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소년범 늘어만 가는데…제 기능 못하는 '중간단계 보호처분'
입력 : 2018-08-06 16:04:17 수정 : 2018-08-06 16:04:17
최근 일련의 청소년 범죄에 대한 엄벌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는 소년법상 중간단계 보호처분을이 제 구실을 할 수 있도록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있다. 청소년 강력범죄화 현상 뒤에는 첫 범죄를 저지른 후 건전한 생활로 복귀하도록 이끄는 교화 제도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6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12년부터 5년간 소년보호사건은 14만2068건이 발생했다. 이중 소년법상 경미한 범죄를 일으킨 청소년범에게 내려지는 4~6호 처분은 7만8436건으로 전체의 55.2%를 차지한다. 4·5호 처분은 단기 혹은 장기의 보호관찰 처분으로, 청소년범을 시설에 격리하지 않고 사회 내에서 생활을 하게하는 대신 전담요원이 그 방식을 지도·관리하는 제도다. 6호 처분은 소년원 시설에 구금하는 대신 민간이 운영하는 개방형 시설에서 직업훈련 등을 하면서 사회복귀를 돕는 제도다. 이 때문에 형벌적 성격의 다른 처분과는 달리 교화에 초점을 맞춘 제도들이다.
그러나 이런 중간단계 보호처분을 수행할 인력과 시설이 턱없이 모자라다는 점이 거듭 지적되고 있다. 청소년범들을 정확한 시기에 계도하지 못하면 이들 청소년들은 다른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많아진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4범 이상 청소년범의 비율은 2007년 6.9%에서 2016년 13.6%로 10년간 2배가량 늘었다.
청소년 전담 보호관찰관 수 역시 그야말로 태부족이다. 지난해 보호관찰 처분이 내려진 청소년은 2만6402명인 반면, 전담 보호관찰관은 223명뿐이다. 보호관찰관 1인당 118명의 청소년을 담당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평균인 27.3명의 약 4.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성인보다 높은 청소년범의 재범률로 이어지고 있다. 보호관찰 통계에 따르면 2016년 보호관찰 대상 청소년의 재범률은 12.8%로 성인 대상자 재범률 5.6%의 2배가 넘었다.
6호 처분 인원을 수용해야 할 소년보호시설도 충분하지 않다. 소년보호시설은 이달 1일 기준 효광원 등 전국 총 7곳으로 10곳인 소년원에 비해서도 3곳이 적다. 정원도 소년원이 1250명인데 반해 소년보호시설은 401명 정원에 374명만 수용 중이다. 지역적 편중 현상도 심각하다. 남성 시설은 서울·대전·충북에, 여성 시설은 서울·경기·대구에 있어 다른 지역 대상자는 원거리 시설 위탁이 불가피하다. 법무부 관계자는 “비행성이 가벼워 6호 처분 시설에 들어가야 할 소년도 시설이 없어 소년원으로 송치되는 실정”이라며 “소년원에 들어가면 더 강한 정도의 비행 청소년에게 범죄를 학습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범 중간단계 보호처분이 제대로 시행돼야 강력범죄를 사전에 막고 재범률을 낮출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공정식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과)는 “범죄성은 진화하는 측면이 있다”며 “중간 단계에서의 개입은 상습범화를 막을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곽대경 동국대 교수(경찰학과)도 “소년범은 개인 상황에 맞는 맞춤형 교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인력과 시설을 충분히 마련하지 않는 것은 소년범이 또 다른 범죄 유혹에 빠지도록 방조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http://www.segye.com/newsView/201808060034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