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마지막 회) - 어머니의 마지막 선물 - 내 아들이라서 행복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문득 어머니의 말이 생각났다.
‘니는 와그리 니 아버지랑 똑같노?’
내가 주사를 부린 모양이었다. 사건의 실체를 알게 되자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형과 누나 그리고 조카들의 얼굴을 보는 게 너무 부끄러웠다. 아마, 어제 술에 취한 상태에서 나는 내 딴에 평소 어머니가 아무리 더워도 에어컨 바람을 쐬지 않는다는 것과 잘 때는 항상 보일러를 켜고 잔다는 사실을 인지한 모양이었다.
출상 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누나와 형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이 들어왔다. 어제 내가 그리 난리를 피웠지만, 그들은 모르는 척하는 것 같았다. 다만 맨 끝에 들어온 아내가 나더러 제발 술 좀 많이 먹지 말라며 핀잔을 주었다.
아침 일찍 출상하여 화장장에서 화장을 끝내니 금방 점심 무렵이었다. 모두 멀건 소고깃국에 밥을 말아 먹고, 버스로 내가 사는 마을 근처의 봉안당으로 향했다. 그곳으로 가는 동안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코 고는 소리와 털털거리는 버스 엔진 소리만 들렸다.
오후쯤 내가 사는 마을 근처의 봉안당에 도착했다. 관리인이 아버지와 어머니의 유골함을 나란히 넣고 입구를 봉했다. 나는 어머니의 작은 영정 사진을 함 앞에 걸어두었다. 여기까지였다. 이곳까지 따라온 조문객들은 더는 슬퍼할 겨를이 없어 보였다. 나는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그들을 보내고 그냥 집으로 들어가기가 뭣해서 봉안당 공원을 거닐었다. 이박삼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여정을 마친 아내와 아이들은 내 차 안에서 자고 있었다.
그들이 자는 동안 나는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만나러 갔다.
여름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모양이었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먹구름과 함께 많은 비가 내렸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어머니는 내게 가끔 이런 말을 했다.
“야야. 너거 아버지가 하늘에서도 술을 먹고 싶어 어짜노! 그쪽에서 마음대로 못 마시니 이리 울고 있는갑다.”
나는 어머니의 작은 영정 사진 앞에서 몇 번이나 망설였다. 호흡이 가빠오면서 숨이 거칠 즈음에 나는 ‘내 안의 아이’가 시킨 대로 그토록 하고 싶은 말을 내뱉었다.
“어무이요. 그동안 고마웠고 정말, 우리 키운다고 수고했습니다. 그라고……정말 사랑합니데이!”
속이 후련했다. 그때였다. 믿기진 않겠지만, 함에 걸어둔 어머니의 사진이 살짝 흔들리는 것을 내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다. 그런 후, 당신의 입에서 놀라운 말이 나왔다.
“그래, 니가 내 아들이라서 정말 행복했다.”
누군가는 환청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게 불효한 막내아들에게 주는 어머니의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 여기니 내 눈엔 이루 말할 수 없는 눈물이 펑펑 흐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