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좀, 예방과 치료
무좀(athlete's foot)은 우리나라에서 매우 흔한 질환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생 동안 한번 이상은 무좀을 앓게 된다. 대개 무좀은 쉽게 치료되지만 난치성인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무좀은 습진(濕疹)과 구별이 어려우므로 피부과 전문의의 진료와 도말 검사, 진균 배양검사 등을 통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우리 몸의 피부 두께는 나이, 성별, 부위에 따라 다르지만 약 0.1mm의 표피(表皮)와 약 1.9mm 두께의 진피(眞皮)로 구성돼 있다. 표피는 표면에서부터 각질충, 과립층, 유극세포층, 기저세포층 등 4가지 세포층으로 이뤄진다.
각질층은 새로운 세포와 교체돼 벗겨져 나간다. 이는 포피의 맨밑층인 기저세포층의 세포가 위쪽으로 옮겨가면서 각질층으로 성숙하여 낡은 세포를 밀어내기 때문이다. 진피는 표피의 건강을 유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진피의 주성분은 교원섬유로 모세혈관이 가득차있다. 다쳤을 때 피부에서 피가 나는 것은 진피까지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무좀은 계절과 관계없이 발병하지만 특히 비가 자주오고 기온이 높은 여름철에 피부과 병원이나 약국에 무좀 환자가 늘고 있다. 무좀이 여름철에 특히 심해지는 이유는 기후가 무좀균(菌)이 활동하기 좋은 고온다습(高溫多濕)하여 땀을 많이 흘리고, 수영장 등 공동장소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쉽게 전염되기 때문이다.
무좀은 곰팡이균에 의해 발생하는 피부병으로 주로 발에 많이 생긴다. 때로는 손에도 병변이 발생하는 것은 무좀 환부(患部)를 만지고 손을 씻지 않으면 손에도 무좀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대개 손을 하루에 몇 번씩 씻기 때문에 손의 무좀은 아주 드물다. 무좀균은 발톱이나 손톱 속에 까지 침범하기도 한다. 무좀이 생기면 심한 가려움증, 수포(水疱), 작은 각질(角質) 조각, 발가락 사이가 갈라지고 발바닥 전체가 두꺼워진다.
맨발을 드러내는 일이 잦은 여름철에 발가락에 물집이 생기고 피부가 벗겨지고 발톱이 누렇게 각화되는 무좀은 발이 지저분해 보이고 악취(惡臭)로 인하여 사회생활에 불편을 줄 수 있다. 또한 수시로 생기는 가려움증은 함부로 긁을 수도 없어 고통을 준다. 무좀에 걸린 피부는 저항력이 약하여 화농(化膿)을 일으키기 쉬우므로 가렵다고 함부로 긁지 말아야 한다.
무좀 원인균(原因菌)에는 백선균(白癬菌), 피부사상균 등이 있으며, 대개 피부의 표면에서 0.2-0.3mm 정도 되는 부위에서 기생한다. 발에 생기는 무좀의 종류는 지간형(趾間型), 족척형(足蹠型), 각화형(角化型)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세 가지 형태는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많으며 대부분 복합적으로 발생한다.
‘지간형’은 가장 흔한 형태로 4번째와 5번째 발가락 사이인 제4지간에 가장 많이 발생하며, 다음으로 제3지간이다. 발가락 사이가 갈라지고 피부가 벗겨지며 매우 가렵다. 이 부위에 무좀이 많은 이유는 발의 구조적으로 폐쇄돼 있어 공기가 잘 통하지 않고 습하기 때문이다.
‘족척형 또는 수포형’은 발바닥 특히 발바닥의 파인 부분에 물집이 생기며 매우 가렵다. 처음에는 좁쌀만한 작은 수포(水疱)가 생겨 피부 속에 가리워져 있던 것이 잠차 부어올랐다가 터지면 흰테 모양을 한 자국을 남긴다. 가피가 떨어져 나가면 다 나은 듯이 보이다가도 재발하기도 한다.
‘각화형’은 발바닥 전체에 걸쳐 피부의 각질이 두꺼워지고 긁으면 고운 가루처럼 떨어진다. 발등까지 번지기도 하며, 가려움증을 동반하는 것이 보통이다. 무좀이 발톱이나 손톱에 파급되면 회백색으로 탁해지면서 두꺼워지고, 발톱과 손톱 끝이 미세한 조각으로 떨어져 나가는 것을 ‘조갑백선(爪甲白癬)’이라 한다.
현재 무좀 치료제는 무좀 발생 부위에 직접 바르는 외용제(外用劑ㆍtopical)와 먹어서 치료하는 경구용제(經口用劑ㆍoral administration)가 사용되고 있다. 외용제의 경우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반드시 진균(곰팡이) 검사를 통해 원인균에 대한 다른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먹는 무좀치료제(이트라코나졸, 플루코나졸, 테르비나핀 성분)는 간(肝) 기능 또는 심부전(心不全)의 악화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간 질환 또는 심장 질환이 있는 환자와 임산부(姙産婦)의 경우 의사에게 반드시 알려야 한다. 또한 약 복용 중간에도 간 기능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무좀의 원인균(原因菌)인 곰팡이는 약물 치료를 시작하면 방어수단으로 활동성을 줄이고 포자(胞子)를 형성하여 일시적으로 증상이 없어질 수 있다. 이때 치료를 중단하면 피부 각질층에 남아 있는 무좀균이 다시 활동하게 되므로 완치율(完治率)을 높이기 위해서는 약물의 투약기간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ㆍ발톱 무좀의 경우, 손톱이 다 자라는 데는 약 6-9개월이 소요되며, 발톱은 약 12개월이 지나야 하므로 비교적 장기간 약물 복용이 필요하다.
무좀 치료에 사용하는 민간요법(民間療法) 중 가장 많이 쓰이는 요법은 식초나 빙초산을 물로 희석시킨 후 발을 적시거나 담그는 것이다. 식초(食醋)는 곰팡이가 기생하는 각질층을 벗겨내 가려움증과 물집이 생기는 증세를 일시적으로 없앨 수는 있지만 무좀균을 죽이지는 못한다. 소주에 무좀 부위를 담그거나 적시는 경우도 시원한 느낌과 자극 때문에 가려움증만 일시 해소될 뿐 치료효과는 거의 없다.
무좀은 다른 어떤 질병보다 끊임없는 예방이 중요하다. 무좀 예방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발이 청결해야 한다. 발을 하루 1회 이상 깨끗하게 씻고 잘 말려 무좀균이 번식할 수 없도록 한다. 즉, 미지근한 물에 발을 3-4분 정도 담가 두었다가, 발전체에 골고루 비누칠을 한 후 깨끗한 물로 2-3분가량 씻는다. 물기를 깨끗이 닦은 후 통풍을 잘 시켜 발가락 사이까지 잘 말려 건조하게 유지해야 한다. 베이비 파우더를 발에 뿌려주면 습기예방에 도움이 된다.
무좀 환자의 양말 가운데 20-30%는 균이 있으므로 양말은 매일 갈아 신고 잘 빨도록 해야 하며, 다른 사람이 신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좀균은 양말을 잘 빨아서 말리면 대개 없어진다. 양말의 올 사이를 통해서 무좀균이 구두에도 옮겨질 수 있다. 신발은 통풍(通風)이 잘 되는 신발이 좋으며, 다른 사람이 신던 신발은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무좀 환자의 인비늘(살비듬)은 다른 사람에게 무좀을 전염시키는 특성이 있어 집단생활을 통해 전염이 잘 된다. 운동선수 합숙소, 학교 기숙사, 수영장, 헬스장 등 여러 사람이 맨발로 걸어 다니거나 함께 목욕을 하는 곳은 무좀의 발생률이 높다. 무좀은 전염성(傳染性)이 강하므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공중시설의 슬리퍼, 발수건 등을 함께 쓰지 않도록 한다.
수영장, 헬스장, 공중목욕탕 등을 다녀온 경우에는 집에서 발을 다시 한번 깨끗이 씻는 것이 좋다. 가족 중에 무좀 환자가 있으면 발수건, 슬리퍼 등을 따로 사용하여야 한다. 무좀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치료를 하여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글/ 靑松 박명윤(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