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지 : 남덕유산(1,507m)
산행코스 : 영각사입구주차장~영각재~남덕유산~서봉~경상남도덕유교육원~교육원날머리
산행거리 : 약 9km
산행시간 : 10시 47분~18시 4분(7시간 17분)
참가자 : 5명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니 밥이 벌써 다 되어 있다. 어제 저녁에 예약단추를 잘못 눌렀나? 이러저러한 산행준비를 마치고, 무공해 채소도 짓눌릴세라 고이고이 베낭속에 모셨다. 6시 40분경에 약속장소인 천호역으로 나갔는데,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던 일행이 반갑게 손을 흔든다. 어제 다 죽어가던 사람이 맞나싶을 정도로 팔팔하다. 다른 일행 1명도 이미 와서 차를 주차하고 계시단다. 조금 있으니 일행 한 명이 지하철 계단을 올라오고, 다른 일행 한 명한테서 문자가 왔는데 5~10분 정도 늦겠단다. 집이 머니 그 정도는 용서해줄 수 있을 듯 싶다.
7시 10분이 못되어 출발하였는데, 도로는 몇몇 공사구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막히지 않았다. 음성휴게소에서 아침을 먹었는데, 다들 음식에 만족한 모습이다. 저번에 먹었던 음식이 워낙 맛이 없었다고들 하였다. 10시 40분이 넘어 영각사 입구 산행들머리에 도착하니, 관광버스 1대와 승용차 몇 대가 이미 와 있다.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산행을 시작한 것이 10시 47분. 오늘 산행코스는 하산길의 두 군데 말고는 헷갈릴 우려가 거의 없는 길이다.
산길이 고즈넉하니 참으로 좋다. 사람도 없고 오롯이 우리들만의 산이다. 숲속 길을 걷는데도 땀이 많이 난다. 중간중간 과일로 에너지를 보충하면서 급경사길을 1시간 40분 정도 걸으니 계단이 나타난다. 그 계단을 올라 지능선과 만나는 영각재에 도착한 것이 12시 43분이다. 거의 2시간이 걸린 셈이다. 여름이라 그런지 산행속도가 많이 느리다. 10분 정도를 더 가니 해발1440미터임을 알리는 이정표가 서있다. 아직 남덕유산 정상은 800미터가 남아 있단다. 몇 분 더 가지 않아서 그 공포의 철계단이 나타난다. 숨을 몰아쉬면서 철계단을 오른다. 전망이 확 트이기는 하지만 가스가 많이 끼어 가시거리가 얼마되지 않는다. 장쾌한 전망은 볼 수가 없다. 곧 남덕유산을 올라가기 전의 봉우리가 멋진 자태를 자랑하면서 우리를 맞이한다. 전위봉을 배경으로 삼아 다들 사진 한 컷씩 찰칵!
철계단을 20여 분 꾸역구역 올라 제1전위봉 정상에 올랐다. 사방이 확 트여 있는 이곳에서의 전망이란! 그 황홀함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으리요. 그동안의 노고가 다 보상을 받고도 남는다. 이제 배가 슬슬 고파온다. 힘도 다 빠져간다. 점심을 먹었으면 하는데, 다들 정상에 가서 먹잔다. 다들, 왜 그렇게 정상을 좋아하는지!!
10여분을 또다시 철계단을 오르내려 남덕유 정상으로 알고 있던 봉우리의 정상에 섰다. 그런데 정상석이 없다. 정상이 아직 400미터 남았다는 이정목만 하나 덜렁 있을 뿐이다. 남덕유 정상이 아니라 제2전위봉의 정상인 것이다. 갑자기 배가 확 고파온다. 다리에 힘도 빠진다. 그런데 선두팀은 머리도 보이지 않고 저멀리 도망가고 없다. 그러니 주린 배를 움켜 잡고 힘빠진 다리를 질질 끌고 올라갈 수밖에!
처음에는 전위봉이 하나만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제2전위봉을 남덕유산 정상으로 알고 드디어 정상을 다와가는구나 하고 착각했던 것이다. 제2전위봉을 올라서야 이 봉우리가 남덕유산 정상이 아님을 깨닫고, 저멀리 제2전위봉보다 높아 보이는 봉우리가 또 있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냈다. 저 높아 보이는 봉우리를 서봉으로 생각하면서도 서봉이 남덕유 정상보다 낮다는 사실을 떠올리지 못하였다. 아니 약간의 의구심은 가지고 있었지만, 어서 정상에 서고 싶다는 작은 욕망이 제2전위봉을 정상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나보다.
400미터 거리가 왜 그리도 멀게 느껴지는지! 지친 다리를 부여잡고 끙끙거리며 가면서도 멋잇어 보이는 장소만 나오면 사진을 찍어댄다. 내가 언제부터 이리 사진찍는걸 좋아했지? 한없이 멀어보이는 400미터 거리를 20여 분을 걸려 겨우 정상에 오른 것이 2시 1분. 정상표지석 사진을 찍고 있으니 옆에서 빨리 오라는 일행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아! 이제 밥을 먹겠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정상에서 살짝 내려와 옆으로 돌아가니 선두팀은 이미 밥을 먹고 있다. 어서 빨리 쌈을 꺼내라고 난리다. 야채쌈, 오리고기, 매실장아찌, 오이소박이, 참치쌈장, 마늘쫑 등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그런데 문제는 배는 고픈데 밥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선 물로 입을 한번 축이고 밥을 밀어넣기 시작한다. 하지만 목이 막혀 넘어가지 않는다. 할 수 없어 밥을 절반 들어내고 물을 부어 말아먹기로 한다. 밥을 먹어야 아직 많이 남은 길을 갈 수 있을 것이기에. 지금부터는 대개 하산길이기는 하지만 거리상으로는 이제 겨우 1/3을 왔을 뿐이다.
자리를 정돈하고 정상에 올라 인증샷을 남기기로 한다. 사방을 두루두루 조망하면서 사진을 찍는다. 하늘은 다소 맑아져 구름이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지만 뿌옇게 낀 가스로 조망은 별로 좋지 않다.
2시 50분이 약간 못되어 출발한다. 이제부터는 하산길! 룰루랄라 내려간다. 그런데 내려가도 너무 내려간다. 정상 높이 못지 않은 서봉을 오르려면 내려온 만큼 다시 올라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즐거운 내리막길이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다. 배가 불러서 그런지 다시 오르는 오르막이 힘이 든다. 바람이 부는 곳이면 멈춰 서서 땀을 식히곤 하면서 서봉에 오른 것이 3시 50분. 너른 바위에 앉아서 바람을 맞으며 사방을 둘러본다.다들 가기 싫은 표정이 역력하다. 여기서 한 세상 살았으면 좋겠다. 한참을 쉬다가 떼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옮긴다.
이제부터는 진짜 내리막길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하산하기 시작한다. 연분홍 철쭉, 진분홍 철쭉 등 여러 종류의 철쭉도 곳곳에 피어 우리의 눈을 호강시켜준다. 여성산우님들은 꽃과의 미모 대결을 벌인다. 하산길에서 주의해야할 지점이 두 곳 있다. 덕유산 주능선에서 경상남도덕유교육원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찾는 것하고, 교육원 직전에서의 갈림길을 찾는 것이다. 경치에 홀려서 아무 생각없이 가다가는 지나치기 쉽상이다. 주능선에서의 갈림길은 남덕유산 정상에서 3.6킬로미터 지점에 있다. 여기서 여성 산우님들에게 약간의 알바를 시켜 골려줄 생각으로 여성 산우님들을 앞세운다. 그런데 여성 산우님들이 갈림길에 다 와가자 뒤로 처진다. 5시 24분, 갈림길에 다왔지만 일부러 더 가야되는 양 앞장 서라며 길을 비켜섰다. 그런데 여성 산우님들의 눈치가 백단이라서 그런지 나의 행동을 보고는 갈림길에 온 것을 알고는 통행금지 표지판을 넘어 올바른 하산길로 간다. 통행금지 표지판이 우리의 하산길임을 알려주는 것이라나. 아침에 한번 일러준 말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니! 그 총기에 나의 작은 아름다운 음모는 완전히 실패로 돌아가고 초라하게 막을 내렸다.
이제부터는 숲길이다. 한참을 내려오니 삼나무숲이다. 쭉쭉 뻗은 삼나무들이 멋드러진 모습을 자랑한다. 이 삼나무숲이 끝나면 다시 갈림길이 나온다. 그런데 가다보니 우리가 가야하는 길이 오르막이다. 과연 이 길이 맞는가 하는 생각에 아주 작은 능선에 올라 확인하기로 한다.능선에 오르니 교육원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우리가 올라가는 길인가 의심하면서도 이 길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지점에서 예전에 헤맸던 분의 체험기 덕분이다. 이 분이 자신의 알바체험기를 블로그에 올려주지 않았더라면 우리도 알바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왼쪽길은 올라가는 길로 보이기에 사전 지식이 없으면 오른쪽 길로 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러면 교육원이 아닌 영각교로 가서 엄청 알바를 해야하는 상황이다. 이 분에게 고마움의 말씀을 전한다.
교육원에 넓은 터의 야영장이 있는데 거의 사용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조금 더 내려오니 교육원 건물이 보인다. 교육원을 거쳐 날머리에 도차가한 것이 6시 4분이다. 무려 7시간 17분이 걸렸다. 서봉에서 너무 지체한 것 같다. 오늘도 안전산행을 할 수 있어서 기쁘다.
저녁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물었더니 일행 한 분이 배가 고프다면서 빨리 밥 먹으러 가자고 성화가 대단하다. 서상인터체인지로 가는 도중에 저녁을 먹기로 한다. 서상면 면소재지에 도착해 식당을 찾아 면소재지를 한바퀴 돌았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보니 저 앞에 깔끔해보이는 냉면집이 보인다. 다들 정신없이 먹는다. 시장이 반찬이어서 그런 점도 있겠지만 이 집의 냉면 맛이 죽여준다. 시골에 이런 냉면집이 있다니! 주방장님이 자신의 요리에 대해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고속도로에 들어선지 얼마되지 않아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폭우로 변한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 하늘에 구멍이 났는지 물을 그냥 들이붓는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지점에 들어서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 빗방울 한 점 떨어지지 않는다. 길바닥에도 물기 한 점 없다. 우리나라도 점점 아열대기후가 되어가는 것 같다.
9시 40분이 좀 지나서 천호욕에 도착했다. 오늘도 안전운행으로 우리를 잘 태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수고하신 산우님들 즐거웠습니다.
<영각사입구 들머리에서 남덕유산 정상 가는 길>
제2전위봉
제일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영각재 너머의 봉우리
제1전위봉을 올라가는 길. 오른쪽에 보이는 봉우리가 제2전위봉
제2전위봉
제1전위봉을 올라가는 길
제1전위봉 정상에서 바라본 제2전위봉. 왼쪽에 보이는 봉우리가 남덕유산 정상
제1전위봉 정상에서
제1전위봉 정상에서
제1전위봉에서 바라본 제2전위봉
뒤돌아본 제1전위봉
제2전위봉 올라가는 길
제2전위봉 올라가는 길
뒤돌아본 제1전위봉
제2전위봉 정상
제2전위봉에서 바라본 남덕유산 정상
제2전위봉에서 바라본 덕유산 주능선. 저 멀리 희미하게 향적봉이 보인다.
뒤돌아본 제2전위봉
남덕유산 정상
남덕유산 정상표지석
남덕유산 정상에서 바라본 제2전위봉 방향
남덕유산 정상에서 바라본 제2전위봉 방향
남덕유산 정상의 바위와 구름의 멋진 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