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과 음식, 거리 풍경과 한류…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전하는 한국의 즐거움은 다양했습니다. 외래관광객 1000만명 시대,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 관광의 매력과 여행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문제점들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의류 상가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전통시장뿐만 아니라 한국 면세점도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관광코스다.>
서울에서 관광객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곳은 역시 명동이었습니다.
일본어, 영어, 중국어, 한글이 병용된 간판만 봐도 ‘관광특구 명동’의 힘이 느껴졌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일본인 관광객 오카다 준지와 오카다 토모코 부부가 이구동성으로 얘기하는 한국을 찾는 가장 큰 목적은 ‘음식’이었습니다.
부인 토모코씨는 “처음에는 불고기나 삼계탕, 냉면처럼 일본에서도 유명한 음식만 찾았는데, 한국을 찾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한정식, 감자탕처럼 한국에서가 아니면 먹을 수 없는 음식들을 찾게 된다”며, “떡볶기도 맵긴 하지만 맛있다”고 말했습니다.
쇼핑장소는 다름 아닌 ‘대형마트’.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사실 마트가 필수코스로 된 지 이미 오래입니다.
“대형마트에 가면 살 게 너무나 많아”
대형마트 쇼핑을 선호하는 관광객들은 주로 일본인인데, 서울역이나 용산역 등 서울 시내 교통 요지에 있는 대형마트에는 일본어 안내판이 놓여 있고, 명란젓·김치 등 인기 코너에서는 항공운송용 포장도 해주는 등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오카다 부부의 다음 일정 역시 대형마트라고 합니다.
“반찬이랑 명란젓, 김, 한국 라면 등 대형마트에 가면 살 게 너무 많아요. 여행 올 때마다 한가득 사 가서 주위에 선물도 하고 우리도 두고두고 아껴 먹죠.”
쾌적한 쇼핑공간에서 높은 할인율과 다양한 이벤트로 쇼핑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한국의 면세점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관광코스입니다. 명동의 한 면세점에서 만난 일본인 무라카미 히사코와 후쿠야마 토모미, 아라타 아사코는 한국 여행의 목적을 묻는 질문에 주저없이 “면세쇼핑”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스물여섯 동갑내기 친구들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한 무라카미씨는, “가방 하나만 사도 비행기값을 뽑을 수 있다”며, “명품 살 돈으로 여행도 하고 맛있는 한국음식도 마음껏 먹을 수 있어 너무 좋다”고 설명했습니다.
더러운 거리·상인 불친절 등 불만도
부인과 두 아들을 데리고 서울로 가족여행을 왔다는 중국인 웨이밍씨는 “중국에서도 살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중국보다 브랜드 종류도 다양하고 물건도 많고 쇼핑도 편해서 가능하면 한국에서 사는 편이다”라고 전했습니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대부분이었던 예전과는 달리, 요즘의 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큰손’으로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중국인들이 면세쇼핑을 선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젊은층은 여전히 알뜰여행을 선호했습니다. 중국인 팟 체씨는 “한국 면세점이나 백화점에는 중국에선 사기 힘든 명품들이 많아서 부자들이 즐겨 찾는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래도 나나 내 주위 사람들은 동대문, 명동처럼 알뜰하게 쇼핑할 수 있는 곳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부인과 단둘이 서울 여행을 즐기고 있다는 팟씨는 “오늘은 동대문, 어제는 이대 앞에서 쇼핑했는데 싸고 예쁜 옷들이 많아 아내가 정말 좋아했다”며, “길거리 음식들을 간식으로 먹었는데, 맛이 있어서 다음에 또 찾게 될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한류에 빠져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도 다수였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왔다는 우미에씨는 “<대장금>, <겨울연가> 같은 한국 드라마를 좋아해서 항상 드라마에 나오는 한국 거리를 동경했다”며, “서울의 북촌, 명동, 남산 거리를 걸어보니 드라마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들어 기분이 너무 좋다”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우미에씨 주위에도 한국드라마와 K팝 등의 영향으로 한류팬들이 많이 있는데, “모두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나라”로 한국을 꼽는다고 전했습니다.
이처럼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의 매력’에 대해 전했지만 한국 여행에서 즐거운 일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가장 많은 칭찬과 불평을 들은 곳은 동대문이었다. 실속파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동대문이지만, “물건값이 너무 비싸 불쾌했다”, “원하지 않는 물건을 강매당했다”는 불만도 많았습니다.
“거리가 더럽다”, “목소리가 너무 크다”, “부딪혀놓고 사과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화가 났다” 등의 불만도 많았습니다. 호주에서 왔다는 존 센델씨는 “음식점에서 제대로 닦지 않은 테이블로 안내받았는데, 음식도 더러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그냥 나왔다”는 불만을 털어놨습니다.
“거리 중간중간에 쉼터가 있으면 좋겠어요”
관광객들을 위한 표지판이 미비하다는 점도 지적대상입니다. 팟씨는 “지도를 보고 이곳저곳을 찾아다녔는데, 길 안내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불편했다”며, “명동이나 이대앞, 동대문, 북촌을 다녀왔는데, 외국인 여행자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이런 곳에는 길 중간에 숍이나 식당, 관광명소를 영어로 표기한 지도가 있으면 편할 것 같다”고 제안했습니다.
쉴 공간이 마땅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우미에씨는 “관광객들이 잠시 쉬면서 관광정보도 얻고, 다른 여행자들과 정보교환도 할 수 있는 쉼터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쉼터를 겸한 관광안내소의 필요성을 전했습니다.
‘외래관광객 1천만명’ 시대, 앞으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이들이 한국을 찾는가”가 아니라, “한국에서 얼마나 큰 즐거움을 찾아갔는가”에 있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그들의 입으로 직접 들은 한국 여행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해 더 나은 관광한국을 만들어가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