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 탄신 600주년인 올해 10월 9일은 576돌을 맞은 한글날이었다. ‘한글’이라는 명칭은 20세기 초 주시경을 중심으로 한 국어학자들이 부르기 시작한 것인데, 여기서 ‘한’은 ‘하나’ 혹은 ‘크다’라는 의미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언문(諺文)’ ‘언어(諺語)’ ‘정음(正音)’ ‘반절(反切)’ ‘가갸글’ 등이 예전에 ‘한글’을 이르던 말이었다.
『세종실록(世宗實錄)』 102권 세종 25년 12월 30일 경술(庚戌) 기사: “이달에 임금이 친히 언문 28자를 지었는데…이것을 훈민정음이라고 일렀다(是月, 上親制諺文二十八字 … … 是謂訓民正音).”
언문(諺文), 언어(諺語), 언서(諺書)는 진서(眞書)라 부르던 한자·한문과 대비하여 한글 및 한글로 쓴 것을 가리키는 명칭이었다. ‘諺(언)’은 의미 부분인 言(말씀 언)과 소리 부분인 彦(선비 언)이 결합한 형성자(形聲字)로 후대에 전해질 정도로 훌륭한 옛말인 언어(諺語)를 가리켰다. 이에 단옥재(段玉裁)는 『설문해자주(說文解字註)』에서 “경전에서 諺이라 칭해진 말치고 전대의 교훈이 아닌 것이 없었다(凡經傳所偁之諺, 無非前代故訓)”라고 언급했다. 옛말은 당시의 말로 주석이 필요했을 것이므로 당시의 유행하는 말, 속어, 속되다는 의미로 파생되었다.
훈민정음(訓民正音)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으로 1443년에 세종이 창제한 우리나라 글자인 한글을 의미하기도 하고, 이를 반포할 때 찍어 낸 판각 원본을 의미하기도 한다. 정음(正音)은 훈민정음(訓民正音)과 관련 있다. ‘정(正)’은 갑골문(甲骨文)에서 점(●) 혹은 네모(囗)와 止(발 지)로 이루어진 회의자(會意字)로서 성을 정벌하러 간다는 의미였다. 네모(囗)가 가로획으로 변하여 오늘날의 자형이 이루어졌다. 정벌은 정당성과 정의가 선제되어야 했기에 정의라는 의미로 파생되었고, 원래 의미는 彳(조금 걸을 척)을 더해 征(칠 정)으로 나타내었다. 이후 치우치지 않다, 바르다, 곧다, 정직하다, 정의롭다, 정확하다, 한가운데, 표준 등의 의미가 파생되었다.
‘언문(諺文)’이 ‘정음(正音)’으로 바뀌었다. 물론 이에 대한 개념, 의미, 품사, 역할 등과 관련해서 학자들 간에 이견이 존재하지만, ‘한글’을 속되게 이르던 것과 표준이라고 인정한 것 간에는 큰 차이가 있다. 타자(他者)에 대한 평가가 자기 자신에 대한 고백임을 기억하며, 한글 및 한글날에 대한 의의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신아사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 HK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