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균이 사진을 찍어주다보니 영화 레버넌트를 방불케하는 옷차림이 웃음을 자아냅니다. 극한의 상황에서 불굴의 의지로 살아돌아온 유령같은 인간의 처참한 실상을 그렸던 그 영화에서 레오나르드 디카프리오는 극한의 추위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닥치는대로 옷을 껴입고 먼길을 가게됩니다.
새만금 방파제 긴 길을 달려 군산 선유도와 장자도에 이르니 바닷바람도 바람이지만 추위가 꽤 쨍합니다. 꽤 인기있는 이 섬들은 모두 다리로 연결되서 날만 춥지않으면 걸어다니기도 참 좋겠는데, 코끝 손끝 저려오는 거센 추위는 레버넌트 패션이라도 해야합니다.
그럼에도 사람도 차량도 꽤 북적입니다. 공영주차장에 빈 자리가 많은데도 그리고 공영주차장에서 바다산책길도 그다지 멀지 않은데도 사람들은 차량을 굳이 관광로까지 끌고와서 차피하느라 걷는 것도 쉽지않습니다. 그래도 아름다운 군도입니다. 영흥도가 있는 옹진군의 섬들과 달리 군산 주변 섬들은 지척에 놓여있는 군도형태이고 옹기종기한 규모라서 다리연결도 어렵지않고 거기에다 바위가 그대로 드러나있기도 해서 멋진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이왕 온 김에 걸을 수 있는 곳은 걷게하려고 이리저리 끌고다녔더니 막판에는 태균이 막 짜증을 냅니다. 점심시간도 훌쩍 지난 터라 시장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 때 눈에 들어온 허름한 천막식당의 자연산홍합탕. 하긴 여기 아니더라도 장자도에 있는 식당들은 거의 포차형태로 비닐로 막은 간이식당들이 대세적 풍경입니다.
자연산홍합탕에 끌려 딱 두 팀 자리잡으면 더 이상 손님도 받을 수 없은 포차식당에 자리잡았는데... 그 맛은 환상이었고 컵라면 피하려고 주문했던 비빔국수도 일품이었습니다. 혹시라도 날좋은 때 선유도 장자도를 가거들랑 꼭 한번 먹어보라고 권하고 싶을 지경입니다. 태균이 머리 속의 여행이란 언제나 식도락적 의지가 충만하기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접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추억이 됩니다.
이렇게 2021년 마지막 날을 태균이 덕에 1박2일 여행으로 마무리하고 마지막으로 지는 해는 자동차 백미러로 지켜보면서 돌아왔습니다. 마지막이라는 것, 한 해의 마지막 날짜 그런 것들이 무엇이 중요하랴마는 인간집단에서 이런 숫자의 각인들이 정신세계의 상당부분을 지배하기도 하니 그 법칙을 버릴 수도 없습니다.
2022년은 좀더 평화와 안정의 해가 되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그렇게 2021년과의 아쉬운 작별을 마무리했습니다. 어느 새 환갑이라는 세월의 무상함 속에서 태균이 환갑 때까지는 어찌했던 즐겁고 건강한 삶을 유지해야 할 것 입니다.
첫댓글 아무거나 잘먹는 태균군이랑 여행하시니 수월하시겠어요~ 저도 아이와 비빔국수와 홍합탕 먹을수 있는 날이 오겠죠..?
홍합탕이 너무 맛있어보여 ^^
선유도의 시원한 바다와 풍경들 맛있는 홍합탕
엄마와 함께한 여행
새해 첫날 태균이도 엄마도 행복해보여 ~
새해엔 행복하고 기쁜일들만 가득하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