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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진실 게임
환희는 쏟아지는 그녀의 물음에 대답을 했다.
“저는 고향이 영천입니다. 이니셜별은 두 개를 만들었는데 이니셜은 제 이름 H와 송이의 S입니다.”
그녀는 초승달 실눈과 입 꼬리로 웃으며 말했다.
“아~ 그분이 송이였어요? 저랑 많이 닮아서 나를‘송이’라고 불렀나본데 아니라서 실망이 컸겠네요.
그런데 세상에 두 개뿐인 별이 내손에 들어 왔다고 생각하니까 세상에 두 개뿐인 네잎 클로버를 발견한 행운 같아요.
송이 그 분에게 돌아 가야할 행운인데.”
“감사합니다.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까.”
그녀는 자신이 한송이가 아니라고 했지만 환희는 여전히 송이를 닮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현실은 송이가 아님을 인정해야 했지만 이니셜별이 어떻게 그녀의 손에 들어갔는지 그 출처를 알면 송이의 소식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혹시 그럼 그 별을 어디서 났어요?”
“이건....”
그녀는 실눈을 깜빡이며 생각하고 환희는 깜빡이는 눈조차 송이라고 믿어졌다.
그녀가 생각이 났는지 말했다.
“아 맞다. 저희 엄마가 우리 집 문 앞에서 주었다고 했는데 저는 공산품보다 이런 수제품을 좋아해서 간직하고 있었어요.”
“그럼 주운 때가 언제쯤 인지 기억 나세요?”
“음....몽골에 온지 6개월쯤 됐으니까 그 며칠 전이니까......”
환희는 빠른 계산을 해보니 얼추 송이가 옥계마을에서 사라진 때 쯤이었다.
처음보는 여자에게 이것저것 묻는것이 신상 털기 같아서 미안했지만 이런 기회가 다시는 오지 않을것 같았다.
“죄송하지만....숙소가 어디에요?”
“아 예~ 별을 관측을 하려고 바양하드 게르 촌에 잡았는데 여기서도 많은 시간을 보내요.”
“그럼 여기서 무슨 일을 하세요?”
“아니요. 아가들을 아주 많이 좋아해서 무료 알바 도우미? 하하하.”
“설마요~ 몽골 여행 중이 아니세요?”
그녀가 다소 진지하게 말했다.
“여행도 하고... 별 관측도 하고... 앞으로 내 진로도 깊이 생각하고 있어요.”
그때 깃발 게르에서 매부리코가 큰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송이 컴온.”
몬호르의 큰 소리가 초원의 바람을 타고 더 크게 들려왔다.
바람에 그녀의 황갈색 긴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환희는 그 긴머리카락도 몇 년 동안 자라서 변해버린 송이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키가 큰 외국인 두 사람이 자기 게르에서 가방을 들고 나오더니 깃발 게르로 향했다.
환희는 몰몬교 선교사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두 외국인에게도 익숙한 듯 조금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 하이파이브 손짓을 했다.
그녀가 환희를 보며 말했다.
“저 가봐야 돼요 오늘은 마지막으로 선교사와 성경토론을 하는 시간이에요. 그리고 두 시간 후에는 웨딩촬영이 있는데
온 김에 보고 가시면 좋겠네요. 그럼 이만.”
“아 예.”
환희는 아쉬움에 그녀를 다시 만나 궁금증을 풀고 싶었다.
그녀가 송이든 아니든 이야기를 하다보면 송이 소식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사진사가 있던 곳에는 언제 트럭이 왔는지 여럿이 짐을 내리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결혼식을 치르려고 준비하는 이동식 설치 세트 같았다.
몬호르의 두 형제와 이야기를 나누던 통역사가 지프로 돌아오고, 환희는 몬호르 가족에 대해서 알아보라고 했던 일이
몹시 궁금해서 물었다.
“알아 봤어요?”
“예. 몬호르하고 결혼할 신부를 알아 냈어요.”
“신부? 누구에요 누구.”
환희는 궁금해서 다그치듯 물었다.
신부가 방금 전에 대화를 나누었던 송이를 닮은 그녀가 아니기를 바랐고, 결코 아니라는 생각도 했지만 혹시 또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심장이 떨려왔다.
우흘레는 차분히 설명을 했다.
“신부는 울란바토르에서 살고 계시는 선생님인데 아이가 있어요.”
“예? 아이가요?”
환희는 아이가 있다는 말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번 세 쌍의 합동결혼식은 모두 산모들이라서 그 사이에 출산을 한 신부라고 생각했다.
“혹시 그 신부가 출산을 했어요?”
“아닙니다. 하하하.”
우흘레는 웃으며 몬호르 형제에게 들었다는 긴 이야기를 해주었다.
"신부 이름은 '솔롱거'라는 사람인데 솔롱거는 무지개를 뜻하고 처녀 땐 몽골 정착촌에서 교사를 했어요."
"아~"
"몬호르의 아버지‘토야’일가는 ‘조드’라는 살인 추위에 겨울을 보내려고 해마다 정착촌에 머물렀는데 그때 몬호르는
‘솔롱거’에게 반해서 결혼을 약속한 사이가 되었어요."
"오~ 그랬구나."
"두 사람은 결혼을 해서 첫아들을 얻으면 쟈르갈(행복)이라고 짓고, 딸을 낳으면 우간(첫 번째 얻은 딸)이라고 짓기로 했어요.
하지만 솔롱거 부모는 교사를 하는 딸이 유목민과 살면 고생할 것 같아서 결혼을 절대 반대를 했어요."
"아~ 그렇겠네요."
환희는 몬호르와 결혼을 하는 여자가 송이가 아니라 생각에 통역사가 전해주는 러브 스토리가 재미 있어서 맞 장구를 쳤다.
통역사는 이번엔 몬호르 집안 이야기를 했다.
몬호르의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몬호르는 집안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이끌고 가야했다.
일손이 부족한 동생들은 좋아하던 여자와 결혼을 해서 일손을 늘이겠다고 먼저 결혼 선언을 했다.
몬호르는 동생들에 밀려 솔롱거와 만남이 뜸할 때 갑자기 솔롱거가 정착촌에서 사라졌다.
그 이후로 몬호르는 솔롱거를 찾을 길이 없어 애가 탄 4년 이었다.
몬호르는 솔롱거를 포기하고 가족을 위해 축산을 전문적으로 공부를 하러 한국을 택했다.
1년이 지난 즈음, 몽골의 두 형제에게 가축강도의 습격하여 동생들의 아내가 한꺼번에 죽임을 당했다.
동생은 급히 몬호르에게 소식을 알리고 몬호르가 귀국을 했는데 그때 짝 사랑을했던 송이와 함께 왔는데 그녀가 자기를
사랑해서 따라 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몬호르는 짝사랑하는 송이에게 계속 구애를 했다.
그러는 사이에 아이들을 예뻐하는 송이는 몬호르 동생들이 낳은 아기들까지 잘 돌보아 주는 그녀가 더욱 마음에 들어
착각이 도를 넘었다.
하지만 동생들은 그녀가 외국인이라고 싫고, 몽골의 가족 제도가 적응하기 어려울것 같아서 절대 반대를 했다.
환희는 송이를 닮은 그녀를 반대한 몬호르의 동생들이 고맙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부모님의 반대로 사라졌던 솔롱거는 울란바토르로에 나가서 교사를 하다가 몬호르와의 관계로 임신한 사실을 알고
아기를 낳았다.
솔롱거는 오랫동안 몬호르를 생각하며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솔롱거는 부모님께 이 사실을 알리고 엄마는 딸이 보고 싶은 마음에 결혼을 승낙해 주었다.
솔롱거는 부모님에게 부탁을 했다.
"어머니, 몬호르 가족을 찾아가서 내가 아이를 낳았는데 이름을‘우간’이라고 지었다고만 말해줘요."
"우간? 왜?"
"그렇게 말하면 알아 들을 거예요."
솔롱거는 몬호르와 약속했던 이름을 기억한다면 4년이나 지난 세월동안 자신을 사랑한다 생각하고 돌아 오려는 것이었다.
“그래 우리가 첫 번째 얻은 딸 이름을 우간이라고 짓자고 했지 맞다 솔롱거다 솔롱거 하하하.”
그 일이 바로 보름 전 일이었다. 그리고 결혼식을 앞둔 것이었다.
몬호르는 첫사랑 솔롱거를 찾자 기쁜 마음에 짝사랑 송이를 단번에 지워 버렸다.
몬호르가에 그렇게 기쁨이 찾아왔다.
환희는 서 기자가 말했던 몬호르와 송이의 ‘국경을 초월한 사랑’ 취재기가 이렇게 해프닝으로 끝난 것 같았다.
통역사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송이를 닮은 그녀가 휴학을 하고 몽골에 몬호르를 따라온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했다.
첫 번째는 천문학도로 바양하드 관측소에 별을 보러 온 것이라고 했다.
두 번째는 몬호르 일가가 오랫동안 몰몬교 선교사 아래서 배운 교리를 송이가 믿는 정통 보수 신앙으로 바꿔 주어야겠다는
'선교의 목적'이었다고 했다.
세 번째도 있는데 형제들이 성경 토론을 해야 한다며 들어가서 듣지 못했다고 했다.
환희는 우흘레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서소문기자에게 들었던 잘못된 정보 때문에 송이를 임산부로 알고 허겁지겁 몽골까지
달려왔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났다.
“하하하하...”
환희는 밤늦도록 박 조국 해설사와 나누었던 서기자의 허풍이 생각났다.
서 기자는 박 조국 선생님을 선배라고 했다가 동기처럼 말을 하고, 자신의 취재를 위해서 고향이 같으면 동향이라고
밥 먹듯이 해대는 거짓말장이 였다.
대화는 항상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천방지축 개구리 였다.
그가 말하는 제목 ‘국경을 초월한 사랑’외에는 그의 말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했다.
환희는 몬호르의 첫사랑 솔롱거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자신 앞에 서 있는 송이 닮은 꼴 그녀가 몽골인의 아내가 되었겠다는
생각을 하자 어쩐지 슬픈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송이를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자신과는 무관한 사이지만 ‘국경을 초원한 슬픈 결혼’이라는 슬픈 생각이 들었다.
환희의 얽히고 설킨 송이찾기 실타래가 한꺼번에 풀려 버렸다.
송이가 몬호르와 결혼을 할까? 임신을 했다? 임신으로 다리를 절었다? 등등등 모든 일들이 허상으로 드러나자 이렇게
유쾌 통쾌 상쾌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몽골에온 이유 세 번째 일이 궁금했지만 통쾌가 통째로 묻어버렸다.
환희는 송이가 몬호르의 신부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게 알았지만 결혼할 신부도 확인하고 싶었다.
“우흘레, 결혼할 신부는 어디 있어요?”
“어제 울란바토르에서 딸과 함께 왔다고 하는데 부모님과 2시간 후에 사진 찍으러 온답니다.”
“아. 그럼 몬호르의 신부를 꼭 봐야겠습니다.하하하하.”
통역사는 큰소리로 웃는 환희를 이상한듯 바라 보았다.
환희는 몬호르의 신부를 확실하게 확인하고 또 송이가 나오면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천문학 휴학생이라는 사실에 아직도 그녀가 송이라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 까닭도 조금 있었다.
2시간 후.
결혼식장 세트는 형형색색으로 완성되어 가고 미니 버스가 도착했다.
문이 열리고 몽골 전통 의상을 입은 아이가 차에서 폴짝 뛰어 내리고 그 뒤를 이어 노부부가 따라 내리고 신부로 생각되는
여자가 내렸다.
환희는 깜짝 놀랐다.
“엇! 저 저 분은?”
“아세요?”
“예~ 알고 말고요.”
환희는 눈을 의심했다.
공항에서 바양하드로 오는 버스를 함께 탔던 아이와 엄마였는데 중간에서 사라진 바로 그분이었다.
반가움에 달려가 아이와 엄마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새응 배노~”
솔롱거도 놀라며 반가움에 딸에게 인사를 하라고 했다.
“우간? 새응 배노?”
“새응 배노~”
환희는 우간을 반갑게 안아 주었다.
2시가 넘자 하나둘 몰려온 사람들이 50여명이 족히 넘었다.
몬호르 가족도 마지막 성경 토론을 마치고 게르촌 이웃들과 어울려 축하 인사를 나누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환희는 그 속에서 닮은꼴 송이를 찾았다.
그녀도 환희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초승달 실눈으로 밝게 웃으며 다가와 말했다.
“우린 처음 보았는데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있던 친구 같아요.”
“저도 그래요.”
“하하하 그럼 우리 친구 1일 할까요? 하하하”
“예? 감사 합니다.”
환희는 친구라는 말이 반가웠다.
송이를 만났을때도 송이가 먼저 친구처럼 대하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환희는 여행 일정을 바꾸어 버렸다.
그녀에게 다가가 이니셜 별 하나로 송이 소식을 알아내는데 진력을 다 하기로 마음먹었다.
교수님이 자료 사진으로 쓰겠다고 많이 찍어 오라고 했는데 사진 찍기도 지워 버리고 싶었다.
환희와 함송이는 잠깐 사이었지만 어깨가 닿아도 놀라지 않는 친밀감이 생겼다.
웃는 그녀. 그때마다 문득 문득 그녀가 송이와 쌍둥이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환희가 물었다.
“저~ 혹시 쌍둥이가 아니세요?”
“예? 송이하고 나하고 쌍둥이냐 구요?”
“예?”
“나는 외동딸인데?”
“그래요? 송이도 외동딸인데?”
“아이구 그 친구는 왜 나하고 똑 같은 게 많아서 이렇게 골치가 아플까 친구 안 그래?”
“아 예.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댁은 어디세요?”
송이가 웃으며 조크를 했다.
“하하하 댁이라니 새댁도 아니고 하하하 우리 댁은 대전이고 대전 토박이입니다~ 성 환희 친구.”
“예? 이럴 수가!”
“어? 그럼 송이도 대전 살아요. 나처럼 천문학과 다니다가 휴학한 휴학생이고?”
“아니요 송이는 대구에 살았지요 송이네 이모님께서 대전에 살아요. 송이는 천문학과가 아니고 천문대기 과학과 휴학생이고요.”
“헐 이럴 수가....닮은 것도 참 많다 하하하하.”
둘은 퍼즐 맞추기처럼 맞는 짝을 찾을 때마다 웃었다.
웨딩 사진 촬영 구경은 물 건너갔다.
환희가 물었다.
“저녁식사와 잠자리는 어디서 해요?”
“아. 바양 하드에 숙소로 갈 예정이에요.”
“아 그럼 제 지프를 타고 함께 가면 되겠네요.”
“어? 나는 말을 빌려 타고 와서 돌려주려면 타고 가야 하는데?”
“에? 거기서 여기까지 말을 타고 왔어요? 게르 옆에 있던 그 말?”
“그럼요~몽골에 와서 몬호르 형제에게 배웠는데 이젠 자신감이 생겨서 애마부인이 되었어요. 하하하.”
“예? 하하하하.”
환희는 닮은꼴 송이의 조크에 한바탕 크게 웃었다.
송이가 말했다.
“그럼 우리 서로 바꿔 타고 갑시다. 몽골에 왔으니까 말 타기 체험은 한번 해 봐야지?”
“예? 타본적이 없는 왕초본데.....”
“그건 걱정 말고.나도 그랬어.”
어느 사이에 웨딩 사진 촬영이 끝나고 송이는 환희 등을 밀며 몬호르 동생들에게 막무가내로 말 타기를 가르쳐 달라고했다.
동생들은 시범으로 말 타기를 보여 주었다.
초원을 달리는 말발굽에서 먼지와 풀이 다투어 튀었다.
환희는 아버지가 들려주었던 ‘박 완일’이라는 강사의 강의가 생각났다.
‘관운장이 적토마에 올라 앉아 조조의 군사들을 물리치니 조조의 군사들이 다투어 죽더라~얼마나 많이 죽으면 다투어 죽어~’
환희는 한 시간 단기 속성 과외를 두렵고 유쾌하게 마쳤다.
(몽골 국립공원 바양하드 별 해설사 박 효순 제공)
환희는 말을 타고 송이는 지프를 타고 바양하드로 향했다.
송이는 환희의 우스꽝스러운 폼을 보며 깔깔대고 웃었다.
하지만 환희는 웃지도 못했다.
20여분이 지나 말을 우흘레에게 넘겨주고 송이는 환희를 태우고 지프를 몰았다.
환희는 운전대를 잡은 송이의 손을 바라보았다. 송이처럼 손도 가무잡잡했다.
비록 닮은 꼴 송이였지만 여전히 마음속에서는 송이였고, 송이의 그림자를 간간히 발견하며 바양하드에 도착했다.
둘은 저녁을 먹고 밤엔 별을 보러 갔다.
박 조국 해설사는 둘이 나란히 들어오는 모습에 놀라며 물었다.
“어 환희씨 찾았어? 이분이 맞아? 거석 내가 아는 사람인데? 함 송이라고?”
“예? 아닙니다. 여기서 만난 1일 친구에요.”
“아 그렇구나 하하하.”
그밤에 둘은 별 바라기가 되었다.
환희는 송이와 함께 보현산 벤치에 앉아 있는 착각을 했다.
함 송이의 이니셜 머리핀이 더욱 송이를 생각나게 했다.
늦은 밤 숙소로 돌아가기 전, 말은 안했지만 아쉬움에 나란히 풀밭에 앉았다.
함 송이가 물었다.
“친구. 송이 이야기 좀 해줄래?”
“어? 그 그래요.”
“친구 존댓말 삭제하고 시작해.”
환희는 송이와 초등학교 6학년 때 만났던 순간부터 수능을 앞두고 송이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시고 엄마도 사고 우울증에
시달리고 옥계마을에 까지 흘러갔다가 어느 날 사라진 순간까지를 웃으며 그렁그렁 눈물지으며 사춘기 소년처럼 털어 놓았다.
환희는 가슴이 후련했다.
행여 그중에 하나라도 마음에 기억된 것이 있어서 ‘내가 바로 환희가 찾던 송이야.’하는 대답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함 송이가 말했다.
“한 송이 씨와 아름다운 사랑....나도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 그래서 말인데 내가 송이라면 참 좋겠다.”
"어? 왜요?"
환희는 너무나 진지하게 말하는 송이 앞에서 시선을 어디에 둘지도 모르고 손도 방황했다.
그 모습을 읽었는지 송이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농담이야 놀라긴. 환희 친구 이야기가 짝사랑을 찾아 헤매는 순정 만화 같고 질투가 나도록 아름다워서 해 본 소리야
송이씨를 꼭 찾도록 기도할게 아멘?”
“아멘~”
자신도 모르게 크리스천처럼 대답을 했다.
함송이가 상냥한 얼굴로 물었다.
“아 오늘은 늦었으니까 내일 다시 만날까? 내가 다녀온 여행지를 소개 해줄게. 앗차 송이를 찾아야 하니까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은데?”
환희는 손을 가로 저었다.
“송이가 몽골에 없으니까 돌아가야 하는데 아직 날짜가 남아 있어요.”
“그래? 그럼 내일 만나자 친구. 모레는 엄마가 오시니까 안 되겠고.”
엄마 이야기가 나오자 함송이의 엄마 모습은 어떨까 궁금해서 물었다.
“아~ 그래요? 한송이 엄마는 코스모스 같이 가냘프다고 들었는데 엄마는 어때요?”
“헐~ 우리 엄마도 코스모스인데 뭐가 이렇게 많이 닮았어. 하하하...”
“그러게요.하하하하."
환희는 함송이의 엄마가 보고 싶어졌다.
무언가 연결의 끈을 잡아야 겠다는 생각에 말했다.
"제가 친구가 된 감사의 뜻으로 식사를 대접 하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요?”
“와우~ 친구 내가 더 감사하지 낼 전화할게 번호 좀.”
“아 예.”
함송이의 이니셜별 스토리는 7개월 전 쯤 일이었다.
한송이엄마 고아라는 완전히 회복된 몸이었지만 남편을 잃은 정신적 충격이 몸을 따르지 못했다.
죽은 남편에 대한 그리움의 돌파구로 대전에 사는 쌍둥이 딸이 자꾸만 그리웠다.
유산을 거듭한 언니에게 준 딸과 완전히 인연의 고리를 끊으려고 만나지 말 것을 약속하고 그 댓가로 도움을 받아
여행사를 해서 가난을 탈피 했지만 마음이 약해진 날이면 대전을 가고 싶었다.
한송이 엄마 고아라는 그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보현산 옥계마을 핑크 집 대문을 나서서 대구 터미널로 갔다.
차표를 들고 앉아 있는데 딸의 일로 사이가 멀어진 절친 장희 엄마가 보고 다가와 물었지만 시큰둥한 대답만 했다.
고아라는 대전 언니 집을 처음으로 찾아 갔으나 다시는 만나지 말자는 듯 멀어진 언니와의 관계 때문에 들어가지
못하고 대문 앞에서 망설였다.
그때 안에서 딸각 하는 문소리에 놀라 엘리베이터 반대쪽으로 급히 몸을 숨기다가 가스 배관에 걸린 머리카락 때문에
이니셜별이 대롱거리며 매달렸다.
언니가 나왔다.
출산 후에 보고 20년이 훨씬 넘어 처음 본 언니는 여전히 코스모스 몸매가 닮아 있었다.
언니가 나오더니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지 않고 숨은 쪽으로 바쁘게 걸어왔다.
고아라는 피할 곳이 없었다.
들키면 안 되는데 할 시간도 없이 다가온 언니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너. 너너... 이리와 따라와 빨리.”
“어 언니..”
“쉿! 빨리 와.”
고은혜는 고아라를 잡아 끌었다.
그때 대롱거리던 별이 떨어져 데구르르 굴러 고은혜 집 아파트 대문 앞에서 멈추었다.
고은혜는 보았지만 두 사람은 그런 것에 신경을 쓸 틈이 없었다.
집에 있는 딸에게 들킬 까봐서 였다.
은혜는 여러 말 할 필요 없이 빨리 돌아가라고 했다.
아라도 먼발치에서라도 딸을 보려고 했다가 벌어진 일에 당황했다.
그렇게 헤어져 돌아왔지만 고아라는 이니셜별을 어디에서 잃어 버렸는지도 모르고 머리핀을 하나를 사서 차고 왔다.
고은혜는 집으로 돌아와 별을 주어 집 안으로 던져놓고 바쁜 여행사 일 때문에 급히 회사로 향했다.
고아라는 전부터 죽은 남편이 보고 싶고 남편과의 마지막 추억을 떠올리려고 보현산 천문 과학관에 갔었다.
우연히 남편과 닮은 환희 아버지를 우연히 보고 남편이 살아 있다고 착각을 했다.
잠시나마 행복했던 그 맛을 보려는 듯 다녀온 날이면 지쳐 쓰러져 하루 종일 잠들어 있기도 했다.
그런 엄마의 머리카락이 흐트러진 것을 본 딸 한송이는 이니셜 별로 엄마의 머리 매무새를 고쳐 주었다.
한송이는 환희가 준 머리핀을 엄마가 별이 마음에 들었는지 딸의 허락도 없이 차고 다녀 불만이었다.
“엄마 그건 내 친구가 준 선물이야 아침이면 돌려줘.”
고아라는 딸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별을 언니 집 대문 앞에 떨어뜨리고 돌아왔던 것이다.
바양하드의 다음날.
함 송이의 엄마가 바양하드에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다.
환희는 늦은 점심을 같이 먹기로 약속을 했다.
세 사람이 식당에 마주 앉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성환희라고 합니다. 먼 길에 오시느라고 고생 많으셨어요. 피곤하지 않으세요?”
코스모스처럼 가녀린 함 송이 엄마가 말했다.
“어우~ 청년이 참 예의도 바르네~ 우리 송이 말이 정말 맞는데?”
“예? 뭐라고 했는지는 몰라도 많이 부족합니다.”
“아니야 나도 사람을 조금 볼 줄 알거든요.”
송이가 끼어들었다.
“엄마 고 은혜 여사님? 여기서 만난 2일째 친군데 볼수록 좋아 보이는데 그렇죠?”
“응. 사람에게서 풍기는 인품이 남달라 보여 하하하.”
식사를 마치고 티타임을 가졌다.
“청년은 한국에서 무얼 하나?”
“예. 제대하고 복학을 앞두었고요. 오랫동안 천문대서 공부도 하고 또.”
송이가 또 말을 가로챘다.
“나처럼 별 공부를 많이 한 친구인데 별 강의도 하고 사람들이 별 신동이라고 한다고 해요.”
“어머 얘 좀 봐라 니가 대변인이니? 하하하.”
“어 아 아니 하하하.”
함송이는 별 신동이라고 소개를 하다가 갑자기 자신이 차고 다니는 이니셜별의 출처가 궁금해졌다.
그 출처를 알면 환희가 송이를 찾는데 혹시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이 별 있잖아?”
“왜?”
“이거 어디서 주었어? 엄마가 주었다고 했잖아?”
“어? 그 그게 어디더라 갑자기 생각이 안 나네 그게....”
갑작스런 송이의 질문에 더듬 거리는 엄마의 속 뜻을 알아차리고 반색을 하며 송이엄마의 면면을 주시했다.
하지만 살피지는 않았다. 무심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 이유는 송이 엄마가 자신도 어색하거나 겉과 속이 다른 말을 하면 더듬는 버릇이 있었기에 무슨 비밀스런 이야기가 들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엄마 생각 안나?”
“으응. 그게 말이야 카페에서 친구들과 만났는데 친구가 놓고 가서 전해 주려고 했는데 잊어 버렸다. 나이를 먹으면 다
이렇다니까 하하하.”
거짓이었다.
환희와 송이는 진실이 가려졌다는 생각으로 눈이 마주쳤다.
서로가 이니셜별에 무슨 사연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송이는 궁금증에 다시 물었다.
“엄마 혹시 영천에 가봤어?”
“어? 아 아니 왜 그래 너 참 이상한 질문을 한다. 자꾸만.”
“응~ 이 친구가 영천에 산다고 해서 물어 본거야.”
“어? 그래 좋은데 사는구나.”
송이 엄마의 말이 갑자기 서늘해지는 것 같았다.
환희도 어색했다.
진실이야 어쨌든 어색함을 달래려고 송이 엄마를 위로했다.
“송이씨 엄마가 싫어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 진짜효도에요. 그렇지요 송이어머님?”
“어 맞아 자네가 내 딸보다 낫네 하하하...”
송이 엄마는 위기를 모면한 듯 환하게 웃었다.
그렇게 식사가 끝나 잠시 헤어지고 늦은 밤 환희는 별 사진을 담고 해설을 들으러 갔다.
그곳에는 먼저 온 함송이가 나란히 엄마와 함께 앉아 있었다.
환희는 해설과 관찰을 마치고 웃으며 나오는 모녀에게 묵례로 인사를 했다.
그때 함송이 엄마는 환희의 손을 잡아 끌었다.
“차 한 잔 할 수 있지? 할 예기가 있어요.”
“예? 무슨......”
환희는 혹시 거짓으로 말한 이니셜별 이야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다음 편을 기대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