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에서 다시 <난쏘공>을 생각하다
[초록發光] 밀양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
이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
한 저소득층이 있었다. 서울 허름한 판자촌에서 살던 저소득층은 도시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행정 대집행에 의해 철거 계고장을 받는다. 아파트 입주권이 주어졌지만 입주비가 없는 가족은 입주권을 헐값에 팔고 뿔뿔이 흩어진다. 딸 한 명이 고생 끝에 입주권을 찾아왔지만, 아빠는 추락사했고 나머지 가족은 멀리 이사를 가버렸다. 가족은 풍비박산이 났다.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이 우울한 사연은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줄거리다. 소설 속 이야기에 기시감(旣視感)이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지금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멀리는 일방적으로 서울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발한 1971년의 광주 대단지 사건이 있고, 가깝게는 2012년의 두물머리 행정 대집행, 올해 제주도 강정 마을 행정 대집행이 여기에 속한다. 그리고 다시 밀양 송전탑 공사를 둘러싸고 갈등과 폭력의 메커니즘이 고개를 들었다.
밀양 송전탑 사태는 정부의 잘못된 에너지 정책과 지역 간 불평등 문제, 핵발전 수출을 둘러싼 정치적 이슈 등 여러 가지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일이다. 일부는 여전히 '초고압', '탈핵', '지역 간 불평등' 문제가 근본 원인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탈핵' 문제가 중요하다고 해서 밀양 사태 과정에서 나타난 정책과 반대 의견 사이의 갈등 구조를 뒤로 놓을 순 없다. 송전탑 설치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촌부들이나 "시민 단체 빨갱이"들이 국익을 헤치고 있다는 식의 논리를 제일 앞에 놓는 이유가 바로 갈등의 생성 이유와 해결 과정에 관해 찬반 양쪽 모두 성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