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 심사평】
참신한 발화의 현장에서 시심을 덖으며
올해도 의정부 문학상에 응모해주신 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어느 해보다도 우수한 작품이 많아서 심사위원의 눈을 즐겁게 했습니다. 특히나 학생부의 놀라운 실력에 한국문학의 저변과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말들은 순수했고 아름답고 숭고했습니다. 그 얼굴을 모르고 지면으로 감사를 대신 할 수밖에 없는 점 양해를 구합니다.
중등부 최종심에 오른 작품 가운데 박하은의 「꿈에서 깨어」, 김민채의 「여름의 너」, 양태경의 「못」, 백강현의 「학교」, 이준형의 「찢어진 네온사인」을 장려상으로 선정합니다.
김명민의 「희망에 대해 말하라고요」는 지난 여름 물난리로 반지하에서 세상을 떠난 이재민을 다루었습니다. 1연에서 “2022년 8월/ 한반도 서울을 삼킨”은 신문보도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독자에게 신뢰감을 주는 작법이 돋보였으나 2연부터는 독이 되었습니다. 서정적 시어에 대한 이해를 부탁합니다. “희망에 대해 말하라고요”라는 울분과 “주룩” 내리는 비의 공감각적 이미지는 역설적으로 희망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로 거듭납니다.
안우진의 「외국인 노동자」는 생명을 담보로 위험에 노출된 외국인 노동자를 사실적 언술로 묘사하고 있어 슬픔이 전이됩니다. 가령 “난 꽃 따라 윙윙/ 날아가는 검은 줄 노란 줄/ 꿀벌 같은 나”는 시가 주는 운율과 함축의 맛을 선사합니다. 따라서 생활의 이야기를 시로 풀어내는 솜씨가 뛰어나 높은 점수로 최우수상으로 선정합니다.
김명민의 「희망에 대해 말하라고요」는 자동으로 우수상에 입상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
올해 고등부는 어느 해보다도 우수한 작품이 많아서 심사위원의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홍성준의 「옥상의 비밀」, 정혜교의 「자화상」을 장려상으로 하고 격론이 벌어졌습니다.
최지우의 「집으로 가는 길」은 불안과 비극의 현실로부터 “집으로 가는 길이 자꾸만 멀어지”는 자아의 비현실감이 교차하는 시작법이 자연스러웠고, 신회수의 「낱장의 벚꽃잎」은 촘촘한 그물처럼 집요하게 시어를 밀고 가는 힘이, 김연우의 「양초」는 이미지가 지시하는 이미지를 생(生)과 사(死)로 환원시키는 화자의 고백이 매혹적이었지만 세 편 모두 장려상에 만족해야만 했습니다.
반면에 김연서의「반지하 일기」는 의심의 대상인 오빠를 대역하는 화자의 책임이 이중성을 뛰고 흩어져, 반지하 공간을 짓누르는 혼란에 윤리를 버무린 작품입니다. 다만 오빠의 고시 책과 살림살이의 대비가 진부하다는 점에서 우수상으로 만족하길 바랍니다.
처음부터 김지은의 「파편」은 최우수상에 이견이 없었습니다. 거실에 쏟아진 퍼즐이 치매에 걸린 할머니로 치환되는 서정이 우수했고 보편성의 획득과 확장이 아름다웠습니다. 비유의 매개로써 퍼즐은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축하합니다.
일반부에서는 김재숙 「운세를 봐 드려요」, 김명래 「빈 그릇」, 김혜원 「흰 나비가 숨을 멈추면」 ,정재식 「그 새벽녘 해무」, 탁현모 「프리퀄」을 장려상으로 선정합니다.
김갑주의 「아부지의 자전거」는 아버지의 지난한 삶이 자전거의 서정적 공간을 통과하면서 화자의 심화에 도달하는 과정이 감각적으로 엮어졌습니다. “먼지와 녹이 슬지 않는다는 건 서로에게 배어드는 일로” 시간은 직선으로 흘러 사유의 목적지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들이 가야 할 마지막 경지까지 가지 못한 점이 아쉬워 우수상에 선정합니다.
반면에 김예림의 「캐러멜 팝콘」은 화자와 ‘너’가 이질적으로 얼마나 민감한지를 잘 보여줍니다. 따라서 “너는 그림자가 이미 녹아내렸다고 했다. 앞으로는 더 더운 여름이 계속될 거라는데 우리가 견딜 수 있을까?” 부족한 열망은 불안이 이끄는 경로를 따라 기시감을 확인합니다. 그것은 편안한 리듬을 타고 세련된 감각을 지니고 있으며, 내부를 시적인 것으로 충만하게 합니다. 좋은 발상과 표현으로 침착한 시선을 만나 독특하고 매력적입니다. 최우수상으로 합의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축하합니다.
시는 모험입니다. 때때로 실패는 디딤돌이 되며, 절실했던 문제는 진정으로 보답받을 날 멀지 않았습니다. 다시 쓰고 다시 나타나 문학의 미래를 이끌어갈 동력으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투고의 경험으로 문제와 해답을 만날 때도, 다른 방식으로 상처를 경험하더라도, 특별한 경우는 응모에서 출발합니다. 자기 시를 쓸 수 있는 성실성과 진정성을 확인하고, 시대적인 것에 비판적 관점을 드러내어 가감 없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면, 시는 포기하지 않는 한 여러분의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심사 : 한국문인협회 의정부지부 운문분과 위원
심사평 : 김기수(한국문인협회 의정부지부 운문분과장, 문학평론가)
【제24회 의정부전국문학 공모전 운문 수상자】
<중등부>
♣ 최우수상 ♣
안우진 「외국인 노동자」
♣ 우수상 ♣
김명민 「희망에 대해 말하라고요」
♣ 장려상 ♣
이중형 「찢어진 네온사인」
김민채 「여름의 너」
김지우 「도깨비들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양태경 「못」
백강현 「학교」
<고등부>
♣ 최우수상 ♣
김지은 「파편」
♣ 우수상 ♣
김연서 「반지하 일기」
♣ 장려상 ♣
신희수 「낱장의 벚꽃잎」
정혜교 「자화상」
홍성준 「옥상의 비밀」
김연우 「양초」
최지우 「집으로 가는 길」
<일반부>
♣ 최우수상 ♣
김예림 「캐러멜 팝콘」
♣ 우수상 ♣
김갑주 「아부지의 자전거」
♣ 장려상 ♣
김재숙 「운세를 봐드려요」
김명래 「빈 그릇」
김혜원 「흰 나비가 숨을 멈추면」
정재식 「그 새벽녘 해무」
탁현모 「프리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