07.03.
이 책은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책이다.
굳이 가보고 싶지 않은 장소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장례식장에서 벌어진 일들을 책으로까지 읽을 필요가 있을까? 대부분 이런 생각일 것이다. 저자는 대만에서 이런 에피소드를 통해 대만의 유명사이트 PTT의 마블 게시판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있다는데 가볍게 블로그나 페이스북 같은 SNS에서 보기에는 나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내서 책까지 읽을 필요가 있을까 사실 망설이게 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책을 선뜻 손에 들게 된 것은 일본의 장례문화에 대해 좀 더 들여다보고 싶어서였다. 우리나라와 달리 사망자의 납골함을 집에도 모시고 자주 위안과 소통을 찾으려는 그들의 문화는 한편으로는 괜찮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 백화점의 경우 지하 식품매장이나 꼭대기층에서 화려한 납골함 판매점이 영업을 하고 있고, 오사카에서 일부러 찾아가서 견학한 적도 있다. 우리와는 이질적이지만 오히려 망자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을 일상생활 속에 노이는 초고령화 사회의 단면은 아닐까 싶어서 관심을 가졌던 분야였다.
저자는 대만 사람인데 왜 일본 이야기냐고?
그렇다. 저자가 일본 사람인 것으로 착각해서 책을 집어 들었다. 번지수가 틀렸다. 어찌 일을 이렇게 치밀하지 못하게.
이왕에 이렇게 된 거 대만 또는 중국사람들의 장례문화는 어떻고, 장례식장에서는 무슨 일들이 벌어지는지 견문을 높일 기회라 생각했다.
사망사고가 벌어진 집은 흉가일까? 저자는 독립을 위해 집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시신수습을 하는 운전기사가 집을 알아 봐주겠다고 했다. 기사가 소개해준 사람은 며칠 전 전주인이 번개탄을 피워 자살한 집. 사망사고가 생긴 줄 모르고 집을 구입했던 현주인은 집을 싸게 팔아 넘길 셈이다. 기사는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기회라고 한다.
-귀신 나올 것 같은 집을 어떻게 사요?
-아니 사람 한 둘 안 죽어 나간 집이 얼마나 있을 거 같아? 그리고 형씨는 장례식장에서 일하는데 죽는 사람들 매일 보는거잖아?
일반인들이라면 집가지고 사람 놀리냐 고 하지만 장례식장에서 근무하는 이에게는 틀릴 말도 아니다. 저렴하게 집을 구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하지만, 흉가가 저렴해도 살고 싶지는 않다. 원효대사처럼 모르고 살면 모르지만 말이다.
장례식 수습을 많이 하면 어깨가 무거워진다고 한다. 귀신들이 어깨에 들러붙는 모양이다. 악몽을 꾸면서 저자가 최근 수습한 사망자들에게 욕을 한 바가지 해준다. 내가 수습을 해줬는데 왜 따라붙냐며 말이다. 다음날 씻은듯이 어깨가 나았다고 한다. 직업적인 강박관념이 몸까지 지치게 만드는 것 아닐까? 장례 지도사들이라고 상조회사에 나온 팀장들을 가끔 상가집에서 보면 하루 하루 쉬운 날이 없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연세 있으신 분들에게는 상조상품 영업도 간간히 해야 하고 납골당 자리도 판매해야 수당이 두둑 해지니 바쁘고 정신없고 맥이 다 빠질 수 밖에. 그래도 성실하 하루를 살아가는 모습들은 존경심이 나올 정도였다고 말하고 싶다.
저자는 뚱보 체질인데, 뚱보들은 장례식장에서도 처치가 곤란하다고 한다. 냉동실에 시신을 보관해야 하는데 그야말로 뚱뚱해서 안 들어가기 때문이다. 냉동고뿐 아니라 화장터에서도 관이 너무 커서 곤란을 겪거나 하는데 심지어 시신에 불이 붙는 경우도 있단다. 기름기가 많으니...
살아 서나 죽어 서나 살을 빼야 한다는 묵직한 교훈.
죽은 가족을 차마 보지 못하는 사례도 등장한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해 꿈에서 본 딸은 저자에게 이 것 저 것 부탁한다. 딸은 어머니가 고맙다는 인사말을 하러 갈 거라고 하자 손사례를 친다. 굳이 꿈에서 돌아가신 분을 만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유품을 정리하는데 나온 종이에 적혀 있는 숫자 세 개. 저자는 의미 없는 것으로 치부했지만 마침 그 번호가 적힌 종이를 주웠던 청소아주머니는 그 번호로 복권 3등에 당첨되는 행운을 얻었다고 한다. 진짜 고마움을 표시한 것일까? 로또 대박은 아니지만 소소한 당첨의 행운은 마지막 가는 길의 할머니가 배 풀은 감사의 표시였을 수도 있다.
유가족들은 어쨌든 떠나간 가족이 저승 가는 길 평상시 먹고 싶었던 것을 마음껏 들고 갔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다. 우연히 도둑 고양이가 제사상에 있던 닭다리를 물고 도망갔는데 유가족들은 고인이 마지막 먹고 싶은 것을 먹고 갔다며 즐거워한다. 이런 에피소드를 보니 평상시에 잘하자는 생각이 든다.
식구들이 차례차례 목을 메 숨지는 가족에 홀로 남은 할머니가 있다. 유일한 피붙이인 아들의 자살에 매일 시체보관소에 햄버거를 하나 들고 찾아온다. 사실 할머니도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한다. 밧줄을 동그랗게 매달면 그 동그라미 너머의 세상이 달라 보인다고 했다. 마치 누가 손짓하며 평온한 세상으로 건너오라고 하는 것 같이. 다행히도 딸이 끌어당겨 목숨을 살렸지만 결국 그 딸도 결혼에 실패하여 자살하고 만다. 21세기에 들어서도 많은 이들은 목을 매 자살한다. 가장 빠르고 돌이킬 수 없는 방법이면서도 준비물이 간단해서일까? 진짜 동그라미 너머에 유혹사는 손짓이 있고 다른 세상이 보일까? - 그럴 리는 없으니 생각도 말길.
장례식장에서는 고양이도 죽어 나간다. 고양이 네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살고 있는데 한 마리가 동네청년들의 자동차에 치어 죽고 말았다. 마음씨 착한 경비동료는 주차장 한 켠에 고이 묻어주었는데, 재미난 괴담이 등장한다. 바로 관 위를 고양이가 넘으면 시체가 벌떡 일어난다는 이야기다. 밤에 순찰을 돌다 두 번 이런 광경을 목격했는데 주인공은 무척 겁을 먹었던 모양이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공간에서 근무하면 담대해지고 무서운 일 없이 일할 거라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재밌는 사실은 다음날 어디선가 한 마리 고양이가 더 나타나 다시 네 마리가 된다는 일이다. 항상 그렇게 숫자가 맞아진다고 했다. 그럴 수 있을까?
책 표지에는 "장례식장에서 벌어지는 별별 사건사고와 포복절도 유모의 향연"이라고 써 있다.
사건사고는 동감하지만 유모는 글쎄.... 웃기는 이야기도 웃을 수 없는 장례식장의 무거움은 항상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죽음이 일상이 되고 초 고령 사회로 넘어가며 요양관리사나 장례식장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은 더 많아질 것이다. 한국, 일본, 중국, 대만. 유사한 장례문화와 죽음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있는 나라들이다 보니 이 책에서 등장하는 여러가지 슬프거나 황당한 사례 비슷한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 굳이 책으로 읽어볼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특히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일본의 장례문화의 특징이나 비즈니스 적인 아이디어를 얻지는 못했다.
그러나 언제나 불시에 찾아오는 가족과 지인들의 죽음, 그리고 장례식의 침울한 분위기는 하루하루 살아가며 들뜨고 이유 없는 흥분이 찾아오거나 지치고 침울 해질 때 스스로를 진정시키고 주위의 사람들을 다시 한번 따뜻한 눈빛으로 돌아볼 수 있는 이유를 주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
조금은 가볍게 시작한 책 읽기가 조금은 무겁게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