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길인생> 순흥톱공구 임병국 대표
“톱 연마는 음양의 이치와 같아”
순천 아랫장 4거리 부근에 톱날을 연마하면서 40여 년 동안 외길인생을 걸어온 주인공이 있다하여 찾아보았다. 방문 목적을 말씀드리자 조그마한 체격의 사장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셨다.
문제갑(이하 문) : 안녕하십니까? 톱날을 갈면서 40여 년 동안 외길인생을 걸어오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뵈었습니다. 언제부터 이 일을 시작하셨습니까? 임병국(이하 임) : 예, 제가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톱을 연마하는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으니까 올해로 42년이 되었네요.
문 : 어떻게 이 길로 뛰어들게 되었는지? 임 : 저희 외가가 일제강점기부터 부산에서 톱 공장을 운영하였습니다. 저는 순천시 용당동 망북마을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가정형편상 고등학교 진학은 못하였고 외삼촌의 권유로 톱 공장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하였지요.
문 : 당시 공장상황을 설명해주신다면? 임 : 지금 생각하면 많이 열악했지요. 드럼통을 잘라서 톱을 만들었으니까요. 그때 제작한 톱 상표가 ‘보흥 톱’이었습니다. 또 목재소에서 사용하는 띠톱기계 톱으로 거두톱이나 양날톱을 만들었습니다.
문 : 명칭들이 생소한데 톱에 대해 설명 좀 해주신다면? 임 : 그냥 손으로 당기면서 자르는 톱을 거두톱이라 하고, 당가루톱날을 이용한 기계톱, 휘발유와 오일의 혼합물을 이용하는 엔진톱, 모터를 이용하는 전기톱 등이 있습니다.
문 : 톱을 잘 간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요? 임 : 톱 연마 기술은 음양의 이치와 똑같습니다. 좌우측의 균형이 잘 맞아야 하죠. 양쪽으로 벌어지는 것이 동일해야 하고, 톱날의 높낮이가 맞지 않으면 절단할 때 톱이 한쪽으로 돌아가거나 터덕거리게 됩니다.
문 : 단골 고객들이 많습니까? 임 : 전문 목수들은 연장이 맘에 들지 않으면 일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목수들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일을 하잖아요? 그래서 제주도에서도 톱 수리를 의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 : 그럼 전국에서 톱 수리를 주문한단 얘기로 들리는데요? 임 : 일류 목수들이 저에게 ‘전국에서 서너 번째 안에는 들것이다’라고 칭찬해 줄 때는 뿌듯하기도 합니다.
문 : 혹시 본인이 전국 최고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닌지요? 임 : 하하하 저보다 월등한 사람들이 많이 계시지 않겠습니까?
문 : 보람도 많이 느끼시겠습니다. 임 : 순천공고생들이 전국기능장대회에 출전할 때 끌, 손대패, 톱 등을 저희 가게에서 연마해가서 금메달을 따가지고 와서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음식을 가져오는 경우도 더러 있는데 그때는 정말 보람을 느낍니다. 마음이 흐뭇하지요.
문 : 저기 구석에 있는 기계는 무엇입니까? 임 : 저의 톱날 인생을 처음부터 지금까지 40여년을 함께 한 기계톱 연마기입니다. 저희 아내보다 더 오랜 세월을 저와 동고동락을 해왔습니다. 하하하.
문 : 제가 오늘 사장님을 지켜보니까 만능이 되어야 될 것 같습니다. 임 :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각종 공구나 기계들이 복잡해지다 보니 엔진이나 모터 등 공부할게 많습니다. 전동공구 드릴 커트기 유타기 대패 예초기 등이 모두 연관이 있어서 골고루 취급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 : 부인께서도 함께 나와 계시는데? 임 : 아내는 판매만 하고요, 손님들 오시면 차도 한잔 내드리고 있습니다.
문 : 이 가게를 자녀에게 물려 줄 의사는 없으신지? 임 : 저에겐 아들이 둘이 있는데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솔직히 물려주고 싶은데 아이들 마음은 아직 모르겠습니다.
문 : 순흥톱공구를 운영하면서 소신이나 철학이 있다면? 임 : 손님들이 톱 수리를 위해 가져오면 제가 이렇게 말합니다. ‘이 톱이 저한테 오기 전에는 당신 톱이었지만 나갈 때까지는 제 톱입니다.’라고요. 톱이 완벽하게 연마되고 제 마음에 들 때까지는 내보내지 않습니다. 톱을 제대로 연마해주면 건물들이 올라갈 때마다 저도 일조했다는 자긍심이 생기거든요.
문 : ‘순흥’이란 상호는? 임 : 저의 선친께서 지어주셨는데, ‘순수하게 흥하라’라는 뜻입니다. ‘착한 마음으로 순수하게 살면 밥은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시곤 하셨죠. 아버님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저도 아들들에게 내 이익만 생각하지 말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곧게 살아가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옛날부터 사찰이나 한옥을 짓는 대목수들의 대패 끌 톱 등 각종 연장의 날은 임병국 장인의 손끝을 거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단다. 또한 비단장수의 가위나 이발사의 가위까지도 장인의 손을 필요로 했으니, 칼날 가는 장인의 손재주는 가히 시대의 최고일 것이라고 주변의 칭찬이 자자했다. 취재를 마치고 나오면서 42년 동안 줄곧 외길인생을 살아온 순흥톱공구 임병국 대표의 장인정신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 우리 사는 세상에 임병국 대표와 같은 장인이 많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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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順天者興순천만 이야기 원문보기 글쓴이: 독야청청
첫댓글 임병국 대표는 순천북초 총동창회 조사현 회장님의 동기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