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을 이해해야 한다>>
<봄길에> 外 45편
북인
진실은 본래면목이다. 그러하기에 해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인간 사이의 관계에는 해석과 선택이 놓여 있다. 어떤 경우에는 해석과 선택의 오류가 진실을 무찔러버린다. 현실은 진실마저도 수용자의 이해상관에 노출되어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해석을 하고 그것을 지식으로 삼고 의미로 삼는 것에 만족한다. 옛적의 믿음과 견딤을 실천하고 일체화하던 세계를 잃었다. 의미는 내부에서 찾아야 하고 내부에서 존재된다는 것. 의미는 상황과 조건의 변화와도 무관하다는 것을 잊었다.
어느 날 내 푸념에 '간단한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하며 배시시 웃던 그는 옳았다. 진실은 영혼의 서序다. 인과를 돌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래서 인간에게 진실은 본질적으로 비悲이다. 선의의 거짓말은 이성의 몫이지만 거짓을 아파하는 것은 영혼의 일이다. 오늘은 다른 날과 똑같은 하루이거나 다른 날과 똑같지 않은 하루다. 천지개벽 같은 것은 없다. 다만 조금 변할 수 있거나 변할 수 있는 가능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내가 찾는 그 무엇들은 이미 그곳에 있었거나 거기에 있다. 나는 그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것을 이해해야 한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