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는 겨울왕국이다.
겨울왕국답게
겨울철 올림픽 성적이 좋고
그만큼 관심도 많다. 평창에는
역대 가장 많은 선수단(312명)을 파견했다.
이곳 시간으로 금요일 오전 6시30분께.
눈을 뜨자마자 습관적으로 텔레비전을 켰다.
귀에 익은 음악이 들리고(조용필의 <단발머리>)
휘황찬란한 화면이 펼쳐졌다.
평창올림픽 개막식 중계였다.
그 시간에 하는 줄도 몰랐다.
출근을 미룬 채 줄곧 지켜봤다.
보다 보니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가게 문 1시간 늦게 열면 어때, 하고...
남북한 선수단이 공동 입장을 할 때,
남북한 두 선수가 함께 성화를 들고
성화대를 향해 계단을 오를 때,
김연아가 등장해 불을 받아 붙일 때...
울컥 하게 하는 대목이 여럿이었다.
중계방송을 하는 캐나다 캐스터는
그런 장면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평화가 어떻고 하모니가 어떻고,
상징이 어떻고 하며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치' 이야기를 어찌나 많이 하는지,
"저런 걸 어떻게 알았지?" 할 정도.
중국 선수단이 입장할 때는
"남한과 북한 사이에서 모종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하고, 남북이 동시 입장할 때는
한반도기의 의미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놀라운 것은 "한국의 젊은층에서 단일팀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는 멘트.
남북한 선수가 마지막 주자로
성화봉을 잡자 '평화'와 '화해'를
이야기하면서 '상징적인 순간'이라고 했다.
두 남북 선수가 캐나다 코치 새라 머리 감독의
지도를 받는다는 자랑 역시 잊지 않았다.
두 선수가 계단을 올라
성화봉을 넘길 때 캐스터는 잔뜩
흥분해서 성화 점화자를 소개했다.
"우리 모두가 기다려온 바로 그 사람,
평창 성화를 점화하기에 가장 합당한 사람,
바로 유나킴~."
"2010년 밴쿠버 올림픽 피겨 챔피언"이라고
밴쿠버에도 방점을 찍으며(마치 밴쿠버가
배출했다는 듯 숟가락 슬쩍 얹으며)
자랑을 이어나간 뒤 "유나킴은 이 나라의 보배
(in this country a national treasure)"라고 했다.

캐나다 공영방송 CBC 화면 캡처.
"이 나라"라고 했을 때 남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올림픽에서 공동입장한 남북한을
통털어 말한다는 느낌이었다.
김연아를 두고 아이콘이라고 하는 걸 보니.
하기사 김연아는 한국만의 자랑이 아니라
남북한 모두의 자랑이라고 해도 무방하니.
미국 NBC처럼 얼빠진 방송을 하는 곳도 있지만
한반도가 처한 정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이루어진 공동 입장, 단일팀의
의미를 이렇게까지 잘 짚어주는 외국 방송도 있다.
평창올림픽에 대한 캐나다의 평가는 썩 좋은 편이다.
관심도 어느때보다 많다. 온타리오주 정부는
IOC의 허가를 얻어 사상 처음으로
주정부청사 앞에 올림픽 깃발을 내걸었다.
캐나다 유력지 <토론토스타>는,
런던, 리오데자네이로, 소치, 심지어 밴쿠버
올림에서 벌어진 문제까지 거론해 가며
"평창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극찬하는 기사를
썼다. 공영방송 CBC는 금요일 밤 황금시간대에
개막식 재방송을 하더니 토요일에는
하루종일 올림픽 방송을 한다.
모르긴 해도, 겨울철 올림픽 방송에서는
캐나다 수준이 가장 앞서 있을 것이다.
캐나다 매체가 잘 한다고 하면
진짜 잘 하는 거다. 믿어도 된다.
*개막식을 강원도에서 열린
전국체전 수준이라고 누가 그러던데,
전국체전 수준이 그렇게도 높아졌나?
*내 눈에는 선수단이 입장할 때 원을 그리고
춤을 추며 흥을 돋구던 10대들이 가장
멋져 보였다.
*피켓걸들을 보면서 덕선이 생각이 났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의 연설은 지겨웠다.
하나마나한 소리를 왜 그렇게 오래 하는지.
*아래부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