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제2의『삼대목』’, <영남전래민요집>
중국에는 공자가 편찬한 『시경』이 있다. 국풍이라고도 하는 민요 305편을 모은 최초의 시가집이다. 일본에는 나라시대(奈良時代) 야카모치가 당대를 노래한 시 4천5백 여수를 모아 펴낸『만엽집(万葉集)』이 있다. 역시 일본 최초의 시가집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신라시대(888년) 위홍(魏弘)과 대구화상(大矩和尙)이 왕명에 따라 편찬한 향가(민요)집 『三代目』이 있다. '삼대'는 상·중·하대(上·中·下代)를 말하고, '목'은 요목(要目)을 뜻하는 것으로 시대와 주제를 분류체계로 하여 편찬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중국과 일본의 시가집은 현재 전해지고 있는데, 우리의『삼대목』은『삼국사기』 신라본기(新羅本記)에 기록만 있을 뿐, 책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국문학계나 서지학계에서 발굴을 기대하고 있는 책이 바로 『삼대목』이고, 발굴 가치가 있는 시가집을 상징하여 ‘제2의『삼대목』’이라고도 말해지는 것이다.
필자는 박사학위논문에서 문화컨텐츠 작품안(案)으로 <제2의 삼대목 발굴, 영남전래민요집>이라는 시놉시스를 제시했다. 대구의 한 방송 기자가 한국전쟁 직후 북한을 탈출하여 중국에 살고 있던 고령의 동포로부터, 50년을 간직해 온 필사본 책 한 권을 건네받는다. 이 책은 개성 인근에서 한 영남출신 포로에게서 받았다고 한다. 기자는 관련 증언을 촬영하고 귀국, 그 자료에 대한 발굴과정과 국내 전공 학자들을 통해 분석, 평가하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제작, 방영하게 된다. 그리고 그 방송의 마지막 장면에서 담당 기자가 문경새재 노래비 앞에서 ‘비운의 한국전쟁 희생자인 영남 문화인 이재욱이 1930년 두 달에 걸쳐 영남의 30개 군에서 민요를 조사한 보고서인 <영남전래민요집>은 제2의 삼대목이라는 평가를 받게 되었습니다.’라는 멘트로 끝을 낸다.
그런데 이는 단지 가상의 프로그램에서의 평가만은 아니다. 단지 가로 15cm 세로23cm, 원고지 총 208면, 조사지 영남 총 30개 군, 총 359편의 민요 조사 자료집이지만, 식민지 시대를 거치고 한국전쟁을 견디고 90여년 만에 학술자료로 빛을 보게 된 것이니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2006년 학위논문 주제를 정하기 위해 서울 관악구 임동권 박사님 자택을 방문, 자료의 평가를 받고자 했을 때 살펴보시자마자 ‘진본예요. 보물입니다.’라고 하시었다. 임박사님은 1950년 초 조사자가 초대 국립도서관장이었을 때 세 차례나 만났기 때문에 자문을 해줄 거의 유일 한 분이다. 또한 전문단체인 사단법인<아리랑연합회>에서도 ‘우리나라 최초의 민요 전공자인 이재욱의 진본이라면 한국 민요역사 자료로서 대단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필자 역시 2년간의 현장답사와 분석 결과로는 매우 가치 있는 자료로 결론을 내렸다. 그 가치는 첫째, 과학적 이론을 갖춘 전문가로서의 민요조사는 일제강점기로서는 유일한 조사 결과물이고, 둘째는 이 시기에도 우리나라에서 영남지역이 대표적인 민요 전승지 임을 입증해 주었고, 셋째는 이재욱의 존재를 분명하게 역사화 해준다는 사실이다. 다음 회에서는 <영남전래민요집>의 내용을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