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람회의 그림은 러시아의 작곡가인 무소르그스키(Modest Mussorgsky)가 1874년에 피아노곡으로 작곡하고, 라벨(Maurice Ravel)이 1922년에 관현악곡으로 편곡하였다.
이 곡은 무소르그스키가 그의 친구이며 화가인 빅토르 하르트만이 사망한 후 그의 유작들을 모아 추모하는 전람회가 개최되자, 그곳에 전시된 그림들을 보고 느낀 감상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다. 당시 전시된 그림들이 어떤 것들이었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이 곡을 들어보면 그 그림들을 어렴풋하게나마 머릿 속에 떠올려 볼 수 있다. 음악과 미술이 이런 식으로 통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클래식 음악에 보다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해 주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소르그스키의 피아노곡도 무척 훌륭하지만, '스위스의 시계 장인'으로 불릴만큼 정교하고 치밀하게 관현악곡을 작곡했던 오케스트레이션의 명수인 라벨의 곡을 들어보면 음악을 통해서 어떻게 미술을 연상할 수 있는지 보다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것 같다. 하긴, 드뷔시와 라벨로 대표되는 인상주의 음악은 색채적인 느낌이 강하여 인상주의 화가의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모두 10곡으로 구성되었고, 중간 중간에 산책이라는 의미의 'Promenade'를 삽입하여 그림과 그림 사이를 옮겨가는 작곡가의 행동과 심정을 묘사하였다. 이 곡의 연주자는 세르지우 첼리비다케(Sergiu Celibidache)가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이다.
<Promenade 1> 아마 이 부분은 아주 익숙한 선율일 것이다. 장중하고도 비장한 느낌의 선율이 친구의 유작이 전시된 전람회장에 입장하는 작곡가의 심정을 잘 표현하는 것 같다.
<Promenade 2> 첫번째 프롬나드보다 훨씬 부드럽고 은은한 선율이 이어지는 그림의 분위기를 암시한다.
<2곡 고성 (Il vecchio castello)> 중세의 옛 성 앞에서 음유시인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묘사한다. 애상적인 바순 선율이 고적한 노래를 부른다.(색소폰 편성)
<Promenade 3> 다시 장중하고 힘찬 선율로 돌아와 3곡으로 곧바로 이어진다.
<3곡 튈르리 궁전. 아이들이 놀이 뒤에 벌이는 싸움 (Tuileries. Disput d’enfants après jeux)> 프랑스 튈르리 궁 정원의 가로수 길에서 아이들이 놀다가 싸우는 장면을 묘사한다. 밝고 아기자기한 선율이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을 잘 표현한다.
<4곡 비들로 (Bydlo)> 비들로란 커다란 바퀴가 달린 폴란드의 소달구지이다. 저음의 무거운 반주에 금관악기의 우울한 선율이 얹혀진다. 달구지를 힘겹게 끌고 가는 소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Promenade 4> 애상적인 선율이 비들로 그림을 보고 난 작곡가의 슬픈 심정을 전해준다.
<5곡 껍질을 덜 벗은 햇병아리들의 발레 (Ballet of unhatched fledglings)> 하르트만이 발레의 한 장면을 위해 고안한 장식 디자인을 묘사한 곡이다. 불규칙한 리듬이 뒤뚱거리며 걸어가는 병아리의 모습을 귀엽게 묘사한다.
<6곡 폴란드의 부유한 유대인과 가난한 유대인 (Two Polish Jews, rich and poor)> 현악기의 거드름을 피우는 듯한 선율은 부유한 쪽을, 빽빽거리는 듯한 트럼펫의 선율은 가난한 쪽을 묘사하고 있다. 악기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재미있는 곡이다.
<7곡 리모주의 시장 (Limoges, The Market Place)> 프랑스의 시장에서 여자들이 싸우고 있는 모습을 묘사하였다. 시장의 활기차면서도 어지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8곡 카타콤 (Catacombae)> 하르트만이 랜턴을 들고 카타콤(지하묘지)을 조사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 그림을 묘사한 곡이다. 엄숙하고도 공포스러운 선율에 이어 무척이나 슬프고 불안한 느낌의선율이 이어진다.
<9곡 닭발 위의 오두막 (The Hut on Fowl's Legs)> 아래에 닭발이 달린 시계 모양을 한 바바야가(러시아의 마녀)의 오두막을 그린 그림을 묘사하였다. 빗자루를 타고 이리저리 제멋대로 날아다니는 마녀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이 곡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10곡 키예프의 대문 (The Heroes’ Gate at Kiev)> 키예프시의 개선문을 그린 그림을 묘사한 곡이다. 전쟁에 승리한 군대가 의기양양하고 위풍당당하게 개선문을 통과하는 듯한 모습을 연상케 하는 멋진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