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나 등산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날씨라는 자연의 현상은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 올해 따라 유난히 비가 많고 변덕스런 날씨는 모든 사람들의 삶 자체를 좌지 우지한다.
변화없는 평이한 일상에서 탈출 하려면 불편해도 굳이 날씨에 얽매이고 싶지는 않다. 비오면 비오는대로 그냥 순응하면 된다
아침부터 온통 곰탕같은 날씨 인데
아예 비 맞을 작정으로 대병4악중 가보지 않은 금성산으로의 산행을 위해 집을 나선다.
합천가는 길은 생각보다 날씨가 무난하다. 가을이 왔음을 피부로 느껴지는것 같다.
쌍림지날 무렵 햇볕 때문에 선글라스를 끼고 가는데 대구는 지금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는 집사람의 전화는 날씨가 세상 처럼 약간은 미쳐 간다는 느낌이다.
금성산은 합천호 바로 옆에 위치해 있으며 바위가 많은 골산으로
대병4악중 하나인데 오늘은 여유있게 호수를 구경하며 하루를 보낼 생각으로 산행을 계획하고 왔다.
호수 바로 옆 대원사에 주차하고 산을 올려보니 얕으막한게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사찰우측편 길을 따라 오르는데 계곡 물소리만 날뿐 사람하나 없이 조용하다. 산행내내 한사람도 못봄.
정상부까지의 산행은 멀리 외관에서 보는 암릉지대 와는 달리 그냥 평범한 등로 이며 정상 600여 미터를 남겨 놓고는 짧지만 상당히 가파른 길을 색색 거리며 올라야 한다.
느릿 느릿 오르니 그렇게 힘이 들지는 않고 40여분만에 호수 조망이 한눈에 보이는 첫 암릉지대에 도착한다. 멋지다. 이곳은 산세 보다는 합천호와 그 주변을 조망할수 있는점에서 또 다른 매력이 있는것 같다.
잠시 속세를 벗어나 신선이 되어본다. 한참을 쉬고 구경하다 5분여를 더 오르니 산정상석(592)에 도달한다. 정상석 주변은 대 암릉지대로 사통팔달이다. 황매,악견,허굴산과 호수가 한눈에 쏙 들어 온다. 이순간 만큼은 그야말로 온세상이 눈아래다.
시간을 보니 11시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남아 어쩔까 생각하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황매산 모산재를 가기로 한다. 굳이 따지자면 1일 2산이다. 모산재는 안가본지가 거의 7~8 년은 된거 같다.
생각이 세월을 따라 잡지 못해 정확히는 알수 없고 암릉이 멋진곳이라 생각은 드는곳인데 봄이면 철쭉, 가을에 억새를 보러 그 뒷편 황매평전쪽과 정상지나 삼봉,중봉,상봉쪽으로만 부지런히 드나들었지 모산재쪽은 상당히 오랜만이다
오르던 길로 하산 하여 차를타고 약15분여만에 모산재 주차장에 도착한다.
왕복2차로의 길은 넓게 확장하여 새로 단장하였는데 봄철쭉 축제때 교통지옥이던 곳이 이제는 잘 소통 되는지 궁금하다.
주차장에서 모산재 암릉지대를 보니 포스가 장난이 아니다.
설악.북한.월출산등 내노라 하는 골산을 다녀 봤지만 모산재 이능선 하나 만큼은 어느산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고 외려 암릉으로만 따진다면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실제 암릉지대를 오르고 밟을수 있어 더더욱 실감할수 있는 산이다.
들머리 부터 10 분여
흙길을 걷고 나면 산행끝날때 까지 암릉만을 걷는 이런산이 어디 있을까. 특히 모산재 지나고 나서 순결바위까지 30여분간 넓은 대암릉을 거니는 기분이란...
그전 몇차례의 산행에서 멋지다고 생각은 했지만 여기저기 국립공원을 비롯 많은 산을 경험하고 그들과 비교 해보니 더더욱 멋진 암릉의 산이란 생각이다.
주차장에서 마을길을 따라 10여분을 가면 들머리가 나오고 흙길 10 여분을 지나면 본격적인 오르막 암릉이 시작된다. 몇번 와본곳 이지만 늘 새롭다.
우측의 병풍같은 암릉을 보며 오르는데 높지않은 금성산 하나를 오르내리고 와서인지 다소 힘이 딸린다.
예전에는 돗대바위까지 30분만에 오른 기억이 있는데 나중에 시간을 보니 45분이 걸렸다. 돗대바위까지는 꽤 경사가 있지만 힘이 드는듯 들지 않는 다소 재밋는 오르막이다.
오르면서 보고 다시 되돌아 보고 아무리 봐도 너무 멋지다. 어느 외국에 와 있는 듯한 느낌 마저 든다 중간에 밧줄과 추락 방지 울타리 등도 많이 설치 해놓았다.
돗대바위 바로앞 가파른 계단도 나무로 교체 해 놓았다. 그전에는 쇠로된 철계단 이었는데 합천군에서 모산재쪽이나 정상 황매봉쪽 등로에 많은 정비를 한거 같다.
마지막 계단을 오를때는 힘이 다소 부치는데 계단이 끝나는 순간 이곳의 명물 돗대바위를 만나며
오르막은 끝이다. 절벽끝에 걸쳐져 있는 돗대 처럼 생긴 특이한 바위다.
돗대바위 위에서 첨으로 한사람을 만났다. 반갑다. 부산에서 왔다는데 바로옆쪽 감암산에서 출발했는데 모산제를 거쳐 순결바위쪽 으로 하산 한다네. 서로 사진을 찍어주다. 사람이 없는 산에서는 등산객을 만나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옛 친구를 만나는것 같다.
그 사람은 모산재 쪽으로 하산하고 난 돗대바위 대암릉위에서 식사를 한다. 거대한 자연을 막걸리 한잔에 담으며 잠시 인생사를 잊으니
이순간 만큼은 욕심나고 부러운게 있을까. 그야말로 천상천하 유아 독존이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채
수억년을 견뎌 왔을 듯한 저 산은
온통 바위와 아름다운 꽃으로 우릴 유혹하네
경남 합천 대병면 하금리 에서
태어나
긴세월 흘러
그 산을 그리며
그 산을 품었던 사람들은
깊은 아픔과 기쁨을 남기고
하나둘 떠나갔지만
매화를 빼닮은 그 산은
그 모습 그대로 영원하네
스쳐 지나가는 찰나 같은 순간에
산행의 필연적 인연으로
이날 이 시점 그 산에 섰구나
돗대바위라, 모산제라, 순결바위라
전설이 주저리 열리고
그 전설을 곱 씹으며
산의 품에 안기었네
신라 고려 머언 그때도
저 산 자락 돌 바위 하나에도
목놓아 울 수 없는 애닯은
사연이 있었으리라
......................
그 산 뒷 모퉁이에는
상상도 못할
붉디 붉은 꽃 치마를
부끄럼 없이
내게 맡기고
나의 기쁨 이상으로
함께 기뻐 해주는
저 붉은 산은
긴 세월만큼이나 유유자적한가
산허리를 돌아 가는 길가엔
수 만년을 이어져 왔을 넓은 평원과 초목은
지구 저편 어느 한가로운 목장에 와 있는 착각이 들고
문득 그 어릴적 수줍은 첫사랑이
붉은 꽃 아래에서
피어난다
철쭉이라는 소박한 꽃망울 속에서..
시간이 흘러
붉음은 사라져도
너 황매산의 기억은
지나온 긴세월 만큼이나
오래 머무르리라
산에서 인연 맺은
너와 나의
아름다운 맘속에서
영원히......
한잔술에 취하고 경취에 취하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옮기고 싶지 않은 발걸음을 뗀다.
다시 대암릉을 기어 올라 잠시 흙길을 가면 모산재다. 재라기보다는 정상쪽에 가까운데 신령스런 바위산 이란 이름으로 영암산 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산아래 절이 영암사 인가 보다. 아마 봉수대로도 사용 하였을듯 봉수대도 있다.
세윌은 가고 나는 변해도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은 그대로 이네.
자연속 모산재 너도 변함 없구나.
이젠 순결바위까지 대암릉의 탐험이 시작된다. 난 까마득한 절벽위 거대한 암릉위의 바닷가 모래알 같은 존재 이지만 그들을 밟고 기를 마시며 유유자적 걷는다.
절벽에 매달려 살기위해 몸부림치는 분재같은 소나무와 인간이 쌓은 사연있는 돌탑의 조화속에 나를 돌아보고 생각하는 30여분간의 의미 있는 대 암릉 여행이었다.
암릉의 끝 부분에 순결바위가 있는데 평소 사생활이 순결치 못한 사람은 들어 갈수가 없다는 전설이 있다. 설령 들어간다 해도 바위가 오무라 들어 나올수가 없다는데 진짜 전설 같은 전설이다.
순결바위 위에서 잠시 쉬다 하산 하는데 오후 느즈막히 올라오는 남녀 네사람을 만나다. 봇짐이 우람한게 산위에서 비박(백패킹 이라네) 하려고 오는 사람들 이었다. 부산에서 왔다는데 대암릉위에서 하루밤을 자고 나면 기를 받아 한달은 무난할듯 하다.
영암사쪽으로 하산 하는길도 나무계단을 설치 하는등 하여 상당히 부드러위졌다, 예전에 왔을때는 급경사에 시설물 하나 없어 상당히 힘들었는데...
25분여만에 영암사에 도착 한다.
소나무가 빽빽히 우거진 길을 따라 잠시 내려 오면 영암사 이다.
크게 지루하지도 힘들지도 않는 하산길이다.
모산재 코스는 하루산행 꺼리는 되지 않으나 암릉을 선호하고 여유롭게 그 위를 걸어 보고픈 사람에게는 최고의 산행지 임은 분명하다.
산마다 사람 얼굴 처럼 다 특색이 있고 다르다.
현성산,매화산,만물상, 팔영산, 월출산.백운산.조령산. 북바위산등
암릉의 산들이 많으나 직접 보고 부딪히며 그 위를 밟으며 걸을수 있는 산들이 진정한 암산이 아닐까
주왕산 같은 경우는 3대 암산에 속하지만 눈으로만 볼뿐 직접 오를수는 없는 아쉬움의 산이다.
생각지도 않은 1일2산의 산행은 긴 코스가 아니라서 크게 힘든것은 없었으며 나로서는 처음으로 경험한 산행이었다.
모산재의 감동은 새삼스럽게 새로이 다가 왔으며 수도권의 북한산 등이 아닌 지방에서도 이렇게 멋진 골산이 있구나를 절감한 하루였다.
삶에 지쳐 힘이 빠질때는
수시로 가보고
싶은산이다
역시 황매산이다!
08.20 지묘동 출발
09.55 대원사 주차장
10.00 출발
10.15 금성산 600 미터전
10.40 정상 암릉지대
10.55 출발
11.00 정상
11.10 하산
11.45 대원사 주차장
12.00 모산재 주차장
12.10 들머리
12.55 돗대바위
13.10 점심
14.00 출발
14.10 모산재
14.45 순결바위
14.55 출발
15.20 영암사
15.35 모산재 주차장
금성산
대원사
암릉지대에서 본 합천호
금성산의 돗대바위
뒷쪽 악견산
합천댐
뒷편 허굴산
멀리 황매산
합천호
모산재 능선
들머리
초반 10분간 흙길
돗대바위 직전 계단
돗대바위
명당중 명당(최고 밥상)
감암산 누룩덤
코뿔소?
물개?
돌탑?
순결바위
하산길 계단
하산길 소나무숲
영암사
영암사에서 본 모산재
도로 새단장
합천댐
일해(전두환)공원
쌍림면사무소 앞 백일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