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미국최대명절이라고 하는 추수감사절입니다.
명절에 대해서는 자세히 쓸 여유가 없네요.
아들은 작년부터 이 연휴에 교회단체에서 주관하는 타도시의 전도행사에 갑니다.
작년엔 시카고, 올해는 LA에 갔습니다. 뭔지는 잘 모르나, 재충전이 필요한 때여서
허락하고, 갔다오니 확실히 재충전이 되었기에, 올해에도 보냈습니다.
우리집은 아들의 신앙심이 훨씬 강합니다.
딸과 나, 둘이서 오늘 해리포터 영화보러 갔습니다. 이 얘기 하려고 이렇게 씁니다.
오늘 안 쓰면 잊어버릴까봐.
사실, 그동안 해리포터는 반지의제왕과 늘 비슷한 때 함께 봐서, 애들 영화라고 넘기고
볼 때만 재미있었을 뿐, 별로 기억을 못합니다. 비슷한 때 한 반지의 제왕은 늘 두번
보니까, 해리포터는 더 금새 잊어먹게 됩니다.
우리 딸이 계속, 그동안 본 세 편 중 어는 것이 제일 재미있었느냐고 묻는데, 장면들만
언뜻 기억나지 전체적 스토리는 기억이 나지 않아 대답을 못했습니다.
아무튼, 오늘 본 해리포터...
700여쪽의 책을 두시간반으로 압축해서 스토리 따라가기가 힘들거라고 하더군요.
책 안 읽었으면. 전반부는 좀 그렇더군요.
그러나, 이 영화는 초반부터 저를 표현하기 어려운 전율 속으로 빠뜨렸습니다.
그건 세 주인공을 비롯한 마술학교 학생들의 성장한 모습 때문입니다.
이제 천진한 초등생이 아니라 마치 한국의 고등학교에 갔을 때 맞닥뜨리게되는 긴장감,
성장호르몬이 이제 피크로 올라가고 있는 그 모습들 때문입니다. 마치 봄에서 초여름까지
무섭게 자라는 나뭇잎들을 보면서 현기증 나듯이, 이제 성장한 아이들, 그러나 아직도
아이인, 그러나 무섭게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그들 존재를 보면서 가슴이 쿵쿵 뛰면서
'질주하는 생명'에 끌렸었습니다. 귀여운 멍청이였던 해리친구(이름이 론 인가요?)의
큰 모습, 그리고 Hermione의 성장한 모습, 특히 무도회 장면에서의 아름다운 모습에서는
가슴이 서늘해지더라구요. 아, 우리의 해리가 성장한 모습도 너무 매력적이어서 영화
내내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제 달라붙는 나팔청바지만 입고 다니는 옆자리 딸 모습도,
그간의 세편 영화 볼 때와는 달랐습니다. 자꾸 딸을 보고 만지게 되더군요.
글쎄, 이렇게 커가는 애들을 볼때에 매료되는 것은, 아마 제가 '어미' 이기 때문 일 것
같습니다. 10살짜리 딸, 18살짜리 아들을 키우고 있는 40대중반의 어미이기 때문일 거
라는 생각입니다. 여러분은 영화를 보면서 제가 느끼는 것을 느끼지 못할 겁니다.
그건 세월이 가져다주는 느낌이니까, 부풀어오르다 내려가는 생명의 경험에서 나오는 거니까.
영화 보면서 저는 계속 흥미진진하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건 지난 2년간 영화관을 가지
않았고, 비디오도 거의 보지 못한 저의 상황도 큰 이유가 되구요, 더구나 액션 영화는
본지 꽤 오래되었기 땜에, 이 영화가 주는 박진감에 아주 만족하구요, 원저를 읽지
않았기 땜에 예상치 못한 화면이 펼쳐지는 데서 깜짝깜짝 놀라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공중, 해저, 땅에서 각각 다른 속도로 다른 느낌으로 펼쳐지는 환상도 좋았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커가는 애들과 함께, '환상이란 참 신난다,' 늙어서 해야 할 일 줄어들면
영화 정말 자주 봐야지, 영화관에 자구 가야지, 뭐 그런 생각 했습니다.
첫댓글 저두 볼려구 기다리는 영화인데 정말 기대 됩니다. 불의 잔이죠(goble of fire) (i also want to s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