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 건설 비용 마련하려 도입.. 한국에선 1969년 '주택복권'이 등장했지요
복권 이야기
지난해 복권 판매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뉴스가 나왔어요. 복권을 일상의 작은 즐거움으로 사는 사람도 있지만, 어려운 경제 때문에 복권에서 인생 역전의 유일한 희망을 찾는 사람들도 있지요. 최근 즉석 복권으로 20억원에 당첨된 사람도 당첨 소감으로 "인생은 한 방"이라고 썼대요. 복권에는 어떤 역사가 있을까요?
복권은 고대에 시작됐어요. 국가가 대규모 사업 비용을 마련하려 도입했어요. 중국에선 진시황이 만리장성 건설과 국방비 마련을 위해 활용했어요. 한자 120자 중 10자를 맞히는 방식이었어요. 고대 로마의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연회에 참석한 손님들에게 음식값을 받고 영수증을 준 뒤 이를 추첨권으로 활용했어요. 당첨자에겐 땅·노예·선박 등을 주고, 수익은 도시 건설에 썼대요.
복권은 16~17세기 유럽 각국이 절대 왕정 체제를 수립하며 성행합니다. 왕권 과시나 식민지 개척 등에 많은 비용이 들자 복권을 이용한 거죠. 하지만 복권 사업은 1800년대 이후 위기를 맞아요. 도박 등 각종 사행 사업이 기승을 부려 사회를 어지럽히자, 복권도 도박이란 인식이 생겨났어요. 그래서 영국은 1826년, 미국에선 1900년대 초 복권 발행을 금지했어요. 하지만 이후 불법 도박이 더욱 성행하자 수익금을 사회에 환원하는 조건으로 미국은 1964년, 영국은 1993년에 복권을 부활시킵니다. 미국의 하버드대와 예일대, 호주의 오페라하우스 등을 지을 때 복권 기금이 큰 역할을 했대요.
한국에선 조선시대 목돈을 모을 목적으로 사람들이 조직했던 '산통계(算筒契)'의 추첨이 일종의 복권이라 할 수 있어요. 사람들이 매달 일정액을 낸 후 통 속에 계원 이름이나 번호를 적은 산알(나무로 만든 둥근 공)을 넣고 흔들어 뽑힌 계원에게 많은 돈을 주는 방식이에요. '일을 그르친다'는 뜻의 '산통 깨다'라는 표현도 여기서 나왔대요.
이후 일제강점기인 1945년 일본 정부는 전쟁 자금을 마련하려 승찰(勝札)이라는 복권을 발행했어요. 해방 이후 이재민이 발생하거나 각종 박람회·올림픽 등 비용이 필요하면 나라에서 비정기적으로 복권을 발행하기도 했어요.
1969년 한국 최초로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주택복권'이 등장했어요. 판매 금액은 100원, 1등 당첨금은 300만원이었어요. 이름에 '주택'이 붙은 건 국가 유공자와 베트남 파병 군인에게 주택을 마련해주는 것이 발행 목적이었고, 또 당시 서울의 집 한 채 값이 평균 200만원 정도여서 당첨금으로 집을 살 수 있었기 때문이래요. 이후 물가 상승으로 주택복권 당첨금도 올라갔어요. 하지만 1990년대 동전으로 긁어 바로 당첨 여부를 확인하는 즉석 복권이 등장해 주택복권의 인기는 점점 줄었죠. 결정적으로 2002년 숫자 45개 중 6개를 맞추는 '로또'가 거액 당첨금을 내걸고 발행되기 시작하면서 주택복권은 2006년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