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광학교 1일차 후기> 시각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처음 만나는 것이라서 혹여나 실수하지 않을까 많이 걱정됐다. 어떤 것을 어느 정도 배려하고 신경 써줘야하는건지, 내가 무심코 한 행동에 아이들이 상처 받지는 않을지 걱정이 많았다.
막상 아이들을 만나보니 너무 예뻤다. 진심으로 너무 예뻤다. 방긋방긋 잘 웃는 다야나, 세아를 잘 챙겨주는 원선이, 또랑또랑 대답 잘하는 예준이,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여하는 지훈이, 그림 잘 그리는 지아, 아무말 하지 않아도 잘 웃어주는 세아, 예쁘게 단장하고 온 예은이. 누구는 어떤 행동을 조심해야하는지, 어디가 아픈지 얘기해주고 같이 놀아주고 배려하는 아이들이 예뻤다. 수만세 활동은 힘든데 애들 보려고 또 할 것 같다.
프로그램 일정 중간중간에 빈 시간이 많아서 좋았다. 짝과 같이 놀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었고 생각외로 애들끼리 시간을 잘 보냈다. 악기 만들 때 쌀을 자꾸 흘리고 쏟아서 정리하는게 조금 힘들었지만 재밌었다. 원선이는 쌀이 든 병을 흔드는 힘에 따라 다른 소리가 나는 것을 즐거워했다. 친구들에게도 보여주면서 뿌듯해했다.
원선이와 하루 사이에 정이 많이 들었다. 처음 왔을 때는 세아를 기다려야한다며 눈길도 안 주던 아이가 끝나갈 때가 되니 내 무릎에 앉아서 같이 놀고 있었다. 낯선 사람이 서툴게 다가오는 것을 받아주는 것이 힘들었을텐데 마음을 열어줘서 고마웠다. 혜광학교 친구들도 우리에게 맞춰주고 배려해준다는 것이 느껴져서 고맙다.
<혜광학교 2일차 후기> 오늘은 내가 준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날이었다. 어제 하루 종일 준비하고도 다 못 끝내서 혜광학교로 가는 차 안, 애들이 노는 시간에도 내내 준비했다. 뭔가 미리 준비하지 못함으로 인해 프로그램이 잘 진행되지 않은 것 같기도 해서 미안했다.
꽃다발 만들기 활동에 시간을 너무 길게 배정해서 애들이 심심해하면 어쩌나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서로 어느 정도 익숙해진 덕에 어제보다 더 재밌고 활발하게 잘 놀았다. 몸 쓰면서 놀아준 동훈이와 정현이, 상헌이가 특히 고생했다.
직접 접어온 꽃 70송이! 어제 꽃을 접으면서 이 활동을 기획했던 것을 후회했는데 친구들이 예쁘게 꽃다발로 만들어줘서 뿌듯했다. 만들고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예쁘고 좋아해줘서 나도 좋았다. 지아가 꽃다발 줬다면서 좋아하는 채진이를 보면서 기분 좋았다.
얼음 놀이도 재밌었다. 사실 얼음 놀이는 혜광학교 친구들보다 수만세 친구들이 더 좋아한 것 같았지만 다들 잘 놀아서 즐거웠다. 지훈이가 물놀이에 많이 기대했는지 하루 종일 수시로 와서 물놀이에 대해 물어봤다. 얼굴이나 머리에 물이 닿으면 안되는 친구가 있다고 아이들이 얘기해줬다. 친구를 잘 챙기는 모습들이 사랑스러웠다. 퀴즈를 쉽게 내서 애들이 좀 허무해한 것 같지만 재밌게 놀아줘서 고마웠다.
프로그램 진행하느라 원선이랑 시간을 못 보내서 미안했다. 자신의 행동 패턴이나 환경이 바뀌는 것에 힘들어한다는 얘기를 듣고 나니 내가 더 신경 써줬어야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많이 미안했다.
오늘은 아이들과 함께 혜광학교에서 밥을 먹었다. 지아는 채진이와 같이 밥 먹는다고 좋아했다. 원선이와 밥을 나눠 먹었다. 입술이 찢어져서 과자도 안 먹었는데, 안 아프게 밥을 먹여주니까 잘 먹었다. 내일은 안 오고 싶다는 것을 누나 만나러 와달라고 졸랐다. 마지막 날인데 원선이가 없으면 아쉬울 것 같다.
오늘도 아이들은 예뻤고 프로그램은 생각보다 성공적이었다. 어제보다 긴장이 풀린 탓에 행동들도 격해지고 느슨해진 것 같은데 조금 더 아이들이 안전하도록 신경 써야할 것 같다.